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압록강대교, 9월 개통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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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 공사 80% 도달, 요즘은 거의 중단되다시피

- 상판 공사 이후 할 일 많지만, 진척 없고 소문만 무성

- 신압록강대교 끝에서 북한 잇는 도로 공사도 이제 시작

- 중국․북한 주민 "오는 9월 개통, 어림없다"

- 북한에서 다리 개통 늦추나?


사진은 중국과 북한의 최대 교역 거점인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 건설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진은 중국과 북한의 최대 교역 거점인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 건설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과 중국 간 경협의 상징 중 하나인 '신압록강대교'가 착공을 시작한 지 3년이 넘었습니다.

중국이 22억 2천만 위안의 공사비를 모두 부담한 '신압록강대교'는 2010년 12월 착공식을 할 당시 공사기간을 약 3년으로 보고 완공과 개통 시점을 오는 9월로 예상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1월,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은 신압록강대교의 전체 공정률이 80%에 도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요,

보도대로라면 '신압록강대교' 건설의 마무리단계가 한창이어야 하지만, 중국 단둥을 여행하고 온 외국인이나 북한 주민은 공사가 중단되다시피 보인다며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80%의 공정률에 도달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정말 공사가 중단된 것인지 아니면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인지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전화로 연결해 자세한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 나와 계시죠?

[김준호 특파원] 네. 안녕하십니까? 중국입니다.

- 중국의 신화통신이 '신압록강대교' 공사의 80%에 도달했다고 보도한 때가 지난 1월입니다. 그렇다면 '신압록강대교'가 거의 완공에 가까워 마무리작업을 하고 있어야 하는데, 공사가 중단된 것 같다는 말이 들립니다. 이게 사실인가요?

[김준호 특파원] 네. 그런 말이 돌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다리가 건설되는 부근에 사는 중국 주민들조차도 그렇게 말할 정도니까요. 하지만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공사가 중단된 것이 아니라 거의 중단되다시피 한 상황입니다. 저도 소문을 듣고 최근 공사 현장에 직접 다녀왔는데요, 작업하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상하다는 생각에 자세히 다리 부근을 관찰해보니까 딱 두 사람만 다리의 하단 부근에서 용접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공사가 거의 중단된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 완공 시점이 오는 9월이니까 아직 3~4달 정도 남아 있잖아요. 앞으로 남은 기간이면 공사를 충분히 끝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공사업체가 여유를 부리는 것이 아닐까요?

[김준호 특파원] 꼭 그렇게 생각하기는 곤란한데요, 작년 11월에 다리 상판의 연결 공사가 끝나지 않았습니까? 이때만 해도 '신압록강대교'의 건설 공사는 예정된 기간보다 훨씬 앞당겨 끝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공사의 진척이 지지부진한데요, 비록 상판의 연결 공사가 끝나 온전한 다리의 모습은 갖췄지만,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다리의 난간 가드레일 공사는 시작도 안 했고, 조명등 설치용 전주대 공사도 마찬가지로 시작을 안 했습니다. 또 다리가 연결되긴 했지만, 다리 표면에 해야 할 아스팔트 포장 공사는 물론이고, 다리 공사를 위해 설치해놓은 부대시설의 철거 공사도 언제 이뤄질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공사들은 시간이 꽤 많이 걸리는데 아직 시작도 안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건설업체에서 서두르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 네. 예정된 완공 날짜는 다가오는데, 한편에서는 다리 공사를 완전히 끝내도 당장 다리가 개통되기는 어려운 정황이 있다면서요? 어떤 이유 때문인가요?

[김준호 특파원] 네. 우선 북한 쪽 상황을 살펴보면요, 아시다시피 신압록강대교의 북한 측 끝 지점은 신의주 시내에서 약 30km 떨어진 용천군입니다. 이 다리 끝에서 신의주 시내나 평양으로 가는 1번 국도와 연결하는 도로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 공사가 얼마 전인 지난 3월 중순경에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이 도로도 중국에서 만들어주기로 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북한 측에서 시작한 것을 보면 그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접촉한 신의주 주민의 말을 그대로 전해드리면 "도로공사를 지난 3월 중순부터 시작하긴 했는데 사람들 몇 명이 '찔떡찔떡' 작업을 한다"고 합니다. 중장비가 동원된 것도 아니고요, 도로가 언제 완성될지 도무지 짐작도 못 하겠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도로 공사를 하는 시늉만 내고 있다는 건데요, 신의주 주민에게 '신압록강대교가 오는 7월이나 9월에 개통할 것이란 보도가 많이 있었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보니 "개통이 언제 될 것인지는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하지만, 현재로써 "7월이나 9월 개통은 어림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측에서는 이 다리의 개통을 마치 남의 일처럼 여기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 다리 건설뿐 아니라 북한 측 세관 청사까지도 중국 측에서 지어준다는 보도도 있었는데요, 좀 이상하군요.

[김준호 특파원] 그렇습니다. 여기에서 잠시 다리 건설을 시작할 시점을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이 다리 건설은 모두 알다시피 중국 측에서 제안해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사실 중국 측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신압록강대교'의 건설을 북측에 제안했는데, 10년 가까이 북한과 중국이 서로 줄다리기를 하다가 2009년 10월, 중국의 온가보, 즉 원자바오 총리가 방북하면서 합의를 이끌어냈죠.
하지만, 합의하고도 바로 공사를 하지 못하고, 북․중 양측이 착공 지점을 둘러싼 줄다리기를 이어가다 1년 후인 2010년 12월 31일에 착공식을 했는데요, 실제 공사는 그 다음해인 2011년 봄입니다. 당시 중국 측에서는 다리의 건설에 매우 적극적이었던 것에 반해 북한 측에서는 억지로 다리 건설에 동의한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요, 이제는 다리가 거의 완성되어가니까 개통 시점을 두고 또 한 차례 밀고 당기는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 그렇다면 북한 측에서 정말 다리의 개통을 늦춘다면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준호 특파원] 네. 당시 중국이 신압록강대교 건설을 적극적으로 제안할 때는 기존 압록강 철교가 지은 지 오래돼 안전에 문제가 있고, 특히 도로와 철교가 각각 단선이기 때문에 미래를 생각해 새 다리가 필요하다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물론 당시 여러 언론에서 신압록강대교는 중국이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고 남한과의 소통까지도 염두에 둔 것이란 보도도 있었는데요, 북한 당국에서 볼 때 이런 외부의 시각을 탐탁해할 리가 없는 데다 신압록강대교가 지나는 용천군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기지인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 예로 중국의 길림성 지안과 북한 자강도 만포 사이에 자동차 통행을 위한 교량이 완공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그 다리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자강도에는 북한의 군수 공장들이 밀집한 곳이어서 북측이 다리의 통행을 막고 있다는 말도 들립니다. 현재 만포를 통해 중국 지안(集安)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은 자강도 주민에게만 허용하고 있는데요, 자강도에 있는 수많은 군수공장 시설물에 대한 보안을 위해서일 것이라고 북한 주민은 말합니다.

- 그렇군요. 원래 예정대로, 또 중국의 신화통신이 보도한 대로 오는 9월에 신압록강대교가 완공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군요. 김준호 특파원, 소식 잘 들었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네. 고맙습니다.

새로 건설 중인 신압록강대교는 4차선으로 지어지고 있으며 이밖에도 하루 최대 2만 대의 차량통관을 처리할 수 있는 세관도 짓고 있습니다. 신압록강대교가 완공되면 북한과 중국 사이 간 엄청난 양의 물류거래가 이뤄지면서 북한은 물론 중국동북부 지역의 경제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북한에서는 신압록강대교의 건설에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 신압록강대교가 가져올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합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