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탈북 중개인 “단속 심하니 나중에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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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바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중국 내 탈북자에 대한 단속과 체포활동이 눈에 띄게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돈을 받고 중국 내 탈북자를 제3국까지 구출해주는 중개인도 '나중에 하라'며 만류할 만큼 탈북자 단속에 관한 중국 내 분위기는 매우 험악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요즘은 북한에서 강을 건너기도 어렵지만, 중국에 도착해도 제3국까지 가는 길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중개인은 전했습니다.

- 중국 내 탈북자에 대한 강제북송의 중지를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중국 공안들의 불만도 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이는 탈북자와 한국 교민에 대한 단속으로 이어지는데요, 탈북자를 돕는 중국 내 인권단체와 한국 교민 등은 최근 탈북자의 강제북송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연결해 자세한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요즘 단속 심한데 지금 할 필요 없지 않느냐?”

- 도강 후 중국에 와도 제3국까지 가는 것이 문제

국제사회가 중국 내 탈북자의 강제북송에 큰 관심을 보이고, '강제북송의 중지'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중국 내 탈북자에 대한 단속과 체포활동도 눈에 띄게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북한과 중국의 경계지역에 있는 마을에서는 탈북자를 만났을 때 북한 당국에 신고할 수 있는 신고호출기까지 설치했다고 한국의 연합뉴스가 최근 보도했는데요, 중국의 공안당국도 탈북자 색출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 내 탈북자에 대한 단속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자유아시아방송이 27일 중국 내 탈북자를 태국까지 인도하는 브로커, 즉 중개인과 통화를 시도했습니다.

'중국 내 탈북자를 태국까지 데려갈 수 있느냐?'라고 묻자 지금까지 수많은 탈북자를 태국까지 인도했던 중개인은 요즘 중국에서 단속이 매우 강화됐다는 이유로 오히려 나중에 시도하라며 만류합니다.

[중개인] 요즘 단속이 심해졌어요. 지금 심해졌는데 굳이 할 필요가 없잖아요. 나중에 하십시오. 북한에서 중국으로 데리고 들어와도 문제에요. 빼기가(태국까지 탈출하기가) 만만치 않아요.

이 중개인은 최근 탈북자 강제북송에 관한 국제사회의 여론도 그렇지만 중국 당국이 탈북자 문제에 신경을 많이 쓰고 탈북자 색출과 단속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북한 주민이 중국으로 강을 건너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단속이 심해 도강하는 것이 어렵다 보니 도강 비용도 크게 뛰었습니다. 강을 건너는데 드는 비용만 한 사람당 500만 원, 미화로 약 4천400달러가 든다는 게 중개인의 설명입니다.

[중개인] 요즘은 500(만원) 달라고 합니다. 중국에서 태국까지 국경 두 개 넘기는 것도 150(만원)인데, 그쪽(도강) 비용이 장난 아니게 뛰었어요.

역시 중국 내 탈북자가 제3국까지 갈 수 있도록 돕고 있는 또 다른 탈북자도 북-중 국경 지방의 경계가 강화된 것은 물론 중국 내 이동초소도 많이 늘어났고 단속도 심해졌다고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힌 바 있습니다.

[탈북자] 경비가 강화된 것을 말할 것도 없고요, 연길 화룡에 나가는 데는 이동초소까지 포함해 이전에 하나 있던 것이 4~5개로 늘었고, 중국 공안도 순찰차가 아닌 택시를 고용해 단속을 하기 때문에 (중국에) 넘어 와도 잡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이후 더욱 강화된 단속 때문에 북․중 간 국경을 넘는 비용은 이처럼 부르는 것이 값이 돼 버렸습니다. 게다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탈북을 감행하더라도 엄격하고 잔인해진 단속 때문에 안전도 보장할 수가 없어 탈북자들은 속만 태우고 있는데요, 게다가 돈을 받고 중국에서 태국까지 탈북자를 구출해주는 중개인들도 단속이 심해 현재 일을 할 수 없다며 나중에 하라고 권유할 만큼 중국 내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여러분께서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듣고 계십니다.

- 탈북자는 물론 한국 교민에 대한 단속, 검사 강화

- 중, 탈북자를 위한 ‘임시 여행증명서’ 실효성 의문


중국 내 탈북자를 구출하는 탈북 중개인의 활동이 많이 위축될 만큼 탈북자에 대한 중국 당국의 단속이 심해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시간은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연결해 탈북자에 관한 중국의 현지 분위기와 중국인, 한국 교민들의 반응을 살펴보겠습니다.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이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김준호 특파원] 네, 안녕하세요. 중국의 김준호입니다.

- 우선 중국 당국이 최근 중국 내 탈북자 색출에 매우 적극적이라고 하는데요, 중국 현지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네, 말씀하신 대로 중국 당국이 과거에 비해 탈북자 색출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탈북자를 강제 송환한다는 것이 중국의 정책이었지만 요즘처럼 탈북자 색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이전과 달리 최근 크게 달라진 점입니다. 중국 연변에서 공안원으로 근무한 조선족 이 모 씨도 "과거에는 탈북자들이 주변에 거주하는 것을 알면서도 외부에서 누군가 신고하기 전까지 체포하지 않고 모른 체했다"라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최근에는 탈북자가 점점 늘어나고 북한 당국이 탈북자들의 송환을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중국 당국의 방침이 많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또 중국의 한 변경 지방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국인 박 모 씨도 "과거에는 탈북자들을 은밀히 보호하면서 일자리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요즘 같아서는 아예 생각지도 못할 일"이라며 손사래를 치고, 심지어 탈북자들의 인권을 가장 안타깝게 바라보는 한인 교회에서도 이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도움을 주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 특히 탈북자 강제북송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정적인 여론에 중국 측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은데요, 이 때문에 탈북자 단속이 더 강화됐다는 지적도 있지 않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그렇습니다. 탈북자가 발생한 것은 과거 '고난의 행군' 시절 이후부터 발생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그 수가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일단 중국 정부도 이대로 내버려 둘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탈북자 문제를 계속 거론하고, 탈북자를 강제로 송환하는 중국을 비난하는 기사가 쏟아지면서 이에 대한 반발의 성격이 상당히 포함되었다고 보는 견해도 많습니다.

실제로 중국의 공안 당국자들과 대화를 해 보면 이같은 분위기를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는데요, 최근 중국 변경지역의 중국 공안원은 "조선에서 비법 월경해서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불법 체류자들을 중국에서 되돌려 보내는 것인데 그게 뭐가 잘못됐느냐?"라고 말합니다. 또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추방하면 이들이 가혹한 박해를 받고 정치범 수용소에 감금되는 등 심각한 인권유린을 당하기 때문에 난민 취급을 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보도에 대해서도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자신들이 송환한 탈북자 중에는 2년 동안 3번이나 잡혀서 추방된 사람도 있는데 강제북송 된 탈북자들이 모두 정치범 수용소에 감금된다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라며 "한국 언론들의 얘기가 맞지 않는다"라는 억지에 가까운 주장을 펴기도 합니다.

또 중국에 있는 조선족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중국을 비난하는 듯한 국제사회의 보도에 심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 중국 공안들이 국제사회의 여론에 불만을 품고 이처럼 자신들만의 주장을 펴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중국 당국으로부터 탈북자의 강제북송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요?

[김준호 특파원] 아무래도 탈북자가 '비법 월경자'라는 중국 당국의 입장이 바뀌기 전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 중국 현지의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탈북자에 관한 보도를 자제하는 것이 그나마 중국 당국이 탈북자 체포에 나선 것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릴 수가 있다고 말하는데요,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명분보다는 실리는 택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의미지요.

-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 또 탈북자들을 돕고 있는 인권 단체 관계자들은 최근 중국 당국의 단속이나 국제사회의 언론 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네, 이유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한국 교민과 인권단체 관계자들도 국제사회의 여론몰이에 심한 거부감을 갖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언론들이 탈북자 문제를 크게 거론하면서 중국 당국을 자극하니까 한국인들에 대해서도 보이지 않는 각종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이들은 불만을 쏟아냅니다.

최근 중국 양회와 맞물리면서 중국 공안당국의 여권 검열이 매우 심해졌고요, 중국 공안들이 찻집이나 당구장 등 한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아다니며 한국인들의 여권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은 한국인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렵습니다.

또 최근엔 중국에 입국하는 한국인들의 짐 검사가 매우 까다로워져서 이전에는 별문제 없이 통관시켜주던 물건도 시비를 거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고 하는데요, 물론 이게 한국인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탈북자 문제로 인해 불거진 한국에 대한 중국 당국의 감정 폭발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중국을 자극하니까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는 건데요, 이때문에 중국 내에서 은밀히 탈북자들을 돕는 인권단체들의 활동이 어려워졌다는 불만 섞인 비난도 많습니다.

- 최근 한국에서는 중국 내 탈북자들에게 한국 국민임을 증명해주는 '임시 여행증명서'를 발급해주면 중국 당국에서도 강제 송환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는데요, 중국 현지에서는 이를 현실성 있게 보고 있는지요?

[김준호 특파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실 가능성은 낮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는 '임시 여행증명서'의 성격이나 그것이 가지고 있는 효력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기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임시 여행증명서'는 외국에서 자국민이 여권을 도난당했거나 분실했을 때 그 나라에 주재하는 공관이 자국민들에게 발행하는 것이지요. 여권과 동일한 효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임시 여권'이라고도 부릅니다.

임시여행증명서'는 중국 공안당국에 여권분실 사실을 신고하고 여권분실 증명서를 발급받아 한국 공관에서 '임시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또 '임시 여행증명서'를 발급 받으면 또다시 중국의 '출입경관리처'에서 체류 비자를 받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출입경관리처'는 신청인이 중국에 입국한 근거를 확인하는데요, 중국에 입국했다는 근거가 없는 탈북자들은 바로 구분이 됩니다.

이 때문에 한국 공관은 탈북자들에게 '임시여행증명서'를 발급해 줄 수가 없고 만약 이를 발급해 준다면 그동안 한국인에게 정상적으로 발급해준 '임시 여행증명서'가 중국 당국의 신뢰를 잃게 되어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한국인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국 정부에서 임시 여행증명서의 발급을 검토하겠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중국 현지에서의 실행 가능성은 아직은 희박합니다.

-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잘 들었습니다.

[김준호]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연결해 중국 내 탈북자의 강제북송에 관한 중국 측의 분위기를 살펴봤습니다.

미국의 유명 일간신문인 워싱턴 포스트가 지난 25일 최근 국제사회에서 주목받는 중국 내 탈북자와 강제북송에 관해 보도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매년 수천 명의 북한주민이 중국으로 탈북을 시도하고, 강제북송의 위기 속에서 자유를 찾아 수천 킬로미터의 여정을 떠난다고 소개했습니다.

특히 워싱턴 포스트는 탈북자를 돕는 인권단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 내 탈북자가 체포되면 비밀스럽게 돈으로 문제를 해결했지만 이 사실이 공론화되면 아무 손도 쓰지 못한 채 탈북자들이 강제북송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는데요,

탈북자들의 강제북송 중지를 외치는 국제사회와 이에 꿈쩍하지 않는 중국 간 팽팽한 줄다리기 사이에서 실제 위험에 처한 탈북자들과 이들을 돕는 인권단체는 오늘도 아슬아슬한 삶의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