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북한에서는 지난 2월부터 '국가안전보위부'가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탈북 방지를 위한 강연을 진행한 바 있는데요, 최근에는 북한 보위부가 국경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탈북자 가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강연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탈북자 가족의 3대를 멸한다'라는 과격한 내용인데요,
"북한 내 소식을 한국에 전하는 일이 계속되기 때문에 탈북자 가족을 내세워 '외부와 연락하는 일이 탈북자 가족 중에 발각될 경우 모두 멸족시키겠다'는 아주 강한 협박이 강연의 목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북한 보위부가 강연을 통해 '탈북자 가족의 3대 멸족'을 강조한 것은 탈북자 가족들을 위협하고 외부와의 연결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특히 당 대회를 앞둔 70일 전투 기간에 주민의 불만과 사회적 동요를 막고 체제의 안정을 꾀하려는 시도로 풀이됩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 보위부, 함경북도 주민 대상 강연회에서
- 탈북자 가족 앞세워 공포 정치 계속
- 함경북도 중심 국경 지역에 강연 계속, 단속 강화도
- 당 대회 앞둔 '70일 전투' 기간에 주민 통제 목적
최근 북한이 국경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탈북자 가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보위부 강연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는 지난 21일, 모든 인민반에 담당 보위원이 나와 "탈북자 김영남의 가족 3대를 멸한다"는 내용의 강연을 진행했다고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해왔는데요,
'아시아프레스'의 내부 협력자가 전한 강연 내용에 따르면 보위부원은 "나라를 배신한 것도 모자라 남조선에서 반동 단체를 만들고 반공화국 행위를 하는 '김영남'의 죄를 전하면서 "지금까지 공화국은 광폭정치로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용서했지만, 이제는 이들을 쓸어버릴 때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강연의 의도에 대해 내부 협조자는 "탈북자들이 북한을 비방하는 가운데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엄포를 줘 한국에 있는 탈북자에게 알려지도록 하려는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하는데요,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요즘 시기에 왜 이같은 보위부 강연이 있었는지를 잘 생각해 봐야죠.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데다 당 대회를 앞두고 70일 전투 중인 가운데 보위부가 이런 강연을 하는 목적은 당연히 '한국과 연락하지 말라'는 거죠. 또 북한 내 소식을 한국에 전하는 일이 계속되기 때문에 탈북자 가족을 내세워 '외부와 연락하는 일이 탈북자 가족 중에 발각될 경우 모두 멸족시키겠다'는 아주 강한 협박이 강연의 목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당시 강연에는 탈북자 김영남 씨가 예가 됐습니다.
보위원의 주장에 따르면 탈북자 김 씨는 10여 년 전에 탈북했고, 현재 한국에서 단체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2012년경에는 함경북도 국경 지역에 사는 남동생에게 북한의 영생탑을 폭파하라고 지시하기도 한 인물이라는 겁니다.
또 보위부의 강연을 들은 북한 주민은 '현재 북한에 살고 있는 김영남의 동생이 당시 영생탑 폭파 지시를 자발적으로 보위부에 신고해 칭찬도 받았는데, 지금은 3대를 멸족한다고 하니 어떻게 처리될지 궁금해하고 있다'면서 북한에 남아있는 탈북자 가족이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는데요,
하지만 이시마루 대표는 과거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까부수는 모임인 '동까모'와 탈북자들의 영생탑 폭파 시도 등은 신빙성이 없는 북한 당국의 조작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합니다.
또 조사 결과, '동까모' 사건이 실제로 있었는지 의심스럽고, '김영남'이라는 탈북자의 존재도 확인되지 않았는데요,
[Ishimaru Jiro] 제 견해에 따르면 '동까모'라는 모임이나 영생탑 폭파 시도 등은 신빙성이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행동까지 나설 조건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이는 탈북자에 대한 경계심과 국경 지대 주민의 긴장을 높이기 위한 북한 공안 당국의 조작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정보 수집을 해 봤지만, 북한 당국이 발표한 것 이상의 직접적인 정보가 하나도 없었거든요.
따라서 북한 보위부가 강연을 통해 '탈북자 가족의 3대 멸족'을 강조한 것은 '동까모'의 실체를 다시 꺼내 탈북자 가족들을 위협하고 외부와의 연결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북한에서는 2월 들어 국가안전보위부가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탈북 방지를 위한 강연도 진행했습니다. 북한 북부 지방에서 국가안전보위부가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의 비참한 삶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며 "일자리를 얻지 못해 굶주리며 고생하고 있다"고 선전했는데요,
이는 국가안전보위부가 영상을 통해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가 비참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북한 주민이 한국에 대해 환멸을 느끼게 하는 심리전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북한 주민의 생활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운데 당 대회를 앞둔 '70일 전투'로 각종 부담까지 늘어나면서 북한 주민의 불만을 단속하고, 사회의 동요와 탈북 등을 차단하려는 북한 당국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는 겁니다.
[Ishimaru Jiro] 그렇지 않아도 북한 지방 주민의 생활이 매우 어렵습니다. 당 대회를 앞두고 통제도 심하고 동원도 많고, 강제로 저축까지 하라는 여러 부담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사람들의 불만이 굉장히 많아요. '차라리 탈북하자'라는..., 한국에 있는 가족의 도움을 받고 탈북하려는 움직임을 막으려는 것이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탈북자 가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는 강연은 함경북도 전체, 또는 국경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북한 당국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주민의 불만과 동요를 누그러뜨리려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Ishimaru Jiro] 지금은 탈북 자체가 매우 어려워졌어요. 탈북 브로커를 취재해보면 지금 통제가 너무 심하니까 경비도 많이 올랐고, 가족을 탈북시키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해줄 브로커가 많지 않아서 계속 사람들이 기다린다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김정은 체제가 국경 질서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은 사실인 것 같고요, 김정은 체제로서는 역사적인 당 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체제를 싫어해 사람들이 탈북하는 일이 생기면 권위가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중앙에서 강한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봅니다.
지금도 북한 당국은 최근 국경 경비대를 교체하면서 북한 주민의 탈북 방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국경 경비와 체제 선전을 강화한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요,
최근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문제를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안전보위부가 공개된 주민회의에서 '3대 멸족'을 거리낌 없이 운운하는 것은 북한의 심각한 인권 실태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