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태양절에 북한 함경북도 30대 여성의 말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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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북한 평양시가 지난 15일 태양절을 맞아 이날 하루 동안 전력 공급을 최대 20시간까지 늘렸다고 한국의 인권단체인 '좋은 벗들'이 18일 전했습니다.

실제로 평양뿐만 아니라 함경북도 지역에도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전력이 공급됐고 북한 주민이 텔레비전을 통해 최고인민회의를 지켜봤다고 하는데요, 북한 당국이 모든 발전소를 동원해 전력을 공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전력 사정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미지수인데요, 함경북도의 북한 주민은 "강냉이밥을 먹어도 좋으니까 전기라도 제대로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작고도 큰 소망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유엔의 반기문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유럽연합에서 한 연설에서 "현대식 에너지인 전기가 자신의 삶과 한국의 운명까지 바꿔놓았다"며 전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죠.

북한 주민 여러분, 지금 전기는 제대로 들어오는지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백 돌에 강성대국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는데, 좀 말하자면 우리가 바라는 기대와 좀 어긋난단 말입니다. 4.15 물자를 준 것 보면...야~~”,

지난 15일 북한의 태양절을 맞아 북한 주민은 많은 명절공급을 기대했지만 이에 미치지 못하자 크게 실망한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패했으니까 거기에 투자 한 돈이 다 물이 되지 않았습니까? 그 돈이면 백성 허리 좀 펴지 않겠는가?”

또 대부분 북한 주민은 텔레비전과 입소문을 통해 인공위성이 실패한 사실을 알고 있는데요, 수억 달러나 되는 돈을 한순간에 낭비한 데 대해 불만과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함경북도 북한 주민을 통해 태양절과 인공위성 발사 실패 이후의 분위기를 살펴봅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강성대국 오길 기다렸는데, 명절공급 받아보니...“아~~ 실망”
- “인공위성 쏠 돈이면 백성들 허리 좀 펴지 않겠는가? 실패 원인은 무슨...”
- 강성대국 실패는 “북한의 중간계층이 제 역할 다 못했기 때문”
- 장사는 안 되고, 물가는 오르고...쌀밥 먹기는 어려워

고 김일성 국가주석의 생일 100주년을 맞은 태양절 행사와 강성대국의 선포, 장거리 로켓인 '광명성 3호'의 발사까지 북한 당국과 주민은 분주한 4월을 보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는 명절 분위기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간 북한 사회의 소식을 곳곳에서 들어볼 수 있었는데요, 특히 북한 주민은 태양절을 맞아 북한 당국으로부터 대규모 명절공급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에 미치지 못하자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대부분 북한 주민은 '광명성 3호' 발사가 실패한 사실을 알고 있으며 허공으로 날아간 막대한 돈에 대해서도 불만과 속상함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오늘은 '아시아프레스(ASIAPRESS)'가 직접 전해 들은 북한 주민의 말을 통해 북한 사회의 분위기를 살펴보겠습니다.

태양절 행사가 열린 지난 15일, 함경북도에 사는 30대 여성의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태양절 행사에 참가하고 돌아왔다는 이 여성의 음성에는 북한이 100주년을 맞아 강성대국이 되기를 기다렸지만 기대했던 것과 너무 달라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 백 돌이 되니까 생각이 어때요?

[북한 여성] 야~~ 백 돌이 된다니까 그저 수령님이 이루신 것이 생각나고 백 돌에 강성대국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라가 형편이 어려우니까... 좀 말하자면 우리가 바라는 기대와 좀 어긋난단 말입니다. 4.15 물자를 준 것 보면...야~~~

북한에서는 올해 초부터 고 김일성 주석의 생일 100주년을 맞아 ‘100가지 특별공급이 나온다’ ‘평양의 지하창고에 특별 공급을 위한 선물용 물건이 가득 차 있다’ ‘인민군이 쓰는 전시 물자를 반출해 주민에게 나눠준다’라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이 명절 공급으로 받은 물자는 약 15가지. 이 중에는 미처 받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맥주 한 병을 받았다고 할 때는 이 여성도 말하기 민망한지 헛웃음을 칩니다.

[북한 여성] 보름 분을 받았는데 강냉이, 입쌀, 콩 등 가지가지를 주었습니다.

- 우리가 듣기는 백 돌이니까 100가지를 선물한다는 들었는데, 100가지가 되오?

[북한 여성] 그때 그렇게 소문이 돌았는데 100 가지가 되지 않고 열댓 가지가 됩니다. 우산, 그다음 담요를 준다는 했는데 아직 주지 않고, 그다음 닝닝구(런닝 셔츠), 사탕 한 500그램, 사탕가루로. 그다음에 과자 500그램, 기름은 식구당 250그램씩, 그다음 된장, 맥주는 세대별로 한 병, 봉지 술 하나씩.

- 쌀은 몇 kg인가?

[북한 여성] 입쌀은 5일분을 줬습니다. 5kg, 콩은 한 7kg, 강냉이는 6kg 이것이 다입니다. 분위기는 시원치 않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강성대국이 온다고 4월부터 백 돌 되는 것을 크게 기다렸는데 소문과는 달리 점점 더 바쁘고, 백 돌 상품(특별배급)도 소문과 달리, 정말 실망했단 말이오.

또 북한 여성을 통해 ‘광명성 3호’의 발사와 관련한 북한 주민의 생각도 엿볼 수 있습니다. 한순간에 어마어마한 돈을 허공으로 날려버렸다는 사실에 북한 주민이 불만과 속상함을 나타낸다고 이 여성은 말합니다.

- 인공위성이 실패했다는 그런 보도가 나오는데 그 소식 들었소?

[북한 여성] 예, 나는 못 들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들었다고 합디다. 예, 위성 발사가 실패했다고 보도에서 다 알려 주었다고 합니다.

- 사람들이 그걸 보고 뭐라고 안 하오?

[북한 여성] 제일 처음이야 ‘유언비어다’ 이런단 말입니다. 세계가 지켜보는 일을 어떻게 거짓말을 할 수 있겠는가? 보도를 직접 들은 사람이 있으니까 그 다음에야 사람들이 좋아 안 하지 뭐, 실패했으니까. 거기에 투자 한 돈이 다 물이 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깐 사람들이 그런 생각 한단 말입니다. 그 돈이면 백성이 좀 허리를 펴지 않겠는가? 실패했다고 하니 돈이 아까워서 그런 소리를 조금씩 합니다. 지금 보도로는 명사들이(전문가들이) 실패 원인을 찾는다고 하는데, 뭐 실패한 다음에 찾아야 무슨...

북한 주민은 지난 13일, 텔레비전을 통해 최고인민회의를 지켜봤습니다.

이날은 함경북도 지방까지 전기가 공급됐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북한 주민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어린 나이와 경험 부족을 이유로 그를 믿지 못하는 주민이 있는 반면 이전과 다른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함경북도 여성은 북한의 경제 상황이 나빠진 것에 대해 김정은 제1위원장보다 중간 계층의 간부들이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 원래는 멋지게 위성도 쏘아 올리고 선물도 하고, 강성대국에 들어간다는 선포도 멋지게 하는 것이 바람인데, 그렇게 안됐으니 마음이 어떻소?

[북한 여성] 내 생각은, 아무리 국가수반이라도 혼자서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중간계층이 수령을 받들어야 한단 말입니다. 그런데 중간다리, 중간층, 간부들이 다 역할을 못한단 말입니다. 그저 백성은 배를 쫄쫄 굶는단 말입니다. 정치야 좋지요, 정치가 나쁜 것보다는 중간다리들이, 내 생각에 어간다리들이 더... 그러니까 다 간신들이지.

- 그런데 이번에 위성을 쏘아 올린 거는 어간다리들이 못하는 일이지. 그것은 나라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말이야.

[북한 여성] 그것은 좀 사실이고...

- 김정은 동지가 발언하는 것 들어봤소?

[북한 여성] 예. 어쨌든 젊은 장군이니깐 좀 우리 신심이 있는데...이건 솔직한 말입니다. 연설이랑 하는 거 보니깐 패기가 있던데 인민 생활을 어떻게 추켜세우게 하겠는가...

북한의 모든 역량을 집중했던 태양절 행사가 모두 끝나면서 북한 주민은 다시 일상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잠깐 공급됐던 전기가 다시 들어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요즘은 장마당 장사도 제대로 되지 않고, 물가도 여전히 비싸 함경북도 여성은 쌀밥을 전혀 먹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아시아프레스’가 태양절 행사가 끝난 지난 17일 다시 이 여성과 전화통화를 시도했습니다.

[북한 여성] 어제까지는 명절 분위기였단 말입니다. 그러니깐 전기를 좀 주었단 말입니다. 그러니깐 오늘부터 두고 봐야 안단 말입니다. 전기도 명절이니까 더 줄 수도 있고 오늘 전기가 오는가 안 오는가, “강냉이밥을 먹어도 전기를 봤으면 좋겠다”라는 것이 지금 사람들의 소망 소원이란 말입니다.

- 요즘에는 시장에서 못 가봤지?

[북한 여성] 어쨌든 지금 보게 되면, 장사가 아니 된단 말이오. 그러니까 생활 수준이 낮지요. 그리고 인민폐가 올라가고 물가에 파동이 계속 있다나니까 파동이 얼마나 센지 모릅니다. 강냉이가 지금 여기서 1천250원, 쌀이 3천100~3천200원. 그다음에 달걀이 350~400원, 돼지고기 7000원, 그다음에, 두부콩이 2천800~2천900원. 그리고 메주콩 같은 것도 2천 원 이상이란 말입니다. 그저 이렇게 식량이 다 비싸지니까 하루 일 끝나고 잘 벌어야 5천 원 버는데, 쌀이 뭐 3천100원이나 하니까 애초 쌀밥은 못 먹는단 말입니다. 그저 강냉이를 먹는단 말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접촉한 북한 내 소식통도 북한 당국이 고 김일성 주석의 생일 100주년을 맞아 전국적으로 최대 규모의 행사를 치렀지만 정작 북한 주민이 기대했던 명절 공급은 보잘 것 없어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또 심지어 술병이 모자라 술을 봉지에 담아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보잘 것 없는 공급으로 강성대국에 대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뀐 데다 수억 달러가 들어간 로켓 발사가 실패했다는 소식까지 겹치면서 북한 당국에 대한 주민의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고 북한 내부의 분위기를 설명했습니다.

[Ishimaru Jiro] 김정은 정권이 출발하는 기념적인 행사를 맞아 북한 정권이 무리해서 주민에게 선물을 준 것 같은데요, 국가가 엄청난 돈과 힘을 투입해서 큰 행사를 했는데 이 정도밖에 없는가?’라면서 주민은 만족하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지난 13일에 쏜 미사일 발사가 실패한 것에 대해서 ‘돈을 낭비했다’라는 생각과 함께 특별 공급이 많지 않던 것에 대해 국가에 대한 불만이 많이 생긴 것 같습니다.

정치․외교적으로 엄청난 돈과 역량을 쏟아 부은 태양절 행사, 하지만 태양절 이후에 전개할 북한의 정책과 비전은 아직 보이지 않는데요, 북한 주민의 불만을 잠재우고 북한 주민의 생활과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하는 새로운 숙제가 김정은 정권 앞에 놓여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