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미국의 순항미사일에 대비하기 위해 북한 인민군이 갱도 진지의 방호벽을 강화하고 보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와 함께 비상훈련에도 돌입했으며 군사 장비를 숨긴 갱도 앞에 폐타이어를 쌓는 작업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만큼 북한이 시리아에 감행했던 미국의 순항미사일 공격을 매우 우려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북한군의 상황은 열악합니다.
"외부와 접촉이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까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이 늘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어요."
마대와 폐타이어를 구하지 못해 장마당에서 사 오거나 농장에서 훔치는 것은 물론, 병사들조차 영양실조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거나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인데요, 혹시나 있을 외부의 순항미사일 공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 순항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비상훈련 시행
- 비상소집과 피난훈련, 이틀 동안 갱도에서 생활하기도
- 전술 무기와 군용차량 보관된 갱도에 폐타이어 쌓기로
- 폐타이어 구하려고 농장 달구지의 바퀴까지 떼내
- 비상훈련 나선 병사들은 영양실조와 결핵 등으로 병원행
북한 인민군이 순항미사일을 포함한 공습으로부터 갱도 진지를 보호하기 위해 방호벽의 강화와 보수작업에 나선 가운데 비상훈련까지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을 취재하는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는 함경북도 청진시의 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군이 순항미사일의 공습에 대비해 갱도의 방호벽을 보강함과 동시에 피난 훈련도 실전과 같이 진행하고 있다고 1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는데요,
군 관계자에 따르면 17일 현재 공습에 대비한 비상소집과 피난 훈련을 2회 실시하면서 이틀 동안 갱도에 들어가 생활했습니다.
또 인민무력성이 유도미사일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전군의 갱도 진지는 물론 전술 무기와 군용 차량들이 보관된 갱도도 입구에서 20m 안까지 폐기 타이어로 막을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 때문에 군인들이 폐타이어를 구하기 위해 농장 달구지의 바퀴까지 떼어내는 정도라고 합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김정은 정권이 4월 중순부터 순항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여러 지시를 한 것 같습니다. 그중 하나가 갱도 진지의 방호벽을 강화하는 것이었고요, 동시에 공습에 대비한 비상훈련을 지시했습니다. 북한은 갱도 진지뿐 아니라 북한의 병기∙군용차량들도 갱도 안에 숨기고 지상에서 보이지 않도록 하는데요, 이번에 순항미사일에 대비해 폐타이어로 갱도 입구를 쌓으라는 지시도 내려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순항미사일에 대한 준비상황은 매우 열악한데요, 부대가 폐타이어를 준비하지 못해 군인들이 농장에서 타이어를 훔치는가 하면 이전에 갖춘 폐타이어는 연료가 부족한 부대에서 난방과 주방용 땔감으로 사용한 바 있어 이번에 준비하는 폐타이어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많습니다.
또 비상훈련에 대해서도 부대 장교들이 지시를 제대로 듣지 않으며 장교들 사이에서는 "전쟁이 발생하면 핵 전쟁일 텐데 모래를 넣은 마대로 갱도 입구를 보호하는 것보다 아예 갱도에 들어가지 않고 모두 흩어지는 것이 전투력을 보전하는 데 더 낫다"는 등 야유를 보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처럼 순항미사일의 공습에 대비한 작업과 비상훈련 등이 시작됐지만, 북한군의 준비 상황이 매우 열악한 데다 물자와 식량 조달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심각한 굶주림으로 영양실조에 걸리는 병사도 느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특별한 이유 없이 병사들의 이동이 금지됐고, 중대별로 한 개 분대만 부업으로 농사를 짓고 있어 먹는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라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Ishimaru Jiro] 비상훈련이 있기 때문에 외출이 금지됐고,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병사들의 이동이 금지됐다고 합니다. 외부와 접촉이 줄어들 수 밖에 없으니까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이 늘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어요. 구체적으로 한 분대가 10~12명으로 구성되는데 3명 정도가 영양실조 상황이라고 하고요, 영양부족 때문에 결핵환자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약도 없고 식량도 없으니까 허약에 걸려 군 병원에 입원시키지만, 15일이 지나도 회복이 안되는 병사는 도로 집으로 돌려보내고 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식량이 모자라 영양실조에 걸린 병사가 많다는 사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식량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순항미사일에 대한 준비와 훈련 등으로 병사의 이동까지 금지해 부대마다 허약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편, 이시마루 대표는 군 관계자가 모든 훈련과 작업에 대한 배경으로 "순항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지시"라고 말한 것을 고려하면 미국이 순항미사일인 토마호크 미사일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김정은 정권이 매우 긴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합니다.
특히 미국이 지난 4월 6일, 화학무기로 민간인을 학살한 시리아에 대해 미사일 공습을 감행한 것은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을 향한 경고의 의미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는데요, 이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위협을 느껴 방호벽의 강화를 지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순항미사일을 대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북한군의 열악한 현실. 모래를 담는 마대조차 마련하지 못해 장마당에서 구매하고, 폐타이어도 농장에서 훔칠 정도인 데다, 이마저도 난방과 취사용으로 전용하고, 심지어 병사 10명 중 3명이 영양실조에 걸릴 정도인데요,
북한 당국이 장담한 것처럼 미국의 전투력에 제대로 맞설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