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5월 농사, 삼중고로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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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 북한이 본격적인 농사철을 맞이했지만, 5월 현재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모든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낸 극심한 가뭄과 이상기후는 물론 예년의 20~30%에 불과한 비료 지원, 그리고 북한 주민의 생활을 고려하지 않은 나무 심기 운동 등 삼중고가 북한의 농사 전망을 어둡게 했는데요,

"지금 5월의 상황을 볼 때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조건이라는 정보였습니다."

올해도 자연재해와 부족한 영농자재, 여기에 구조적인 문제까지 반복되면서 농업개혁을 기대한 북한 주민의 실망감도 커져 가고 있습니다. 삼중고에 직면한 북한의 농촌 상황을 살펴봅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북 북부지역, 가뭄에 강풍으로 파종도 어려워

- 비료 부족에 비료 도둑까지 확산

- 생활환경 무시한 나무 심기 운동

- 삼중고로 5월 현재 농사 전망 어두워


북한이 5월 들어 봄철 영농기를 맞아 각종 작물 파종을 진행 중이지만, 극심한 가뭄과 강한 바람으로 농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일본의 언론 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21일 밝혔습니다.

'아시아프레스'는 북한 북부지역의 취재협력자를 인용해 5월 현재 북한의 농사 현황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는데요,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예년에 보기 드문 가뭄이 지속하고 있고 바람까지 심하게 불어 농장이나 개인 농사꾼들이 파종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밭을 갈아 놓으면 강풍으로 이랑이 사라져 씨조차 뿌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농사의 어려움을 호소했는데요, 실제로 취재협력자는 "현재 자신이 사는 지역에 보리를 심어 놨지만, 강풍으로 심어 놓은 보리 씨가 밭에 다 드러난 상태"이고 "심어 놓은 콩이나 옥수수, 보리 등이 밭 위에 다 드러나고 말라버려 다시 파종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주변 농장원 사이에서도 "평생 농사를 지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매우 난감해 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생활고를 겪는 북한에서 재파종을 한다는 것은 다량의 식량을 허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 농민의 식량 사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이시마루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4월 초순부터 직접 정보를 수집한 곳은 북부 지역인데요, 4월 초순까지 함경북도는 비가 오지 않았습니다. 많이 가물었다고 하거든요. 반면 양강도의 산지는 비교적 비가 많이 오고, 농사 준비도 잘 되고 있었는데, 5월 들어서는 양강도 산악지역도 비가 거의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요즘은 양강도도 가뭄이 매우 심해지고, 저수지에도 물이 거의 안 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금 현재 북부지방에서는 가뭄이 심하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고요, 가뭄이 어디까지 심각해질지 예측할 수 없지만, 지금 5월의 상황을 볼 때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조건이라는 정보였습니다.

실제로 현지에서는 농장원에게 공급할 식량이 부족해 싹을 틔우고 남은 감자를 1인당 80kg씩 배급하고 이것으로 5월분 식량 공급을 대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감자의 싹을 틔운다는 것은, 감자를 심기 위해 감자에 싹이 난 부분을 오려낸 것)

5월 현재 북한 농사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가뭄뿐만이 아닙니다. 비료 부족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아시아프레스'의 북한 내부 협력자는 "파종기를 맞아 협동농장에 비료가 지급됐지만, 전년과 비교해 3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농장원들이 밭에서 비료를 훔쳐 비료 1kg당 중국 돈 2원에 팔아 술을 마시거나 생활비로 쓴다"고 취재협력자는 덧붙였는데요,

[Ishimaru Jiro] 제가 이번 정보를 듣고 가장 걱정되는 것은 비료 부족 정보였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농사 제일주의를 강조하면서 봄 농사에 많은 사람을 동원하고, 비료․영농 자재를 많이 공급했습니다. 물론 모든 것을 충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국가적으로 자재를 공급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비료 공급이 20~30%밖에 안 됐다는 것은 정보는 현지 농민의 입장에서 매우 불안하다는 거죠.

그동안 비료지원에 관해 북한이 많이 의존했던 중국과 한국도 올해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의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북․중 간 교역 규모는 많이 줄어들었는데요, 특히 중국산 비료의 수출이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북한에 대한 중국의 화학비료 수출은 1만 6천683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76%나 감소했는데요, 농사에 있어 4월부터 6월까지는 비료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현재 겪고 있는 비료 부족 현상은 올해 북한 농사에 상당한 차질을 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Ishimaru Jiro] 사실상 북한에서 생산하는 비료는 크게 늘어날 수 없으니까 외화를 주고 수입해야 하는데, 그것이 잘 안 됐던 모양입니다. 이것은 북부 지방의 상황이지만, 황해도 지방의 상황도 비슷하다면 올가을의 농사 부진을 예측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극심한 가뭄과 비료 부족에 이어 북한 농사에 어려움을 주는 또 하나의 사안은 바로 북한 당국의 '나무 심기 운동'입니다.

나무 심기 운동으로 개인이 소유하는 밭이 줄어들면서 일반 주민의 생존권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데요, 취재협력자는 "북한 당국이 개인 밭에 묘목을 심을 것을 강요하는 것은 물론 땅을 새로 개간해 나무를 심으라"고 한다면서 "주민도 당의 방침이기에 이를 따르고 있지만, 산에 개인 밭을 가진 사람은 곡물과 함께 묘목을 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만약 밭에 묘목을 심지 않고 곡식만 심었을 경우에는 산림경영소가 조사해 직원들이 직접 개인 밭에 묘목을 심는다는 겁니다.

[Ishimaru Jiro] 김정은이 '나무 심기'를 강조하면서 지방에서는 뙈기밭이 금지되고, 산에다 묘목을 심는 대외적인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정보를 들으면 나무 심기도 묘목을 가져와야 하는데, 가져올 묘목 자체가 부족하다고 합니다. 말로는 나무를 심으라고 하는데, 어디서 가져와서 심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준비가 잘 안 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실제로 북한의 산림경영소는 이깔나무, 전나무를 포함해 유용한 묘목이 부족해 황철나무 가지를 잘라 산에 심고 있는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나무를 심으면서 그사이에 곡물을 재배하는 것은 나무 심기 운동은 물론 뙈기밭을 일구는 북한 주민에게도 안 좋은 결과를 예측할 수밖에 없는데요,

특히 지난해 분조관리제가 효과를 보지 못해 농장원들이 크게 실망하고 의욕도 많이 상실한 가운데 여전히 비료와 영농자재의 부족, 체계적인 문제점 등이 반복되면서 올해 농사의 전망은 암울하기까지 합니다.

한국의 인터넷 대북매체인 '데일리NK'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일부터 40일간 '모내기 전투'에 돌입했습니다.

하지만 '극심한 가뭄을 동반한 이상기후', '농사에 꼭 필요한 비료의 부족', '생활환경을 무시한 나무 심기 운동에 따른 개인 밭의 감소' 등 북한 주민 앞에 놓인 삼중고는 더욱 생활난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김정은 정권이 시작되면서 북한 주민이 '농업개혁'의 움직임을 크게 기대했지만, 결국 농민들에게 남은 것은 지도자에 대해 커져가는 실망감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