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서방 세계에서 북한을 지칭할 때 '흔히 닫혀있는 사회'라고 말합니다. 정보의 흐름이 차단되어 있고, 북한에 관한 정보의 접근조차 어렵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북한 내부 소식과 북한 주민의 실생활은 늘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특히 북한 주민으로 구성된 기자단이 직접 북한 내부소식을 취재하고, 북한의 실상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일은 오늘날 북한 사회를 제대로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는데요, 오늘 <라디오 세상>은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노정민 기자와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 '아시아프레스', 이시마루 북한 팀장 미국 방문
- 로버트 킹 특사, 의회 외교위원회 관계자 면담
- PBS 방송, '비밀 국가 북한' 재방영
- Korea Society, SAIS 등에서 북한 내부 조명
- 노정민 기자, 안녕하세요?
[노정민] 네. 안녕하십니까?
- 미국의 공영방송인 PBS가 지난 1월, '비밀국가, 북한'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방영해서 북한 주민이 직접 촬영한 내부 영상을 생생하게 전했는데요, 지난 4월 초에 또 방영됐다면서요?
[노정민] 네. 미국 PBS방송의 'Frontline'이란 프로그램에서 지난 1월 14일, 그리고 4월 8일에 '비밀 국가, 북한'이 방영됐는데요, 방송 내용에는 '북한 꽃제비의 비참한 모습'부터 '팔지도 않는 선전용 물건을 진열대에 나열해놓은 평양 제1 백화점', '보안원의 단속에 거세게 항의하는 북한 여성'과 '어린 김정은 제1비서의 능력을 의심하는 정부 관리', 그리고 '자유가 없는 북한 사회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주민'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북한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물론 이 영상은 모두 북한 주민이 직접 촬영한 내부 영상인데요, 여기에는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직접 북한 내부 기자도 양성하고, 동영상도 확보해 제공했는데요, PBS의 방송 이후 미국 내에서도 북한 사회의 실상을 바로 알게 됐고, 또 더 큰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 이런 가운데 '아시아프레스'의 북한 취재 팀장인 이시마루 지로 오사카 사무소 대표가 미국의 뉴욕과 워싱턴을 방문해 북한 내부의 실상을 전하고 있다면서요?
[노정민] 네. 이시마루 대표가 지난 12일 미국 뉴욕에 도착해 14일 뉴욕의 민간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에서 외국의 언론매체들이 전하지 않는 북한 주민의 현실을 생생하게 전했습니다. 이날 공개된 내용을 보니까 '영양실조로 길에 쓰러진 북한 군인', '북한 주민들이 북적대는 장마당의 모습', '기차선로에 떨어진 석탄을 주워 파는 주민' 등 삶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이날 행사에서 이시마루 대표는 "김정은 정권이 2년이 지났지만, 주민 대부분은 여전히 김정일 시절보다 더 먹고 살기가 어려워졌다는 말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 이상 정권에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생계 수단을 꾸려가고 있기 때문에 북한 내부에는 시장 경제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 이시마루 대표가 워싱턴에서도 정부 관리와 의회 관계자들을 만난다면서요?
[노정민] 네. 이시마루 대표는 워싱턴에 도착해서 미국 현지시각으로 17일,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에서 또 한 차례 북한 사회의 실상에 관해 전할 예정이고요, 비공개회의도 갖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 국무부의 로버트 킹 북한 인권특사, 그리고 미국 상원과 하원 외교위원회의 초청을 받아 의원과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그만큼 미국 내에서도 북한 사회의 실제 모습을 알기 원하고, 오늘날 북한의 현주소에 관해 관심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미국 정부나 의회, 그리고 미국 사회가 이번 이시마루 대표의 미국 방문에 큰 관심을 둔 이유는 '아시아프레스'가 다루는 동영상과 정보가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북한 사회의 실제 모습과 북한 주민의 생각 등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아시아프레스'에서는 어떤 과정을 통해 정보를 확보하는지요?
[노정민] 보안 문제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전해 듣지 못했는데요, '아시아프레스'에서는 촬영을 '조사'라고 말합니다. 단순히 북한 내부에서 카메라를 돌려 촬영하는 것이 아니고 '지금의 북한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를 조사하기 위해 북한 내부의 기자들과 많은 논의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대에 무엇을 조사하고 촬영해야 의미가 있는가?'에 관해서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데요, 북한 내부의 촬영자가 작업을 마친 뒤 연락을 주면, 그 내용이 충분한지 다시 토의하고, 마지막으로 촬영자가 직접 국경의 강을 건너 중국까지 촬영한 내용을 가져옵니다. 그러면 '아시아프레스'가 중국까지 가서 그것을 받고 한국이나 일본에서 편집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 거죠. 물론 어려움이 많이 따르는데요, 이시마루 대표의 말을 들어보시죠.
[Ishimaru Jiro] 네, 물론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이해하시겠지만, 북한 내부의 촬영자들이 적발될 경우 정치범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점점 통제가 심해지면서 이전보다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첫째는 국경을 넘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고, 둘째는 의사소통인데요, 지금은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보내 연락을 하는데 전화에 대한 단속도 매우 심해졌습니다. 또 이전과 비교해 북한 내부의 취재활동 자체의 위험도도 높아졌고, 연락도 어려워져서 많은 지장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내부 사람들이 열심히 활동한 덕분에 내부 실상을 담은 영상이 계속 나오는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북한 내부에서 촬영한 동영상과 정보를 통해 북한 사회의 실상을 알 수 있겠지만, 또 달라진 점이나 변한 점도 많이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점을 주목할 수 있을까요?
[노정민] '아시아프레스'가 북한 내부 영상작업을 한 지 15년이 됐는데요, 지난 15년 동안 북한 사회의 변화는 엄청나다고 합니다. 특히 겉으로 보기에 북한 사회의 곳곳에 보이는 정치 구호나 지배체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사람들이 먹고사는 데 있어 배급체제가 아닌 시장 중심의 사회가 되면서 북한 사회가 크게 변했다는 건데요, 예를 들어, 시장화가 되면서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사람의 의식이라고 합니다. 생각과 의식이 아주 많이 변했다는 건데요, 이전에는 정보도 없고, 시장 활동도 몰랐기 때문에 정부나 지도자에만 의존해 살 수 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자립해서 살 수 있게 됐다는 거죠. 그러면서 "왜 북한의 인민들만 굶고 어렵게 살아야 하는가?" 라며 정치적으로도 각성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이시마루 대표의 말을 들어보시죠.
[Ishimaru Jiro] 저는 이렇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나 한국, 일본 내에서도 '북한은 여전히 변화가 없는 사회'라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리고 북한 사람들은 세뇌된 로봇처럼 '하라는 대로 하는 사람들이다'라고 보는 사람도 많고요, 그런데 세뇌된 로봇 같은 사람은 거의 사라졌다고 봅니다. 15년 동안 시장경제 활동을 통해 많이 변했고요, 그것 때문에 생활 방식이나 행동 방식 등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런 모습을 내부 취재협조자들이 찍은 영상을 통해 많이 알 수 있습니다.
- 지난 2년 동안 저희 '자유아시아방송'도 이시마루 대표와 함께 북한 사회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북한 청취자분들께 전하지 않았습니까? 점점 북한 사회를 들여다보는 눈이 많아진 것 같은데요.
[노정민] 네. 그동안 '자유아시아방송'도 이시마루 대표와 함께 북한 내부의 모습, 북한 사회의 변화 등을 실시간으로 전해드렸는데요, 국경 지방의 모습, 북한 주민의 생활, 북한의 정책 변화, 북한 주민의 생각 등, 다양한 정보를 전해드렸는데요, 아시다시피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입니다. 이처럼 북한 내부의 정보를 통해 오늘날 북한 사회가 어디가 문제인지, 또 무엇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지 정확한 진단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내부에서 촬영된 영상, 정보 등이 북한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전 세계 많은 사람이 북한 사회의 현주소, 오늘날 문제점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판단할 좋은 재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네. 이처럼 한 장의 사진이 백 마디 글이나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할 수 있다는 말이 생각나는데요, 위험을 각오하면서도 내부 정보를 전하는 북한 취재기자들의 노력도 주목을 받는 것 같습니다.
[노정민] 내,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나라라고 하지만 목숨을 걸고 오늘날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촬영해 국제사회에 알리려는 몇몇 사람들의 노력으로 베일에 싸인 북한의 모습은 점점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데요, 이시마루 대표도 늘 두려움과 긴장 속에 이런 작업을 하는 북한의 취재 기자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로 했거든요.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생생한 북한 사회의 모습을 전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 네. 이사마루 대표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도 방문해서 저희 한국어 방송 기자들과도 만날 예정이죠? 그 시간을 기대해보기로 하고요, 앞으로도 생생한 북한 사회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꾸준히 공개돼 북한을 정확히 이해하고 북한 사회를 제대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노정민 기자.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노정민] 고맙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