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남은 탈북자 가족이 받는 불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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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 탈북한 가족에 대해 행불자·실종자 처리

- 탈북 사실 발각 막기 위해 뇌물 만연

- 가족은 물론 친인척도 불이익

북한을 떠나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2만 6천 명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제3국에도 탈북자들이 살고 있고요, 여전히 중국에 떠돌고 있는 탈북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탈북자 중에는 온 가족이 함께 탈북한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가족을 남겨두고 혼자 또는 가족의 일부만 탈북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북에 남은 탈북자 가족에 대한 북한 당국의 연좌제 적용도 다양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북에 남은 탈북자 가족들도 당국으로부터의 각종 제재를 피하기 위해 나름대로 보호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북에 남은 탈북자 가족의 여러 가지 사연들을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연결해 들어보겠습니다.

-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 나와 계시죠?

[김준호 특파원] 네. 안녕하십니까? 중국입니다.

- 네, 우선 탈북자라 하면 한국에 정착한 사람들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요, 탈북의 형태에 따라 북한 당국의 관리가 다르다면서요?

[김준호 특파원] 네, 그렇습니다. 탈북자 중에는 탈북의 동기, 계층, 그리고 탈북 후 정착한 나라도 다양한데요, 계층과 관계없이 남한으로 가기 위해 탈북한 사람들은 북한 당국이 가장 경계하는 정치적 탈북자입니다. 그 가족들은 적대계층으로 분류돼 오지로 추방되거나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생계형 탈북을 들 수 있는데요, 탈북은 했지만, 남한으로 가지 않고 중국에 머물면서 돈을 벌어 가족에게 송금해주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친척 방문과 같은 사사여행, 또는 국경도시에서 도강증을 발급받아 중국으로 나왔다가 중국에 남아 있으면서 가족들에게 돈을 송금해 주는 것이죠. 이런 경우 남한으로 탈북한 사람들과는 구분해 그 가족들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탈북자'라고 해서 다 똑같이 대우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이군요.

[김준호 특파원] 그렇습니다. 탈북을 하더라도 은밀하게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탈북자 가족은 아닌 건데요, 시간이 지나 탈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행불자, 또는 실종자로 가구로 분류돼 일단 북한의 보안 당국으로부터 감시 대상 가구로 분류된다고 합니다. 그러다 실종자로 처리된 지 오래 시간이 지났는데도 실종자(또는 행불자)가 복귀하지 않거나 탈북의 증거가 발견되면 탈북자 가구로 분류돼 가혹한 제재가 가해지는데요, 남아 있는 가족은 탈북자 가구로 분류되기 전에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한다고 합니다.

- 네. 어떤 방법이 있나요?

[김준호 특파원] 북한 주민의 말을 들어보면 딱히 정해진 방법이 있다기보다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고 합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실종자 또는 행불자를 사망으로 처리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그렇게 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뒤에 막강한 뒷배가 있어야 하고 거액의 뇌물이 수반되어야 하는데요, 만약 사망으로 처리된 실종자가 나중에 살아 있는 것으로 발각되면 이에 연루된 사람들에게 큰 처벌이 뒤따르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쉽지 않다고 합니다.
실제로 북한 무역 주재원과 교류가 잦은 한 조선족 인사에 따르면 중국으로 탈북한 국경경비대 소속의 초급장교가 있는데, 그 사람이 중앙당 간부의 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들을 사망으로 처리해 놨는데, 그 사람이 중국 공안에 잡혀 북으로 다시 송환되면 이에 연루된 많은 사람이 위험하기 때문에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중국인 신분증을 만들어 달라는 어이없는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 실종자를 사망 처리해 놓으려면 아무래도 탈북자가 다시 북한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없다는 확신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네, 그런 경우에나 뇌물이 통한다는 건데요, 그렇기 때문에 중국에서 잡혀서 송환될 가능성이 없이 남한으로 간 경우에 뇌물이 효과를 잘 발휘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탈북자 가족이지만 탈북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 가족들은 탈북자 가족으로 분류되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거주지 관할 보위부 요원들에게 수시로 뇌물을 건네는 수밖엔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실종자 가족 중에는 10년 넘게 실종자 가족으로 계속 남아 있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가족은 실종자 가족으로 분류된 지 3~4년 만에 탈북자 가족으로 재분류되어 오지로 추방되거나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 이렇게 탈북자 가족들은 심한 불이익을 받는 것 같은데, 그 친인척들에게 미치는 불이익은 없나요?

[김준호 특파원] 네, 공직자들은 높은 지위에 있을수록 먼 친척 중에라도 탈북자가 있으면 직위를 잃는 등 불이익을 받게 되고요, 낮은 직책에 있는 공직자는 탈북자가 먼 친척일 경우는 미치는 불이익이 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고급 간부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건데요, 그만큼 고위직일수록 흠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일반 주민의 경우 탈북자와의 직계관계라면 비록 출가한 딸이라 하더라도 오지추방 같은 가혹한 처벌은 면하지만, 그 자녀의 앞길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함경남도의 주민 소식통에 따르면 "함흥의 한 탈북자 가족이 한동안 실종자로 처리된 상태로 있었는데 얼마 전 탈북자로 재분류됐습니다. 이 때문에 그 언니의 자녀들이 공부를 잘해 함흥 1고중 입학시험에 합격했지만, 친척 중에 탈북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입학이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하기도 했습니다.

- 네, 가족을 북에 남겨둔 탈북자들이 자신의 탈북 사실을 최대한 북한 당국에 노출되기를 꺼리는 이유가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소식 잘 들었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네. 고맙습니다.

한국과 미국, 유럽 등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지금도 북한에 남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안전을 걱정하며 하루하루 죄인 된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또 혼자만 잘사는 것 같은 미안함에 마음껏 밥을 먹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하는데요,

북한에 남은 탈북자 가족은 물론 다른 곳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가족을 향한 마음도 늘 애틋한 것 같습니다. 탈북자들이 하루빨리 가족을 만나기를 바랍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