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13일 북한이 발사를 강행한 장거리 로켓은 결국 발사한 지 1~2분 만에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이번 장거리 로켓 발사에 들어간 돈은 약 8억 5천만 달러, 북한 주민의 1년 치 양식에 해당하는 돈이 1~2분 만에 공중에서 사라진 겁니다.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이같은 도발행위를 비난하고 이에 상응하는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 정부는 이미 대북 식량지원을 중단했습니다.
결국, 강성대국의 선포와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목적으로 무리하게 시도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국제사회의 비난과 강력한 대응을 불러왔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북한 주민에게 돌아가게 됐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하나같은 시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북한은 4월에 당 대표자회와 장거리 로켓 발사, 최고인민회의 개최, 그리고 태양절 행사 등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위한 정치․․외교적 행사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4월 행사를 위해 지금까지 들어간 돈만 수십억 달러일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하지만 4월 이후, 북한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정책은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경제 악화로 북한 주민의 생활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 이달 초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총리가 될 것이란 소문이 중국과 북한 내부에서 확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같은 소문이 확산한 배경에는 장성택 부위원장 같은 실세가 중국식 개방을 통해 북한의 경제 정책을 바로 잡아줬으면 좋겠다는 희망 사항이 반영됐다고 이 소문을 접한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고 김정일 위원장의 기존 노선을 밟아온 4월, 이후 아무것도 없어
- 수십억 달러 쏟아 부어 경제적 악화 심화할 듯
- 경제 위기 속 정책 결정 과정에서 권력층 간 갈등도 불가피
4월 11일 당 대표자회, 13일 장거리 로켓 발사와 최고인민회의 개최, 15일, 고 김일성 국가주석의 100회 생일과 강성대국 선포 등 북한은 모든 일정과 역량을 4월의 정치․외교 행사에 맞춰왔습니다. 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된 것으로 북한 당국으로서 4월은 김정은 체제를 확고히 하고 이를 선전하는데 매우 중요한 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4월의 모든 일정은 계획대로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모든 힘과 돈을 쏟아 부었던 4월의 일정이 끝난 이후 북한이 제시한 정책이나 앞으로 나아갈 방향 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계획한 대로 장거리 로켓도 쏘고 모든 행사도 마무리 한 이후의 어떠한 전망도, 비전도 없다는 건데요, 오히려 북한 주민의 경제생활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만 남았습니다.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의 설명입니다.
[고영환 실장] 말 그대로 4월 한 달이 계속해서 행사이고 명절인 셈인데, 이 모든 행사준비와 진행에 돈이 한두 푼 드는 것이 아니거든요. 저는 이 행사들을 보면 1989년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이 생각납니다. 13차 축전에 온 국가가 다 동원됐고 이 축전에 사용된 외화만 수십억 달라는 넘었을 거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때 13차 축전이 북한경제를 완전하게 무너뜨렸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4월의 축전에 쓰는 돈은 그때보다 더 많은 것 같아요.
북한 사정에 밝은 중국의 대북 소식통도 북한 당국이 4월까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세웠던 기존의 길을 걸어왔고 북한 전체가 4월 행사에 집중해 움직이고 있지만 이후에는 경제적 악화와 권력 내부의 갈등이 예상된다고 내다봤습니다.
장거리 로켓과 각종 행사로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었기 때문에 오는 가을에는 식량을 비롯한 경제적 위기가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큰 데다 이제는 김정일 위원장이 없는 상황에서 정책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계파 간 권력자들의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북한의 경제 상황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사망 이후 체제 안정을 이유로 통제를 강화하다 보니 북한 내부는 물론 중국과 인적, 물적 교류가 많이 제한됐습니다. 게다가 장사도 잘되지 않아 북한 주민의 생활이 말이 아니라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또 북한 주민 가운데에는 외화벌이로 돈을 모아서 한 번에 몇억 달러를 허공에 날려버리는 북한 정권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강성대국과 체제 안정의 선포를 위해 지금까지 달려온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의 실패로 추가적인 3차 핵실험과 추가적인 도발을 예상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은데요, 하지만, 북한 주민을 위해 내놓을 정책은 무엇인지 북한 당국은 아무런 비전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고영환 실장] 명절들이 지나간 후에 북한은 무엇으로 살 것인지 궁금합니다. 아무런 전망도 없고, 앞으로의 목표도 같은 것도 전혀 없이 미사일 발사하고, 간부들이 승진하고 훈장 타는 것밖에 없으니 북한 주민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습니다.
여러분께서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듣고 계십니다.
- ‘총리설’ 신뢰성은 떨어져
- 중국식 개방, 경제 회복에 대한 희망이 ‘총리설’로 확산했을 수도
- 개방 통한 새로운 이권 다툼에서 장성택 역할도 주목
북한 사정에 정통한 중국 내 소식통은 지난 5일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총리로 내정될 것이란 소문을 들었습니다. 이 소식통은 중국의 단둥 지방을 중심으로 확산한 장성택 총리설이 새로운 지도체제 아래 생존을 위한 중국식 개방개혁을 상징하는 것이란 배경과 함께 흘러나왔다고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장성택 총리설이 확산한 곳은 중국뿐만이 아닙니다. 북한 권력층의 조직 개편과 함께 장성택 부위원장이 총리가 될 수도 있다는 소문은 북한 내부의 곳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비슷한 시기에 접촉한 북한의 내부 소식통도 장성택 부위원장이 총리가 된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 내부의 소식을 전하는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도 북한 내부에서 “13일 열리는 최고인민회의를 주목해야 한다.”, “장성택이 수상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라는 말과 함께 “북한 지도층의 조직 개편이 어떻게 될지 주목하고 있다”는 반응을 접할 수 있었다고 지난 11일 밝혔습니다.
이밖에도 자유아시아방송은 다른 경로를 통해 장성택 총리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중국과 북한 내부에는 장성택 부위원장의 총리설이 퍼져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이 소문을 접한 소식통과 전문가들은 장성택 부위원장의 총리설에 큰 신뢰를 두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일단 총리설의 근거가 약하고, 장성택 부위원장이 경제 실패에 따른 막중한 책임과 정치적 위험이 따르는 총리직을 맡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의 경제 상황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에 장성택 부위원장과 같은 북한의 실세가 중국식 개방을 통해 북한의 경제를 살렸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총리설로 확산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북한의 경제가 너무 엉터리이고 (북한의) 경제 정책이 아예 없는 것이 문제라는 점은 북한 내부에서도 다 알고 있어요. 나라가 경제 운영을 정상적으로 하려면 책임 있는 수상이 나와야 한다는 말이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장성택이 될 것이라는 말은 장성택이 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거든요.
중국의 대북소식통도 북한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세력이 주도하는 것이 맞고 장성택 부위원장이 그런 인물이라는 개연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총리설은 다만 희망 사항이지 않겠느냐는 쪽에 무게를 뒀습니다.
또 북한 경제가 당 경제, 군수 경제, 민간 경제로 구분된 상황에서 장성택 부위원장이 제일 규모가 작은 민간 경제의 수장을 맡을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만약 총리직을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김정은 체제가 북한의 경제 구조를 바꿀만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북한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장 경제 회복과 북한 주민의 생활 개선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중국식의 개방개혁을 시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또 개방과 함께 당 중심의 경제 정책을 실행하고 북한의 군부 세력이 장악한 외화벌이 사업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이권 다툼에 맞설 수 인물로 장성택 부위원장이 거론됐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비록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장성택 부위원장이 총리가 된다면 ‘중국식 개방개혁’과 ‘북한의 경제권 장악’을 점쳐볼 수 있는 중요한 변화가 될 수 있다고 ‘총리설’을 접한 소식통과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는데요, 결국 ‘장성택 총리설’의 배경에는 개방과 경제 회복, 새로운 조직에 대한 바람과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편, 지난 11일 열린 북한 당 대표자회에서 장성택 부위원장이 당 정치국 위원에 선출됐으며 장 부위원장의 측근들이 김정은 체제를 이끌어갈 세대로 두드러진 것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