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곡창지대인 황해도 주민도 바닷물에 절인 무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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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작합니다.

- 수산물 채취하던 해주 주민 "이젠 군대가 입장료 받는다"
- 사리원역 앞에는 꽃제비로 가득
- 내부 통제, 국경 경비의 강화로 사람·물자 유통 막혀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하는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북한 내부기자가 취재한 소식, 그리고 취재 협조자가 전한 생생한 북한 뉴스를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전해 드립니다. 오늘도 일본의 이시마루 대표가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안녕하세요.

[이시마루 지로] 네, 안녕하세요.

- 이시마루 대표님, 오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에서 오랜만에 뵙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이시마루 지로] 네. 중국에 취재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 네, 취재 여행은 잘 다녀오셨습니까?

[이시마루 지로] 네, 중국의 통제가 심해져서 북한 내부기자와 접촉이 쉽지 않았습니다.

- 네. 오늘은 4.15 태양절을 앞두고 북한 내부의 경제 상황에 대해 전해 주신다고 하셨는데, 특히 황해도 지방의 상황을 취재하셨다고요?

[이시마루 지로] 네. 아시아프레스의 북한 내부기자가 지난 2~3월에 황해남도와 황해북도를 취재했습니다. 그것을 중심으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 올해는 북한이 강성대국을 주장하는 해이기 때문에 더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강성대국을 말할 때에는 경제를 빠뜨릴 수 없잖아요? 황해도 지방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이시마루 지로] 저도 '북한 지방의 상황은 어떤가?' 일반 주민의 생활은 어떨까?' 하며 계속 걱정했는데요, 평양에 거주하는 내부기자에게 황해도, 특히 농촌 상황이 어떤지 취재를 요청했습니다. 내부기자가 평양에서 열차를 이용해 사리원 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평양에서 사리원까지 약 90km 되거든요. 지금은 열차가 3~4일에 한 번 밖에 운행이 안 된다고 합니다. 열차의 운행이 왜 안 되는지 알아보니까 북한의 열차는 원래 전기로 움직이는 전차였는데 워낙 전력난이 심해서 기차 운행이 어려우니까 그 대책으로 몇 년 전부터 중국제 디젤 기관차를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디젤 기름값이 많이 오르면서 여전히 열차의 운행이 잘 안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부기자가 버스로 사리원까지 다녀왔습니다.

- 사리원을 중심으로 황해도 지방 내 북한 주민의 생활, 한눈에 보기에 어떻던가요?

[이시마루 지로] 황해남도와 황해북도는 북한의 곡창지대로 농사의 중심지인데,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농촌의 생활의 대단히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황해남도 해주 부근은 바닷가에 가까워서 비교적 생활이 괜찮았는데요, 바다에 나가면 조개도 있고, 미역도 따다가 장마당에 팔면 현금을 벌 수 있었는데, 지금은 바다에 나가는 것도 군대가 관할해 입장료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바닷가에 사는 농민들은 바다에서조차 마음대로 수산물을 거둘 수 없는 상황이 됐고요, 해주시 인근의 한 농촌에서는 쌀이나 강냉이가 거의 다 떨어져서 지금은 땅을 파고 바닷물과 함께 넣은 무를 조금씩 먹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것도 보관이 잘 안 될 것 아닙니까? 그래서 배추나 무의 상태가 금세 나빠지는데, 그런 것을 먹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또 사리원에 갔을 때도 사리원 역 앞에 꽃제비가 정말 많이 모여서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 북한의 농촌 지역이 어렵다는 말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만 특별히 곡창지대인 황해도 지방의 생활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시마루 지로]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하나는 작년 농사가 대단히 나빴는데 비료가 많이 부족했다고 하고요, 작년에 황해도 지역의 수해가 심각했다는 거죠. 그리고 북한은 현재 군인들도 영양실조에 걸릴 만큼 식량난이 심각한데요, 이것을 보충하기 위한 군량미를 바치라는 할당량이 농촌 지역에 많이 배정됐습니다. 특히 황해도 지역은 곡창지대라서 군대뿐만 아니라 평양 시민에게 보내는 '수도미'까지 담당하기 때문에 현지 농촌지방에는 2~3월부터 먹을 것이 많이 부족한 상태라고 합니다. 그리고 쌀을 생산해도 국가나 군대에 바쳐야 하기 때문에 농민들의 생산 의욕도 많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또 농촌뿐만 아니라 도시에도 통제가 강화되면서 장사를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북한 주민 대부분은 장사를 해서 먹고 사는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이후 사회통제가 매우 심해졌습니다. 요즘은 통행증 발급 절차가 많이 엄격해졌고, 중국에 친척이 있는 사람도 김 위원장의 사망 이후에도 허가가 거의 나지 않는 데다 국경 지방의 경비도 많이 강화되면서 밀수나 비법 월경도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사람과 물자의 유통이 거의 막혔다고 볼 수 있고, 결국 장사가 잘 안된다고 말할 수 있죠.

- 북한 주민, 김정은을 '수상'이라고 불러
- 김정은 시대에 대한 기대 반, 우려 반
- 태양절 앞두고 충성의 노래 모임, 인민반 회의, 공급 할당량으로 바빠
- 계속된 통제, 경제 상황 악화로 오히려 김정일 위원장 그리워하기도...

- 황해도 지방의 어려운 생활상을 전해주셨는데요, 그러면 지금 상황에서 현지 주민이 태양절과 강성대국 원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이시마루 지로] 네. 내부 취재 기자가 황해도 지방에서 김정은 시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이런 식의 표현을 했다고 해요. 재미있는 것은 김정은을 '새 수상', '새 수상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새 수상이요?) 지금 상황에서 다만 군대에서 최고 사령관이 됐지만, 김정은이 노동당의 최고 책임자도 아니고, 정부의 최고 권력자도 아닌 것 같고, 그래서 호칭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4.15가 되면서 공식적으로 김정은 체제가 출발하게 되는데요, 어떤 사람들은 김정은 시대에 대해서 '새 시대가 되면 더 나빠질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고, '새 수상님이 외국에서 살았다고 하니 지금과 다른 새로운 정책을 펼치지 않을까?'라며 기대를 나타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 걱정 반, 기대 반의 반응이 있다는 말이군요.

[이시마루 지로] 그렇죠. 취재 기자의 말을 듣고 느낀 건데요, 북한 주민은 김정은이 어떤 인물인지 아직까지 잘 모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의 출발이 다가오고 있는데, 지금 경제상황이 너무 안 좋으니까 '새로운 세대에 대한 기대 반, 좋아질 가능성이 없다는 사람 반으로 나뉜 것이 아닌가?' 라고 느꼈습니다.

- 김정은에 대한 북한 주민의 평가는 기대 반, 우려 반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태양절을 앞두고 요즘 어떤 분위기가 조성됐는지 궁금한데요,

[이시마루 지로] 함경북도 무산군의 취재 협조자가 전해 줬는데요, 현재 4.15에 모든 것이 집중돼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충성의 노래 모임', '인민반 회의', '생활 총화' 등으로 매우 바쁘다고 합니다. 매일매일 행사와 회의가 있고요, '행사를 위해 돈을 좀 내라', 아니면 '고철을 좀 바치라'는 등 요구사항도 많다고 합니다. 또 세대교체, 정권 교체의 시기를 맞아 통제가 많이 강화되면서 '수령님, 장군님이 살아계셨을 때가 얼마나 좋았나'라는 표현까지 나온다고 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이후 계속 통제가 심해지고, 행사 동원만 많아지면서 장군님이 살아계셨을 때가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말도 들린다고 합니다.

4.15 태양절, 강성대국 원년을 선포하고 있지만, 여전히 북한 주민이 생활 속에서 이런 것을 느끼기에는 모든 것이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까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한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네, 감사합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