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북한 식당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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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 북한 식당 종업원에게 장기 체류비자 '스톱'

- 그동안 눈감에 주던 중국 당국, 이젠 원칙대로

- 공무 여권 소지자, 30일 체류 허점 이용해 근무

- 중국 '정풍운동', 북한 식당에도 불똥 '

- 고위 공직자들 북한 식당 발길 뚝, 불황으로 이어져


북한의 외화벌이 사업으로 여러 가지를 꼽을 수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중국에 진출한 식당 사업은 가장 대표적인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입니다.

외국에 진출한 북한 식당이 중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에 진출한 식당 수를 모두 합쳐도 중국에 있는 것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중국에 진출한 식당들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최근 중국에 진출한 북한 식당에 비상이 걸렸다고 합니다.

어떤 사연인지 중국에 있는 김준호 특파원을 연결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중국을 연결합니다. 김준호 특파원, 안녕하세요?

[김준호 특파원] 네. 안녕하십니까, 중국입니다.

- 네. 오랜만에 <라디오 세상>에서 중국을 연결했는데요, 워싱턴은 이제 봄이 찾아왔거든요. 중국 국경지방의 날씨는 어떻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네, 중국의 국경지방도 이젠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한 보름 정도만 더 지나면 북한의 모내기 전투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 네. 우선 요즘 북․중 국경지방의 소식을 간략히 전해주시죠.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네, 계절은 봄이지만 북․중 국경지방에는 훈풍이 불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저희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만, 북한과 중국의 접경도시에 있는 북한의 모든 세관에 대한 검열이 지난 3월 초순경에 시작됐는데, 검열이 아직도 끝나지 않아서 북한과의 민간 무역이 거의 정지되다시피 꽁꽁 얼어 있습니다. 지난 태양절 전에는 검열이 모두 끝날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아직 끝나지 않아 북한과 무역을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물건을 북한에 들여보내지 못하고 있는데요, 북한의 대방들이 아직 들여보내지 말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또 북한 당국이 평양에 관광대학을 세우고 만포를 통한 열차 관광길도 새로 열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관광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듯한데 아직 북한에 들어가는 관광객도 그리 많은 것 같지 않습니다. 오히려 북한 관광을 주로 하던 중국 내 관광회사들이 한국 관광객을 모집하는 데 더 열을 올리는 모습입니다.

-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 나눌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 볼까요? 조금 전 청취자분들께 소개해드렸습니다만, 중국에 진출한 북한 식당들에 비상이 걸렸다고 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가요?

[김준호 특파원] 네, 현재 중국 당국이 중국에 진출한 북한 식당의 직원들에게 장기 체류비자를 내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건 매우 심각한 문제인데요, 이런 조치가 장기화하면 북한 식당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할 형편에 놓인 겁니다. 중국 단둥의 한 북한식당 지배인과 오랫동안 친분관계를 유지해온 한 조선족 인사는 "북한 식당 지배인들이 종업원들의 비자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서 "중국 당국에 대해 분노에 가까운 불편한 심기를 자주 토해낸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 그러니까 중국 내 북한식당에 파견돼 근무하는 북한 근로자에게 체류 비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김준호 특파원] 네, 갑작스럽게 특별한 이유가 발생했다기보다 중국 당국이 그동안 북한 식당의 종업원에게 배려했던 조치를 거둬들였다고 보는 게 적절할 것 같습니다. 좀 더 설명을 드리면 중국에 진출한 북한 식당의 종업원들은 중국에 취업하는 형태로 장기 1년 단위의 체류비자, 즉 '거류증'이라 해서 'Z 비자'를 받아왔습니다. 사실 이 비자는 북한식당 종업원들이 중국에 취업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요건을 갖추고 있지 못했음에도 그동안 중국 당국이 눈감아 주고 비자를 내주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원칙대로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또 외국인이 중국에서 취업하려면 외국인을 고용하는 기업에서 외국인 고용에 관한 허가를 받아야 하고요, 허가를 취득한 기업에서 고용한 사람만 중국에서 취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 식당의 경우 외국인 고용 허가를 취득한 것도 아니고, 그곳에서 일하는 전원이 북한 공민을 고용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외국인 취업 규정과는 전혀 맞지 않는 겁니다.

- 그렇다면 그동안 북한 식당에서 일하던 종업원들은 엄격히 말하면 모두 불법으로 일을 해 왔던 셈이고, 중국 당국이 취업에 결격 사유가 있는 종업원에 대해 더는 장기 체류비자는 내주지 않는다는 말이군요. 그렇다면 과거에 받은 체류 비자가 만기 된 종업원들은 모두 북한으로 돌아가야 하나요?

[김준호 특파원] 꼭 그렇지는 않은데요, 아시다시피 북한과 중국 간에는 비자면제협정이 체결돼 있습니다. 공무 여권 소지자는 비자 없이도 상대 국가에서 30일간 체류할 수 있는데, 바로 이 제도를 이용해 공무 여권으로 중국에 나온 북한 식당 요원들은 이미 체류 비자가 만기 됐어도 한 달(30일)에 한 번씩 북한에 갔다가 다시 나오는 방법으로 계속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게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닌데요, 그나마 북한과 가까운 지역, 이를테면 중국의 단둥이나 연길 같은 곳은 오전에 나갔다가 오후에 들어오면 되니까 그런대로 불편을 감수할 수 있는데, 북경이나 상해, 하얼빈, 장춘 같이 먼 지역에서는 이게 보통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 그렇다면 매우 불편하긴 하지만, 그렇게라도 식당을 운영할 수는 있겠군요. 그래도 언제까지 이렇게 일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그렇죠. 일단 북한 식당은 현재도 계속 운영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공무 여권으로 비자를 면제받아 중국에 온 북한 사람이 중국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중국의 공안당국이 이에 관한 단속을 하고 있다는 말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지만, 언제 이를 단속할지 알 수 없어 매우 불안한 상태입니다. 실제로 북한 노동자들이 이런 식으로 중국 기업에 취업했다가 단속에 적발돼 하루아침에 부랴부랴 철수하는 사태가 종종 있었는데요, 북한 식당이라고 해서 예외를 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 북한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의 비자 문제 외에 다른 어려움은 없는지요?

[김준호 특파원] 네. 또 하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중국에 시진핑 정권이 들어서면서 공직자의 부정부패에 관한 단속을 강도 높게 펼치면서, 공직자들의 근검절약도 함께 강조하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고급 식당들과 유흥업소가 불황을 겪고 있습니다. 덩달아 북한 식당도 고급 음식점으로 인식되고 있어 중국 공무원들의 출입이 거의 끊겼다고 합니다. 공직자들에 대한 중국 당국의 사정 작업이 실제로 고급 유흥업소의 불황에 아주 큰 이유가 되고 있다는 것이 업소 주인들의 주장인데요, 북한 식당들도 이 여파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중국에 진출한 대부분 북한 식당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 네. 끝으로 한 가지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북한 식당은 처음에 호기심으로 한 번은 가보지만, 이후 비싼 가격과 특별함이 없는 공연, 그리고 강매 분위기로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요즘 북한 식당에 관한 한국인, 외국인들의 인식은 어떤가요?

[김준호 특파원] 네, 중국에 처음 여행을 온 사람들이 북한 식당에 가보고 싶어하는 것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북한 식당에 몇 번 가 본 대부분 사람은 이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졌기 때문에 굳이 음식 값이 비싼 북한 식당을 더 이상 찾지 않습니다. 음식값이 비싸도 북한 식당을 찾는 이유는 공연을 보기 위해서인데, 지금도 공연 내용이 과거와 거의 똑같기 때문에 이미 북한 식당을 가본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흥미를 유발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네, 김준호 특파원.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편히 주무시기 바랍니다.

[김준호 특파원] 네. 고맙습니다.

네. 지금까지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이었습니다.

최근 미국의 북한인권위원회가 북한의 외화벌이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개성공단에 노동자 파견, 대중교역과 관광, 노동자의 해외 파견, 탈북자들의 송금, 그리고 휴대전화의 사용 허가 등 여섯 가지의 합법적인 방법으로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밖에도 민간인을 앞세워 마약이나 무기 밀매와 같은 불법 외화벌이도 크게 늘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점점 은밀하게 외화를 끌어들이는 북한에 대해 정교한 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고요,

최근에는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생활에 부적합한 불법 주거시설에 수용된 것이 러시아의 사법 당국에 적발돼 벌금을 부과한 일도 있었는데요, 중국 당국의 비자 거부와 맞물려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단속과 엄격한 법의 적용 등이 확산하는 듯 보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