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인권, 수용소부터 일상생활까지

조지워싱턴대학의 남북한 정치학 수업에서 열린 북한 인권에 관한 발표수업 모습.
조지워싱턴대학의 남북한 정치학 수업에서 열린 북한 인권에 관한 발표수업 모습. (RFA PHOTO/ 노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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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국제관계대학원에서 북한의 인권에 관한 이색적인 발표수업이 있었습니다. 6권의 책을 통해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부터 북한 주민의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탈북자의 증언은 물론 미국인 탈영병과 외국인 작가의 눈으로 본 북한의 인권상황을 총망라한 발표 수업이었는데요,

"요덕 수용소가 얼마나 큰지, 생활환경이 얼마나 나쁘고 힘든지 알고 있었지만, 그곳에서 나온 사람으로부터 직접 들으니까 깜짝 놀랐어요."

"학생들이 서로 다른 정보를 접하고 이를 공유함으로써 현재 북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죠."

북한 주민의 인권은 물론 탈북자의 멀고 험난한 여정, 중국 정부의 강제북송 정책에 이르기까지 미국 학생들이 오늘날 북한 주민이 직면한 인권 문제를 되짚어본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조지워싱턴대학, 북한인권 관련 발표 수업 현장

- 북한 인권 다룬 6권의 책, 수용소부터 일상생활까지

- 탈북자, 미군 탈영병, 외국인의 눈에 비친 북 인권은?

- 북한의 인권문제, 정치조직과 연계해 이해

- 남북한 정치구조․환경도 비교, 분석

[현장음: '요덕 수용소' 소개]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 위치한 조지워싱턴대학교. 지난 9일, 실레스트 에링턴(Celeste Arrington) 교수의 지도로 진행되는 남북 정치학(Politics of Two Koreas) 수업에서 학생들의 이색적인 발표가 있었습니다.
직접 정치범 수용소를 겪은 탈북자의 증언을 통해, 40년간 북한 생활을 체험한 미국인 탈영병의 체험을 통해, 그리고 수백 명의 탈북자를 인터뷰하면서 느낀 외국인의 판단을 통해 하나하나 모아진 북한 현실에 관한 조각들은 '북한 주민의 인권'이라는 큰 그림을 만들어냅니다.

발표에 나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조지워싱턴대학의 남북한 정치학 수업에서 열린 북한 인권에 관한 발표수업 모습.

[Matt Amerige] 제가 오늘 설명한 책은 신동혁 씨의 이야기를 다룬 '14호 수용소 탈출'인데요, 책은 수용소 안에서 있었던 일들을 매우 자세히 전해주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독일 나치 정권 시절의 수용소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북한은 처음이에요. 규모나 잔인함 등에서 북한의 수용소가 (나치의 수용소보다) 더 심각한 것 같습니다. [Alex] 생활이 힘들어도, 그들 가운데 아직 유머가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매일 농담도 하고, 영화를 보면서 누군가 방귀를 뀌고... 그렇게 인간성을 잃지 않고 있다는 건데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못 살 것이다'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또 가장 슬픈 것은 이 책을 쓴 사람은 수용소에서 나왔지만, 대부분 사람은 나올 수가 없다는 것이었어요.

이날 발표에는 북한 내부의 인권문제뿐만 아니라 북한을 떠난 탈북자와 중국 정부의 강제북송 정책에 관해서도 짚어봤습니다. 이미 한국에는 자유를 찾은 2만 5천 명의 탈북자가 정착해 살고 있지만 2천500만 명의 주민이 여전히 북한에 살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비록 대학교에서 진행된 작은 발표 수업에 불과하지만 이날 학생들이 느낀 바는 적지 않습니다. 에링턴 교수는 책에서 서술한 북한의 인권문제를 북한의 체제, 정치조직과 연관 지어 생각해보길 주문했는데요, 특히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한 한국과 여전히 독재정권을 이어가는 북한을 비교하는 데 인권문제는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Celeste Arrington] 학생들이 책마다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집중했는지를 보고 놀랐습니다. 또 각 책에 나온 내용뿐만 아니라 작가의 내면에 관해서도 잘 이해하는 듯했습니다.

[Alex Forster] 도움이 아주 많이 된 것 같아요. 한국에 살면서도 북한에 갈 수도, 볼 수도 없었고, 뉴스에서도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잖아요. 수업을 들으니까 더 자세히 알게 되고 여러 가지를 배웠어요. (북한을 이해하는데) 수업이 아주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한편, 미국의 유명 대학에서 남북한에 관해 가르치는 수업은 이제 놀랄 만한 일이 아닙니다.

그만큼 북한에 관해 관심을 두고 더 알고 싶어 하는 학생이 늘어났다는 말인데요, 조지워싱턴대학 국제관계대학원의 남북정치학 수업은 한국과 북한의 정치 구조와 환경을 다각적으로 비교하고 특히 북한의 김일성 전 주석부터 김정일, 김정은 체제에 이르기까지 이해집단을 둘러싼 정치 환경과 정책결정 과정의 변화 등을 비교, 분석하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6개의 팀으로 나뉜 학생들이 각각 '북한 주민의 인권'을 다룬 책을 읽고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문제에 관해 발표하며 토론하는 시간을 가진 겁니다.

이날 발표의 소재로 사용된 책은 모두 6권입니다. 14호 개천수용소 출신 신동혁 씨의 이야기를 다룬

'14호 수용소 탈출(Escape from Camp 14)'

, 15호 요덕 수용소의 이야기를 담은 탈북자 강철환 씨의

'평양의 수족관(The Aquariums of Pyongang)'

을 비롯해 자유를 찾는 탈북자들의 길고 험난한 여정을 그린

'북한으로부터 탈출(Escape from North Korea)'

, 북한 주민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역경과 고난을 서술한

'부러울 것 없어라(Nothing to Envy)'

그리고, 미군 탈영병 찰스 로버트 젠킨스 씨가 40년간 북한에서 겪은 일들을 집필한

'마지못해 된 공산주의자(The Reluctant Communist)'

등이었습니다.

에링턴 교수는 북한 주민의 일상생활에서부터 정치범 수용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과 정보를 통해 북한 주민의 삶, 인권 문제를 짚어보는 것이 이번 발표수업의 목적이라고 말합니다.

[Celeste Arrington] 학생들이 서로 다른 정보를 접하고 이를 공유함으로써 현재 북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죠. 정치범 수용소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인권 문제에서부터 북한 주민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에 이르기까지, 각 책이 전하는 내용과 정보를 통해 함께 고민해보고, 비평도 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이번 수업의 의도입니다.

학생들의 발표는 매우 진지했습니다.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정치범 수용소와 관련한 위성사진,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인권 유린 실태에 관한 그림들, 자유를 향한 탈북자들의 탈북 경로를 그린 지도는 물론 북한 안에서 벌어지는 식량부족과 인육 사건에 관한 설명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은 각 책이 전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오늘날 북한의 현실을 조금씩 이해해갑니다.

또 단순히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인권, 탈북자 문제 등을 북한의 체제와 연계해 이해하려는 노력도 엿보였는데요,

조지워싱턴대학의 남북한 정치학 수업에서 열린 북한 인권에 관한 발표수업 모습.

[Alex] 제가 발표한 책은 요덕 수용소에 관한 '평양의 수족관'인데요, 요덕 수용소가 얼마나 큰지, 생활환경이 얼마나 나쁘고 힘든지 알고 있었지만, 그곳에서 나온 사람으로부터 직접 들으니까 깜짝 놀랐어요.

특히 한국에서 7년간 영어 선생님으로 근무한 탓에 한국말이 유창한 알렉스 씨는 열악한 정치범 수용소 안에서도 수감자들 가운데 유머가 있고, 인간성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점도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