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북제재 이행?”… 고개 갸우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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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중 화물검색 강화?' - "주문 없어 그렇지 특별한 것 없다"
- '북한 식당 술 단속?' - "식당에서 여전히 불법 술 판매"
- '북한 노동자 취업 단속?' - "지방정부 계속 눈 감아줘"
- 평양에서도 북한 고위층의 사치품 구매 '이상무'
- 대북제재 동의했지만, 실질적인 이행에는 여전히 온도 차?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 등 잇따른 도발에 이어 미국과 한국을 겨냥한 계속되는 호전적 태도로 북한의 가장 든든한 혈맹 국가인 중국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채택한 유엔 결의 2087호와 2094호에 중국이 찬성하면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국무부의 고위 관리도 "북한에 대한 중국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 "이전의 중국과 다르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는데요, 뿐만 아니라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중국이 효과 있는 대북 제재를 이행할 것이란 기대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시진핑 체제의 중국 정부가 화물 검색의 강화, 중국 내 북한 식당과 노동자 단속 등을 실시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대북제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는 주요 외신들의 보도도 잇따랐는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에 따른 중국의 행보가 과거와 얼마나 달라졌는지, 정말 중국 정부가 대북제재에 적극 나서고 있는지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이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김준호 특파원] 네, 안녕하십니까? 중국입니다.

- 최근까지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제재에 적극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화물에 대한 검사가 강화됐다는 보도도 있었는데요, 이와 관련해 국경지방에서 감지되는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우선, 사실과 많이 다르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특히 이같은 소식은 지난 2월 21일, '중국 교통운수부 국제합작사'가 유엔안보리 결의 2087호와 1718호, 1874호를 충실히 이행하라는 공문이 나온 이후부터 많이 나왔는데요, 일단 내용이 사실보다 많이 부풀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북․중 간 무역을 담당하는 사람들을 수시로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무역 업무를 수속해주는 대리회사 직원들과도 대화를 나눠보면 거의 모두가 "사실과 다르다"고 말합니다. 주문이 없어서 그렇지, 해관 검사가 까다로워져서 무역을 못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화물 트럭 운전사들이 개인적으로 산 물건을 운전석 뒤에 싣고 가는 것을 단속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평소에도 늘 있던 것입니다.

또 세관 검색대에서 북․중간을 오가는 사람들의 짐 보따리를 직접 열어보라는 주문이 전보다 자주 있기는 하지만, "이는 그동안 중국 양회와 맞물려 보안검색을 강화한 탓으로 봐야지, 대북제재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이곳 관계자들의 말입니다.

- 네. 지난 2월 초, 북한의 3차 핵실험 직전에도 북한의 들어가는 화물의 세관검사가 대폭 까다로워졌다는 소식과 관련해 북․중 무역 관계자들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를 부인한 적이 있었는데요, 중국 내 북한 식당의 사정은 어떻습니까? 최근 중국 내 북한 식당에 중국 공안과 세관이 들이닥친 일도 있었습니다만...

[김준호 특파원] 네, 북한 식당과 관련된 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개인적인 손님과 함께 중국 단둥에 있는 북한식당에 가 식사를 하면서 북한 술의 판매현황을 알아봤는데, 북한의 전통술인 들쭉술과 인삼술 등을 종전과 다름없이 그대로 팔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술들에 수입 관세를 낸 증지가 붙어 있지 않은 것을 볼 때 정식으로 수입절차를 거쳐 들여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중국 내 북한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 중에 불법 취업자는 없고, 오히려 "중국 조선족이나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친척방문으로 온 사람, 또는 도강증으로 중국에 넘어와 단기간 취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지를 단속하는 공안 요원들의 움직임이 있기는 하다"고 식당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이밖에도 당시 중국 공안이 북한 식당에서 가짜 약품을 몰래 파는지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원래 북한식당에서 약품을 판매하지 않고요, 다만 식당 지배인과 안면이 있는 사람이 개인적으로 부탁하면 구해주는 실정입니다.

- 네. 북한으로 들어가는 화물, 중국 내 북한 식당에 관한 단속을 대북제재의 흐름과 밀접하게 연관 짓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요, 한 가지만 더 짚어보지요. 최근 중국 당국이 중국 기업에 불법으로 취업하는 북한 노동자들에 대해 단속에 나서지 않았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네, 지난 연말과 연초에 귀국했던 북한 근로자들이 다시 중국에 입국하려 했지만, 지방 공안당국의 비협조로 입국하지 못한 사례가 몇 건 있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 기업에서 일하려면 우선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기업이 성 정부의 허가를 받고 북한 노동자들은 해당 지역의 공안국에서 취업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이에 관한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경비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실 모든 것을 생략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시 말해 북․중 비자면제 협정제도를 이용해서 한 달에 한 번씩 북한을 오가며 일을 하는 북한 노동자가 절대다수인데요, 즉 이것을 모른 척 해주는 것이 '지방 공안당국의 협조'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최근에는 지방 공안당국의 비협조로 중국에 입국하지 못했던 이들 모두가 현재 중국에 들어와 조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요, 중국이 원리원칙대로 외국인노동자에 관한 취업규칙을 적용하면 북한 노동자들의 중국 진출에 결정적인 타격이 되지만, 사실 이마저도 계속 눈감아주고 있습니다.

- 결국, 대북제재의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데요, 일단 미국은 중국이 대북제재에 적극 나서줄 것을 기대하는 듯합니다. 중국도 유엔 안보리 결의에 동의했기 때문에 아무런 행보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현지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네. 물론 북한의 계속된 도발행위에 관해 중국도 불편한 속내를 감출 수는 없는데요, 중국으로서는 기본적으로 한반도의 비핵화도 중시하지만, '북한 정권의 붕괴로 인한 혼란 방지'가 최우선 현안이라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중국이 대북제재에 관한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는 찬성표를 던졌지만, "북한의 제재는 적절한 수준이어야지, 지나치면 한반도 정세의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따라서 중국이 식량이나 에너지 원조 등을 줄이는 대북제재는 가할 수 있어도 미국이나 일본, 한국 등이 요구하는 수준의 강도 높은 제재에는 발을 맞추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 중국 외교부가 지난 23일, 기존의 한반도 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 점도 이를 뒷받침하지 않나 싶은데요, 그래도 3차 핵실험 이후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냉랭해진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특히 북․중 간 경제협력의 양대 핵심사업으로 꼽히는 라선 특구와 황금평 개발에 어떤 차질은 없을까요?

[김준호 특파원] 네. 중국도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로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에 관한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습니다만 지금의 냉랭한 분위기가 어느 정도 숨 고르기를 끝내면 정상을 되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라진항에 대한 진출은 중국의 길림성 정부가 추진 중인 장-치-투 경제개발 계획에서 꼭 필요한 핵심사업이고요, 황금평 개발은 이와 맞대고 있는 요녕성 정부에게 큰 매력이 없는 사업이지만, 이를 외면하면 길림성 정부의 숙원인 라진항 진출에 북한이 딴죽을 걸 수 있기 때문에 사업 추진은 느리게나마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 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소식 고맙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네. 고맙습니다.

- 지금까지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이었습니다.

한국의 고위 정부관계자를 인용한 한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이 공식적으로 대북 제재와 관련한 지침을 내린 것을 확실합니다.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의 중단과 국경지역의 검역 강화 등에 관해서도 중국 정부와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한국 정부 관계자의 설명인데요,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에 기대하는 분위기와 비슷합니다.

이처럼 외부에서는 중국이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정작 북․중 국경지방과 중국 내에서 체감하는 것은 차이가 있는 듯 보입니다. 실제로 북한의 고위층이 대북제재를 비웃듯 중국 북경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사치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앞으로 중국이 미국, 한국 등 국제사회의 바람대로 대북제재를 얼마나 성실하게 이행해줄지, 정말 북한에 대한 중국의 생각이 바뀐 것인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