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 평양 인근의 강건 종합군관학교의 훈련장에서 대공포를 이용한 공개처형 장면이 담긴 위성사진을 보도했습니다. 위성사진을 분석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는 "대공포를 이용한 공개처형이 100% 확실하다"고 말했는데요, 이미 지난해 10월, 공개처형 사실을 보도한 일본의 언론 매체인 '아시아프레스'도 "기관총에 의한 처형이 소문이 아닌 사실로 확인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위성사진을 보니까 대공 기관총이 쏜 것 같다는 분석이 있는데요, 사실일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봤습니다."
지금도 북한은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공포통치를 계속하고 있는데요, 간부들의 숙청과 처형방식의 변화 등은 모두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간부부터 일반 주민의 충성과 복종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위성사진, 대공포로 공개 처형하는 장면 포착
- 혹시나 했던 기관총 처형설, 사실로 드러나
- 유일영도체계 확립을 위한 본보기로 잔혹한 처형
- 평양 간부 숙청, 지방 간부와 일반 주민에 공포심
- 처형 대상․방식 모두 김정은 관여했을 듯
지난해 10월, 북한 평양 인근의 강건 종합군관학교에서 공개처형이 집행되는 장면이 위성사진에 포착됐습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랴튜 사무총장과 상업위성사진 분석업체인 'ASA(AllSource Analysis)'의 조셉 버뮤데즈 박사가 분석한 위성사진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강건 종합군관학교의 훈련장에서 평소와 다른 모습이 감지됐는데요,
훈련장 한가운데 사형 대상자(targets)로 보이는 물체가 일렬로 서 있습니다. 그리고 약 30m 떨어진 거리에 'ZPU-4' 대공포 6대가 물체를 향해 배치돼 있는데요, 실제 공개처형이 진행되는 상황이 위성사진에 포착된 겁니다.
그리고 대공포 뒤에는 처형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관측소(Viewing Area)가 있고 주변에는 트럭과 대형 트레일러, 버스 등이 서 있습니다. 위성사진을 제공한 스칼랴튜 사무총장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전화통화에서 "이는 대공포로 공개처형을 하는 장면이며, 100% 확실하다"고 강조했는데요,
실제로 지난해 10월, 일본의 언론 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초 노동당의 중앙당 과장 3명과 부하 7명 등 총 10명이, 그리고 11일에는 당 간부 두 명이 평양의 강건 종합군관학교 훈련장에서 총살됐으며 총살 당시 기관총이 사용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내용에 근거하면 위성사진에 나타난 공개처형 장면은 매우 설득력이 있는데요,
위성사진을 살펴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사진 속의 내용이 공개처형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기관총을 이용한 사형 집행이 소문이 아닌 사실로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Ishimaru Jiro] 당시 평양 노동당 간부들이 총살됐다는 정보를 접하고 확인 작업을 했습니다. 그때 '간부들을 기관총으로 쐈다'는 말이 있었는데, 좀 믿지 않았어요. '정말 그렇게까지 할까?' 근거를 찾기 어려워서 소문 수준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또 확인할 수 없으니까 그런 소문이 있다는 식으로 기사를 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위성사진을 보니까 대공 기관총이 쏜 것 같다는 분석이 있는데요, 사실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봤습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집권하면서 매우 잔인한 공개처형이 집행됐다는 소문은 계속 있어 왔습니다. 2013년 말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북한 연예인들에 대한 처형도 기관총으로 이뤄졌다는 소문이 있었는데요, 이번 위성사진이 공개되면서 대부분 사실일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특히 위성사진 속 'ZPU-4' 대공포는 14.5mm 중기관총 4정을 묶어 만든 것으로 총 24개의 총구에서 나온 탄환이 사형 대상자를 향해 발포된 겁니다. 따라서 처형된 사람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훼손됐을 것으로 보이고, 또 고위 관리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직접 발포를 명령하거나 공개처형을 목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 이시마루 대표는 당시 처형은 당과 보안기관, 사법기관의 간부가 모인 앞에서 집행됐으며 유일영도체계의 확립을 위해 각 조직 간부들에 대한 '본보기'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는데요,
[Ishimaru Jiro] 이걸 보면서 '왜 이렇게까지 참혹하게 사람을 죽였을까?' '누구의 판단인가?'를 당연히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본보기의 의미가 상당히 컸을 것이고, 단순한 처형이 아닌 김정은의 유일영도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공포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그런 맥락으로 보면 이해가 됩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너무 많은 지역에서 기관총 총살설을 이야기했는데,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지난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올해 들어 북한의 고위관리 15명을 처형했다고 밝히고 이는 김정은 체제의 공포정치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산림녹화 정책에 불만을 토로한 임업성 부상이 지난 1월 처형된 것도 공포정치의 한 사례라는 해석에 대해 이시마루 대표도 동의했는데요, 평양의 책임간부가 숙청되면서 지방 간부는 물론 일반 주민에 이르기까지 김 제1위원장의 지시에 복종해야 한다는 공포심이 확산했다는 겁니다.
[Ishimaru Jiro] 임업성 간부를 죽였다고 하지 않습니까? 나무 심기에 동원하는 방침은 이전부터 계속 있었고, 결국 4~5월이 되면 흐지부지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실제로 평양에서 책임간부가 숙청됐기 때문에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이런 공포감이 지방 간부까지 파급해 말단까지 관철된 것 같습니다. 평양뿐 아니라 지방, 일반 주민까지 '김정은의 지시를 다루고, 충성과 복종을 해야 한다'는 공포정치를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고 느꼈는데요, 이전에는 충성과 복종을 요구하고 대가를 줬다면 지금 김정은은 새로운 지도자의 방침을 관철하기 위해서 공포정치밖에 없다는 거죠.
'아시아프레스'는 한국 국정원의 발표와 같이 평양의 북한 간부 몇 명이 총살됐다는 정보를 접했습니다. 이밖에도 당 간부, 국경경비대의 간부와 보안성 간부들이 조사를 받거나 붙잡혀갔다는 말도 꾸준히 듣고 있습니다.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공포통치가 계속되고 있다는 건데요,
[Ishimaru Jiro] 고위급 탈북자나 북한 내부에 있는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중앙 간부를 총살할 때는 반드시 최고 수뇌부의 비준을 받아야합니다. 지금으로써는 김정은의 허락 없이 간부를 죽일 수 없습니다. 반드시 총살․숙청에 관해서는 김정은이 관련돼 있고요, 기관총까지 동원했다는 것은 총살 방법이 이전과 달라졌으니까 이것도 김정은이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북한 최고재판소의 박수종 원로참사는 미국의 친북성향 언론매체와 한 회견에서 "공개처형은 매우 드물지만, 아주 악질적인 사람에 한해 북한 인민들이 청원하면 심사해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이 공개처형의 존재는 시인했지만, 주민의 뜻에 따라 예외적으로 집행된다는 점을 내세워 이를 옹호하려 한다는 분석이 있었는데요, 만약 이날 인공위성이 이날의 모습을 촬영하지 않았으면 대공포로 공개처형을 집행하는 북한의 잔혹성은 그렇게 묻혔을 겁니다.
끝으로 미국의 위성사진 전문가인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의 커티스 멜빈 연구원은 위성사진이 포착한 장면은 공개처형이 확실하다며 위성사진이 북한의 인권상황을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Curtis Melvin] 인공위성이 (공개처형 장면)을 촬영했습니다. 이 사진이 없었다면 처형된 사람들은 여전히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을 겁니다. 이 위성사진은 북한의 인권상황이 어떠한가를 알려줌과 동시에 위성사진이 은둔 국가인 북한을 이해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인공위성이 포착한 2014년 10월 7일, 평양 강건 종합군관학교 훈련장의 모습은 북한의 잔혹성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