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전용수씨 '선 재판, 후 석방' 전철 따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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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이 시간 진행을 맡은 노정민입니다. '라디오 세상'은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함께 살펴보는 시간입니다.

국제적 인권단체인 '국제 앰네스티'가 지난 3일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가 계속 확대되고 있으며 6개 수용소에 20여만 명이 갇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곳의 정치범들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쥐를 잡아먹고 여전히 고문과 공개처형이 존재한다며 즉각 이를 폐쇄하라고 주장했는데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가 다시 주목을 받은 하루였습니다.

먼저 오늘 다룰 소식을 소개하는 <오늘의 초점>입니다.

<오늘의 초점>

- 북한에 억류된 미국 시민권자 전용수 씨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에서 석방되지 못한 이유는 아직 재판에 회부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거에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미국인도 재판에서 형량을 선고받고 석방됐는데요, 따라서 앞으로 전 씨의 억류사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 5월 말 북한의 태권도 시범단을 초청하려던 미국 내 태권도 관계자들이 한국 측의 반대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북 간 민간교류에 불편함을 느끼는 한국 측의 반대 분위기로 의료교류에 이어 문화교류도 지장을 받을 전망입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 입니다.

=여기자, 곰즈 모두 재판 받은 후 풀려나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 씨가 지난해 11월 북한 당국에 체포돼 억류된 지 6개월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전 씨의 죄목이 '반공화국범죄행위'라고 밝혔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선교활동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할 때 전 씨가 석방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카터 전 대통령은 결국 혼자 돌아왔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보고서를 보면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전 씨의 석방을 요청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답변만 들었습니다.

북한이 전 씨의 석방을 거절한 데 대해 이 사안에 밝은 미국의 전직 관리는 "전 씨에 대한 재판과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방북한 카터 전 대통령이 전 씨의 석방 문제를 거론했지만 북측으로부터 "전 씨에 대한 재판이 열리지 않았고, 형량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말을 들은 것으로 안다고 이 전직관리는 설명했는데요, (I was told that he had not yet been judged and sentenced by North Korea.)

실제로 그동안 억류됐다 석방된 미국 여기자 로라 링과 유나 리는 각각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고 아이잘론 말리 곰즈 씨도 재판에서 8년의 노동교화형과 북한 돈으로 7천만 원의 벌금형이 내려졌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억류된 전 씨도 이전의 사례처럼 석방되기 이전에 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게 하고 형을 선고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박사도 지난날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을 보면 북한의 인권상황을 지적하거나 정권의 변화를 주장했다며 이에 부담을 느낀 북한이 전 씨를 재판 없이 쉽게 석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Larry Niksch] 지난 2년간 사례를 보면 미국인이 북한에서 북한 주민의 해방과 북한 정권의 교체, 선교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억류됐고, 빈번하게 발생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북한이 전 씨의 석방을 미국과 협상에 이용할 수 있겠죠.

한편, 평양의 스웨덴 대사관 측은 여러 차례 전 씨를 면담했으며 가장 최근인 이번 주 초에도 전 씨를 만났다고 미국 국무부의 관리는 밝혔습니다. (The Swedish Embassy has visited the U.S. citizen multiple times. The most recent visit occurred earlier this week.)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에서 풀려나지 못한 전 씨의 억류사태는 앞으로 석방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관련해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의도대로 전 씨가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인정하면 북한은 이번 억류사태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고 석방을 전제로 미국에 정치적, 경제적 협상을 제안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전 씨의 억류는 장기화할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관측했습니다.

=북-미, 의료교류 이어 태권도 교류도 주춤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미국을 방문하기로 한 북한의 태권도 대표단. 북한의 태권도 시범단과 관계자 등 17명은 미국 국무부에서 비자까지 받았습니다. 이들은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뉴욕, 보스턴 등 6개 도시를 돌면서 태권도 시범을 선보일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 대표단의 태권도 시범을 유치하기로 한 뉴욕의 태권도 관계자는 최근 북측 시범단의 초청을 포기했습니다. 미․북 간 민간교류를 바라보는 한국 측의 부정적인 분위기 때문입니다. 잠정적인 날짜와 일정까지 결정했지만 이를 반대하는 한국 정부의 분위기 탓에 이를 번복하게 됐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뉴욕뿐만 아니라 서부의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등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를 느끼기는 마찬가집니다.

미국 국무부에서는 "태권도 시범을 언제 하느냐?"며 자꾸 물어보는데 한국 측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말인데요, 이처럼 한국 정부 측의 반대로 미․북 간 민간교류가 영향을 받은 사례는 또 있습니다.

미국 내 한국계 의료진이 의료교류를 위해 올여름 북한을 방문하는 일정까지 세웠지만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의 반대 분위기를 느껴 방북 계획을 연기하게 됐다고 이를 추진했던 핵심 관계자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힌 바 있습니다. 역시 미국 측에서는 의료교류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지만 한국 정부가 이에 불편함을 느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도 지난해 발생한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사건 등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한국 정부가 미국과 북한 간 민간교류에 대해 부담스럽고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은 쉽게 느낄 수 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비자발급을 계기로 순조롭게 진행되던 북한 태권도 시범단의 방미 계획은 잠시 주춤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태권도 시범단의 시범 공연을 끝까지 추진해보겠다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입니다.

한편, 최근 미국과 북한 간 민간교류가 활기를 띠는 가운데 2011 회계연도 들어 100명이 넘는 북한 국적자가 미국을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6개월간 미국을 방문한 북한 국적자는 총 129명,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59명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