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 여성 의무복무제, 입영 대상자 선정 완료
- 4~6월 사이, 8월~10월 사이 순차별 입대
- 5과 여성, 대학생, 공장직원 등 열외, 누가 군에 가나?
- 반쪽짜리 의무복무제, 지원제보다 큰 증가 없을 듯
- 여군 늘어나면서 예산 증가도 부담
- 군에 안 가려는 여성, 안 보내려는 부모도 고민
북한 정권은 부족한 병력을 보충할 목적으로 올해부터 여성에 대해서도 군 복무에 관한 의무 복무제를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당국이 이미 지난해부터 '초․고급 중학반을 졸업한 모든 여성은 무조건 군사복무를 해야 한다'는 의무복무제 방침을 하달했는데요, 올해는 여성 의무복무제 첫해를 맞아 입영 대상자는 오는 4월부터 6월까지 5~6차례에 걸쳐 입대하고 8월부터 10월 중순까지 10번에 나뉘어 군 복무를 시작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동안 북한 여성은 본인의 희망에 따라 군 복무를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의무 복무제를 시행하면서 '여군 비율이 높아지지 않을까?'라는 전망도 해보는데요,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여성 의무복무제를 앞두고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연결해 관련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전화로 연결합니다. 김준호 특파원, 안녕하세요?
[김준호 특파원] 네. 안녕하세요. 중국입니다.
- 네. 오는 4월부터 북한 여성의 의무복무제가 시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입영 시기가 정확히 어떻게 되는지요?
[김준호 특파원] 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의무복무제 첫해를 맞아 지난 3월 초순까지 1차 입영대상자 선정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1차 입영대상자는 오는 4월부터 6월까지 5~6차례에 걸쳐 입대하고, 또 오는 8월부터 10월 중순까지 10차 정도로 나뉘어 입대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과거 지원제 당시 복무 기간은 5년이었는데, 의무제가 되면서 7년을 복무해야 합니다. 복무 기간이 2년 더 늘어난 셈입니다.
북한군의 총 병력이 약 120만 명을 유지해왔는데, 이제 남성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모자라는 수를 여성으로 채우기 위해 의무복무제로 전환한 건데요, 특히 여성의 경우도 이전처럼 지원제를 계속하면 모자라는 병력 수급에 어려움이 있어서 의무복무제를 시행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북한 여성의 지원만으로 모자라는 병력을 보충할 수 없다'는 말은 그만큼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되겠는데요, 다시 말해 군에 대한 기대가 떨어졌다는 뜻도 되지 않겠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그렇습니다. 특히 북한 여성이 과거처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의무복무제를 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과거에 북한 여성이 군에 지원하는 이유는 입당할 수 있다는 것과 식량난 가운데에서도 군에 가면 먹는 문제에 걱정이 없다는 것, 그리고 집에서도 자신의 입 하나는 덜 수 있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당원이 돼도 이전만큼 매력이 별로 없고, 군 복무의 환경이 점점 열악해져 먹는 문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군 지원자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남성 병역 자원도 줄어들고 있어 여성에 대해서도 의무복무제로 전환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런데 여성 의무복무제를 시행하는 데도 많은 문제점이 뒤따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지난해 10월, 자유아시아방송이 여성 의무복무제 시행 가능성을 보도하면서 북한 간부 사이에서도 여성 의무복무제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전해드린 바 있는데요, 이제 시행을 앞두고 어떤 문제점을 들 수가 있을까요?
[김준호 특파원] 네, 두 가지 문제를 들 수 있는데요, 여성 의무복무제라고 하지만, 북한 사회의 구조상 입대하지 못하는 예외자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서 반쪽짜리 의무복무제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평안북도의 간부 소식통이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한 내용에 따르면 우선 5과에 뽑히는 여성을 제외해야 하고, 대학에 가는 여성, 방직공장에 보내야 할 여성은 물론 노동당 민방위부가 직접 맡고 있는 평양과 주요 군수 산업체를 방어하는 고사포진지(부대) 근무요원은 입대 대상에서 우선 제외된다고 합니다. 참고로 이들도 2년을 근무한 뒤 극히 일부는 대학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또 일부는 군에 재입대하게 해 5년을 근무하게 하고, 나머지는 방직공장에 배치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밖에도 군 생활을 하기에 부적합한 신체조건을 가진 불합격자도 입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당연하지요. 이렇게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제외하다 보면 의무복무제로 전환했다 해도 과거 지원제 때보다 여군의 수가 많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간부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간부 소식통은 의무복무제로 군대 입대하는 여성의 수가 과거 지원제 때보다 20% 미만으로 증가할 것이란 개인적인 견해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 네. 또 다른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김준호 특파원] 네. 예산 문제를 들 수 있는데요, 여군을 유지하는 비용이 남자 군인보다 더 들어간다고 합니다. 보급해야 하는 물품, 이에 따른 비용이 남성에 비해 더 많다는 건데요, 반면 군 전투력은 더 떨어지기 마련이라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었습니다. 이전에 자유아시아방송이 접촉한 간부 소식통은 "당원이 될 목적으로 군에 지원하는 여성이 적지 않아 지원제만으로도 충분히 그 수를 채울 수 있었는데, 왜 여성에게도 의무복무제를 시행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 그런 가운데에서도 군에 가기 싫어하는 여성도 적지 않을 것 같거든요. 물론 예외자도 많습니다만, 군에 가지 않으려고 애쓰는 여성도 있겠군요.
[김준호 특파원] 그렇습니다. 여성도 그렇지만, 딸을 군대에 보내지 않으려는 부모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군에 입대하지 않기 위해 가장 선호하는 것이 5과에 뽑히는 것과 대학에 가는 겁니다. 그래서 올해 대학 입시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음으로는 신체 불합격 판정을 받고 방직공장에 배치받는 겁니다. 딸의 병역회피를 위해 뇌물을 쓰는 경우도 발생하는데요, 입대자 선정은 당 민방위부에서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민방위부에 근무하는 간부들이 요즘 뇌물을 챙길 기회를 만났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네. 이제 4월부터 여성 의무복무제가 어떻게 시행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끝으로 에볼라 관련 소식 하나 더 짚어보죠. 에볼라에 관한 국경통제가 해제된 이후 국경지역의 분위기는 어떤지 우선 간단히 전해주시죠.
[김준호 특파원] 네. 북한 당국이 에볼라 비루스 유입을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5개월 가까이 국경을 닫았다가 이달 초순경 해제 했습니다. 국경 통제를 해제하면 그동안 막혔던 인적․물적 교류가 봇물 터지듯 활발할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가슴에 초상 휘장을 달고 넘어온 북한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만, 생각보다 많지 않고요,
중국에 주재하는 무역 일꾼들이 작년에 못한 늦장 총화를 위해 많이 북한에 들어갔고, 또 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국경 지역에 있는 북한 주민의 전체 수는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북․중 간 물류 유통량도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 네. 알겠습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고맙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네, 감사합니다.
10년이 넘는 군 복무 기간과 먹는 문제조차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군대 환경.
여기에 여성까지도 꽃다운 나이에 의무적으로 군에 입대해 7년의 세월을 보내야 하는 북한의 군 제도는 북한 주민의 원망과 민심의 악화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또 겉으로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의무복무제이지만, 사회적 특수성과 뇌물 등을 통해 군 복무를 열외 할 수 있는 환경을 보면 오히려 새로운 피해자를 낳을 수 있는 정책의 취약성도 엿보입니다.
여전히 군대가 우선순위인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이 먹고사는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듯이 강제적으로 군에 보내는 인력을 북한의 경제발전을 위한 일꾼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시급한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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