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미국 내 탈북자, 중국 통해 대북 송금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이번 주 북한의 최대 뉴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이었습니다. 중국을 방문한 김 위원장은 중국 후진타오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의 재개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도발 행위를 중단하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내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도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이 과거와 특별히 다르지 않다면서 당장 북한이 변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

오늘 <라디오 세상>에서 다룰 소식을 소개하는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미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이 증가하면서 북한의 가족에게 돈을 보내는 사례도 늘어났습니다. 최근 한국 정부가 앞으로 탈북자들의 대북 송금이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지만, 미국 내 탈북자들은 미국에서 직접 중국 내 은행으로 송금하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대북 송금이 북한 내 가족과 주민, 장마당 경제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미국 내 탈북자들은 지적했습니다.

- 요즘 북한 '황금평' 개발에 관한 소식으로 뜨겁습니다. 이달 말 열릴 예정이었던 '황금평'과 '나선지구' 개발 착공식이 연기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황금평'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 입니다.

=한국 정부 법 개정 영향 안받아

미국 동부지역에 거주하는 탈북자 이명국 씨(가명)는 정기적으로 북한의 가족에게 돈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명국 씨는 한 번에 500~1천 달러의 돈을 보낼 때마다 미국 내 은행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은행을 통해 중국 내 은행으로 돈을 송금하면 은행에서 약 50달러의 수수료를 뗀 뒤 일주일 정도면 중국의 브로커에게 전달되고 이 돈은 다시 북한 내 가족에게 전달됩니다.

미국 버지니아 주에 거주하는 탈북자 김진우(가명) 씨도 정기적으로 북한의 가족에게 돈을 보내기는 마찬가집니다. 김 씨는 지금까지 미국에서 한국과 중국을 거쳐 북한의 가족에게 송금해 왔지만 최근 한국 정부가 이에 대한 승인을 요구하자 아예 미국에서 중국으로 송금하는 방법을 생각 중입니다.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난민 자격을 받은 탈북자가 100명을 넘어섰고 이민이나 학업 등 여러 형태로 미국에 정착하는 탈북자가 늘어나면서 이곳에서 북한의 가족에게 돈을 보내는 사례도 많아졌습니다. 한국 내 탈북자만큼 큰 규모는 아니지만 평균적으로 일 년에 한두 차례, 한 번에 약 1천 달러 정도입니다. 수년 전부터 꾸준히 북한에 돈을 송금한 미국 내 탈북자 최 모 씨의 말입니다.

[최 씨] 제 주변에 있는 분들도 많이 합니다. 북한 주민이 먹고살기 어려우니까 돈을 보내는 사람이 많습니다. 자식들이 이곳에 나와 돈을 보내기 시작하니까 (북한의) 가족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죠.

한국 정부가 지난 23일 한국 내 탈북자들의 대북 송금에 정부의 승인을 요구하는 법 개정안을 발표한 데 대해 일단 미국 내 탈북자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미국 은행을 통해 한국을 거치지 않고 직접 중국으로 돈을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국을 거쳐 북한에 송금했던 탈북자들도 미국에서 직접 보내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미국 내 탈북자들의 대북 송금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전망이지만 이번 법 개정안이 탈북자들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란 지적은 적지 않습니다.

버지니아 주의 탈북자 김 씨는 27일 "탈북자들이 북한에 보내는 돈은 북한 지도부로 들어간다기보다 정말 어렵게 사는 북한 내 가족과 주민에게 전달되고 있다"면서 "탈북자들의 대북 송금에 승인을 요구한다면 이를 피해 다른 방법을 찾게 되고, 결국 여러 단계를 거치게 돼 송금액과 브로커비용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또 다른 미국 내 탈북자와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국과 한국에서 북한의 가족에게 보내는 돈은 북한 장마당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고 이는 북한의 정치와 경제, 나아가 북한 체제의 변화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북한 당국이 탈북자들의 대북 송금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는 소식도 이런 점을 우려하기 때문이란 지적입니다.

탈북자들의 대북 송금을 연구하는 미국 평화연구소의 존 박 선임연구원도 이미 대북 송금이 북한 사회를 아래로부터 변화시키는 데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는데요, 앞으로도 미국은 물론 한국과 캐나다, 유럽 등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대북 송금에 승인을 요구하는 한국 정부의 법 개정안에도 가족의 생계와 안전을 위해 은밀히 돈을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네, 다음은 라디오 세상이 전하는 <1분 현장>입니다.

중국을 방문했던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5일 중국의 호금도, 즉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는데요, 한국 정부는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한 평가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 가운데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이번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서 중국의 발전된 모습을 보고 배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늘의 <1분 현장> 이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듣고 계십니다.

=북 '황금평' 개발 속도 낼까?

이달 말에 열릴 예정이었던 북한의 '황금평'과 '나선특구' 개발에 관한 착공식이 전격적으로 취소됐다고 한국의 연합뉴스가 지난 26일 보도했습니다. 착공식이 취소된 이유는 북한과 중국 간 경제협력에 관한 논의가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요, 현시점에서 '황금평' 개발의 가능성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우선 단동 현지의 소식통들은 "기반을 조성하는 데만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황금평'에 중국이 공을 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북한이 허허벌판인 '황금평'을 중국에 임대함으로써 이 지역의 개발을 요청하고 다시 되돌려받는 데 중국이 막대한 돈을 들여가면서 이를 개발하겠느냐?"는 설명인데요, 북한으로서도 "'황금평'이 약 11.45㎢에 이르는 꽤 큰 규모로 벼농사가 아주 잘 되는 곡창지대이기 때문에 이를 중국 측에 임대를 준다는 것도 쉽게 이해할 수 없다"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지적입니다.

또 현재 모내기가 한창인 '황금평' 지역은 지난겨울에 북한과 중국의 국경 철조망을 말끔하게 보수했고, 또 북한지역과 인접한 도로주변에 철조망을 이중으로 보완했을 뿐만 아니라 국경지역을 감시하는 감시 카메라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로서는 '황금평' 개발과 관련해 당장 진전을 보일 징후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단둥 내 소식통들의 설명입니다.

한편으로는 계약에 따라 '황금평'을 50년간 빌려주고 중국이 원할 경우 50년을 더해 총 100년을 중국에 임대해 준다면 북한은 사실상 땅을 떼어주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이를 잘 아는 북한이 별다른 조건 없이 '황금평'을 내놓을지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또 중국이 나선항을 통한 동해진출에 초점을 맞춘 가운데 ‘황금평’을 공동으로 개발하려는 북한의 의도에서 서로의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따라서 '황금평'과 관련해 북한과 중국 간 더 구체적인 임대조건과 개발 방향 등이 합의를 이루기까지 본격적인 개발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지배적인 관측입니다.

북한은 2002년에도 신의주와 함께 '황금평' 개발에 대한 의지를 보였지만 성사되지 못한 바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