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강연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북한이 '무수단'으로 추정되는 중거리미사일을 동해안으로 이동시키고 미국이 괌에 미사일 요격체계를 긴급 투입키로 했다. 사진은 '무수단' 추정 미사일.
북한이 '무수단'으로 추정되는 중거리미사일을 동해안으로 이동시키고 미국이 괌에 미사일 요격체계를 긴급 투입키로 했다. 사진은 '무수단' 추정 미사일.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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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북한이 최근 탄도미사일을 동해안으로 이동시키고, 개성공단에 관한 통행금지 조치를 내린 데 이어 평양에 주재하는 외국 공관들의 직원 철수를 권고하는 등 전쟁 위협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요, 반면 북한 내부에서는 지난 1일부터 장마당이 다시 열리고, 주민의 이동 제한도 풀린 데다 세관도 정상화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란 내용의 강연까지 열렸다고 하는데요,

"무슨 내용이냐 하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걱정 말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강연회였다고 합니다. 당국에서 강연회를 통해 너무 고조된 긴장 분위기를 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은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오늘날 북한 내부의 소식을 살펴봅니다.

- 강연에서 "전쟁 안 일어나니 걱정 말라"강조

- 만약 전쟁해도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를 만큼 순식간에?"

- 1일부터 장마당과 국경 지방 세관 정상화

- 주민 통제도 완화, 지방행 통행증 발급

- 겉으로는 위협 수위 높이지만 내부적으로 완화 움직임

북한이 전쟁위협의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습니다. 북한이 최근 탄도미사일을 동해안으로 이동시킨 데 이어 개성공단에 관한 통행금지 조치를 내리고, 5일에는 평양에 주재하는 외국 공관들의 직원 철수를 권고하는 등 전쟁 위협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데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취재에 따르면 북한 정권은 꺼져나는 전쟁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편으로는 북한 내부에서 장마당과 국경지방의 세관이 정상화되고, 주민의 이동도 허용한데다 강연을 통해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등 긴장을 완화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북한 국경지방에 거주하는 내부 협조자의 말을 인용해 "최근 일촉즉발의 전쟁 분위기와 달리 내부적으로는 분위기가 많이 완화됐다"고 말했는데요, 북한 당국이 강연회를 통해 "전쟁은 일어나지 않으니 걱정 말라"고 강조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북한 당국에서 강연회를 했다고 합니다. 무슨 내용이냐 하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걱정 말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강연회였다고 합니다. 그동안 전쟁을 한다고 선전하면서 북한 내부 주민 사이에 전쟁에 관한 공포 분위기가 많이 고조됐고, 실제로 장마당을 폐쇄하거나 이동통제를 강화하면서 전쟁 분위기가 많이 확대했는데요, 당국에서 강연회를 통해 너무 고조된 긴장 분위기를 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실제로 '아시아프레스'가 양강도 지방의 내부 협조자와 직접 통화한 내용입니다.

- 여기서 듣기로는 그쪽의 정세가 원래보다 많이 완화됐다는 소리도 있는데, 지금 정세가 어떻습니까?

[취재 협조자] 정세가 많이 좋아졌소. 정세가 이래도 평상시처럼 장마당도 다 하고 단속을 세게 하거나 이러지는 않습니다. 세관문도 열려서 왔다 갔다 합니다.

- 개성공단도 통제하고 정세가 더 긴장된 것 같더니...

[취재 협조자] 사람들에게 전쟁에 대한 공포증을 갖지 말라고 선전하고 있소. 그리고 또 전쟁이 일어나도 하룻밤 자고 나면 전쟁이 종결된다는 주입을 많이 주오. 그리고 전쟁이 일어나도 우리는 근심하지 말라고 그럽니다. 그래도 전쟁이 일어날 것 같진 않소.

이같은 대답은 다른 취재협조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오늘 전화를 걸어온 다른 분도 똑같은 내용을 말해줬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도 하룻밤 자면 끝난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매우 강한 핵무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하룻밤 자면 승리로 전쟁이 끝난다'는 내용의 강연회를 한다는 거죠. 당국에서 공식적으로 전쟁에 관한 공포심을 갖지 말고,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 참 재미있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 강연회라는 것은 뭐요?

[취재 협조자] 예, 사람들이 '전쟁한다, 안 한다'며 유언비어가 많으니까 전쟁 안 한다는 내용으로 강연회를 했소.

- 그렇소? 그 내용이 참 궁금하구먼.

[취재 협조자] 그냥 전쟁이 안 일어날 것이고, 한다 해도 전쟁을 하는지 안 하는지 모르게 한다는 내용이요.

- 하는지 안 하는지 모르게 한다는 게 무슨 소리요?

[취재 협조자] 아~ 그러니까 핵무기랑 가지고, 우리 인민들이 자고 일어나면 전쟁이 끝난다는 거요. 우리가 자고 일어나면 전쟁이 끝나고 통일이 될 만큼 무기가 강하고, 몇 시간 내로 전쟁한다는 거요.

북한 내부적으로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 2월 중순 이후 전쟁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생활의 어려움에 따른 북한 주민의 불만이 커지고, 실제 전쟁을 기대하는 일부 세력은 물론 전쟁에 관한 유언비어도 적지 않아 사회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또 주민을 대상으로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며 강연까지 한 이유는 실제로는 전쟁을 할 의지가 없다는 북한 당국의 의도를 보여준 것이란 게 이시마루 대표의 설명인데요,

[Ishimaru Jiro] 두 달 가까이 긴장을 고조시켰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의 반발이 쌓이고 있습니다. 장사에 많은 지장이 생겼고, 생활에 대한 고충이 많아 이것을 방치하면 김정은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 있으니까 국내 분위기를 완화해야 하는 시기가 올 것을 예측했는데요, 이것은 북한 내부의 취재 협조자들도 3월 중순부터 3월 말 정도 되면 내부 분위기를 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내부 취재협조자에 따르면 북한의 장마당은 지난 4월 1일 이후 이전과 같은 모습을 되찾았는데요, 단속 없이 북한 주민이 장마당에 나가 매매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직 통제는 남아 있지만 다른 도시에 가려는 주민에 대해 통행증도 발급해주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지난 1일부터 세관이 문을 열어 중국과 왕래가 시작됐고 많은 중국 물품이 북한으로 들어오고 있는데요, 이는 장사를 포함한 경제활동을 재개하는 북한 당국의 조치로 풀이됩니다.

최근 북한의 계속된 위협과 관련해 미국의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은 5일 AP통신과 한 회견에서 "이는 수십 년 동안 반복된 오래된 패턴"이라고 말했는데요, 이는 현 상황이 전쟁으로 치달을 것으로 믿는 않는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AP통신은 해석했습니다.

또 최근 외국공관의 직원에게 철수 통보를 권고한 것과 관련해 영국 외무부도 이는 '수사적 표현'으로 본다고 말했는데요, 실제 전쟁의 가능성을 염두해 철수를 권고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미국과 한국을 겨냥해 군사적 도발의 위협을 높이는 북한, 하지만, 북한 내부적으로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가운데 한껏 고조된 전쟁 분위기의 완화를 꾀하는 분위기에서 북한의 진짜 의도를 살짝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Ishimaru Jiro] 물론 표면적으로는 북한 당국에서 전쟁 분위기를 유지하고, 미사일을 동해안으로 이동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전쟁분위기를 완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