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 중인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5일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북한과 중국 간 '경제협력'과 '후계구도'의 구축에 이번 방중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4일부터 북한의 평양을 방문한 미국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와 식량평가팀이 북한의 식량 상황을 조사하고 분배 감시 문제를 논의합니다. 한반도의 정세가 분주하게 돌아가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오늘 <라디오 세상>에서 다룰 소식을 소개하는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2010년을 기준으로 폴란드에서 정식 비자를 받고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가 5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09년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인데요, 북한의 노동자들은 외화벌이를 위해 폴란드의 건설현장이나 조선소, 농장 등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북한과 중국 간 경제협력의 확대', '북한 후계구도의 강화' 등을 목적으로 중국을 방문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까지 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중국을 배경으로 남북 대화와 관계 개선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도 숨어있으며, 특히 미국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와 식량 평가단의 초청도 '식량 문제' 외에 '미․북, 남북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행보란 분석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 입니다.
=조선소 용접공이나 일용직 근무
폴란드의 노동․사회정책부(Ministry of labor and social policy)에 따르면 2010년 폴란드 정부가 북한 근로자에게 취업비자를 내 준 사례는 518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09년의 241건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00명 남짓했던 폴란드 내 북한 근로자가 최근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들은 폴란드의 항구도시인 '슈테틴(Stettin)'과 '그단스크(Gdansk)' 를 비롯해 다양한 지역의 중․소 도시에 흩어져 있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특히 '슈테틴', '그단스크' 지역에 체류하는 북한 근로자는 배를 만드는 조선회사에서 용접공이나 일용직으로 근무하는데 통제된 단체생활로 외부인과 접촉이 거의 없는 데다 임금도 직접 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또 폴란드 내 농장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도 적지 않습니다. 반면, 북한 근로자들이 폴란드에서 한국산 자동차(nexia)를 이용하는 것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현지인은 전했습니다.
2000년 중반까지 수십 명에 불과했던 폴란드 내 북한 노동자가 최근 급격히 증가한 이유와 관련해 폴란드의 북한 전문가인 '폴란드 아시아 연구센터'의 니콜라스 레비(Nicolas Levi) 연구원은 역시 외화가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 근로자가 폴란드의 한 달 최저 임금인 약 250유로(1,000 zlotys)를 받는다면 이 중 95%가 북한 당국에 전달된다고 할 때 500명의 북한 근로자를 통해 김정일 정권이 일 년 간 벌어들이는 외화는 미화로 170만 달러에 가깝습니다.
레비 연구원은 확실치는 않지만 폴란드의 대사로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복동생인 김평일이 이를 주도하고 폴란드에서 벌어들인 외화가 김정일, 김정은 부자의 통치자금으로 전달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2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특히 김평일 대사는 현재 북한의 통치자금을 대는 것으로 알려진 '봉화조' 이전의 사조직을 이끌었던 인물이기 때문에 이같은 추측이 가능하다는 설명인데요, 북한은 지금도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많은 북한 근로자들을 유럽으로 파견하고 있으며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레비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김정일 방중, '미북', '남북' 관계 개선 위한 행보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만에 중국을 찾은 김 위원장은 동북 3성 지방을 모두 방문한 데 이어 중국의 최대 전자업체와 정보산업, 대형 상점 등을 시찰하면서 중국의 발전된 모습을 체험하고 중국과 북한 간 경제협력에 관해 구상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온가보, 즉 원자바오 총리도 지난 22일, 김 위원장이 중국의 발전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북한의 발전에 활용하기 위한 기회를 얻게 하기 위해서라고 이번 초청이유를 설명했는데요, 25일에는 북․중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사정에 정통한 중국 내 대북 소식통들도 김 위원장의 방중 목적을 '경제문제'와 '후계구도 구축', 그리고 '남북관계 개선' 등 크게 3가지 관점에서 보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북측과 접촉해 온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이 "꼭 개방까지는 아니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경제문제를 받아들이고 이를 내부에 숙지시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중국 측과 후계구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작업의 목적도 분명해 보인다고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특히 이 소식통은 이미 세대교체가 이뤄진 중국 측에서 아직도 북한의 후계자 김정은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이같은 인식이 중국 지도부에 숨겨져 있기 때문에 북한의 후계문제를 더 확실히 하기 위한 지원 요청이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 목적 가운데 하나라고 관측했습니다.
[소식통] 중국은 지금 세대교체가 거의 됐지 않습니까? 지금의 중국의 지도부에서도 북-중 문제를 좋게 안 보는 거죠. (김정은은) 나이도 어리고, 말도 안 된다는 인식이 중국 지도부에 팽배해 있다고 보는데, 이에 대해 지원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이번 방중에) 있는 거죠.
한국의 연합뉴스를 비롯한 주요 언론들도 김 위원장이 방중 기간 양저우에 머물면서 중국의 장쩌민 전 국가주석을 만나 북한 후계체제의 지원을 요청했다는 관측과 함께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이 '북한과 중국 간 경제협력'과 '후계 체제의 강화'란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는데요,
또 다른 중국 내 대북 소식통은 이에 한발 더 나아가 남북 관계의 개선에 중국의 도움이 필요한 것도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 이유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한국과 대화를 하려 하지만 천안함, 연평도 사건 이후 원하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기 때문에 중국의 지원과 배경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더해진 것도 김 위원장을 대장정에 나서게 한 이유란 설명입니다.
[소식통] 더 내다보는 것은 북한이 한국과 어떤 식으로든 협상을 해야 하는데 혼자서는 역부족이니까 중국이라는 배경을 갖고 나서보자는 복안이 있지 않겠느냐는 거죠.
이와 관련해 지난 24일 미국 국무부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와 식량평가단이 북한의 평양을 방문한 것도 단순히 식량 문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한 사정에 밝은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단순히 식량 문제라면 그냥 끌고 갔을 것"이라며 "북한의 내부적인 문제와 고립된 국제 관계, 중국에 대한 의존이 커지는 데 대한 불안 등이 더해지면서 이번 미국 식량평가단의 초청은 '미․북 관계'와 그 이전 '남북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행보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도 "북한이 남북 관계와 미․북 관계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어렵겠다는 판단을 하지 않았겠느냐"며, 김 위원장의 방중과 미국 식량평가단의 방북 이후 "조만간 대화와 관련해 뭔가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김 위원장의 방중 목적이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김 위원장의 방중으로 북한과 중국 간 경제협력의 확대와 이를 계기로 중국의 개입을 통한 남북 대화, 6자회담의 재개 가능성, 그리고 미국 북한인권특사와 식량평가단의 방북 이후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을 통한 남북 관계, 미․북 관계의 개선 등 한반도 정세에 어떤 변화가 불어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