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평양시 락원역 앞 동영상 "못 들어간다, 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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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북한 평양시의 '락원역' 앞에서 북한 군인들이 큰 짐을 들거나 허름한 옷차림의 북한 주민은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단속하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촬영됐습니다. 군인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북한 주민의 출입을 막고 지하철역에서 나가라며 소리를 지르는데요, 질서 정연한 평양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특히 외국인이 방문하는 시기에는 이같은 단속은 더 강화된다고 합니다.

- 요즘 북한은 5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 때문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정작 북한 주민은 가뭄에 대한 걱정보다는 당장 먹을 것이 없는 현실 때문에 더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는데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4월의 정치행사, 그리고 최근에는 농촌 동원으로 장마당 제한 조치가 내려지면서 장사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눈앞의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몇 달 뒤의 농사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건데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에서 살펴봅니다.

- 보따리 들거나 배낭 멘 북한 주민에게 "지하철 이용 못 한다, 나가라"
- 배낭, 큰 짐 가졌거나 허름한 옷차림이면 남녀노소 안 가려 단속
- 항의하거나 몰래 들어가려 해도 소용없어
- 평양이 질서정연하고 발전돼 보이지만, 뒤에서는 이같은 단속이...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ASIAPRESS)'가 지난해 6월에 촬영한 평양시 교외 대성구역, '락원역'앞의 모습입니다. '락원역'은 지하철 혁신선의 종점으로 교외나 다른 도시에서 평양 중심부로 가는 사람들이 이용합니다.

'아시아프레스'의 북한 내부기자가 촬영한 '락원역' 앞에는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사람들로 분주합니다. 하지만 역 앞에는 군인들이 지키고 있고, 짐을 가진 북한 주민은 선뜻 역 안으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한 할머니가 보따리 짐을 가지고 역으로 들어가려 하자 군인이 할머니의 출입을 제재합니다. 할머니의 길을 막은 군인은 행사 때문이라며 일일이 설명하기도 귀찮다는 듯 목소리를 높입니다.

[군인] 이러면 안 돼요, 할머니. 내가 여기서 설명해 달라요? 행사 때문에 그럽니다.

또 한 명의 군인이 북한 주민의 출입을 통제하는 가운데 다른 한쪽에서 '나가'라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보따리를 든 여성을 향해 '나가'라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한 군인은 끝내 화를 내며 여성을 매몰차게 내쫓습니다.

[군인] 나가라! 한마디 하면 듣지 않아!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북한 주민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역 안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보따리를 손에 들거나 등에 짐을 멘 주민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역 앞에서 쫓겨납니다. 옷차림이 허술한 사람도 출입할 수 없기는 마찬가집니다.

이 영상을 촬영한 북한 내부기자는 '군인들이 북한 주민의 옷차림이나 짐을 확인하면서 질서 정연한 평양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은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검열했다'고 설명했는데요, 특히 외국인이 방문하는 행사가 열릴 때는 허름한 옷차림의 주민이 평양 중심부에 가지 못하도록 단속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가방을 멘 북한 남성이 북한 군인과 승강이를 벌이기도 합니다. 이 남성은 배낭이 보기 좋지 않다는 이유로 역을 이용할 수 없었는데요, "이렇게 작은 배낭도 허용되지 않느냐?"는 내부기자의 질문에 군인들은 "원칙대로 한다"는 대답만 되풀이했습니다. 배낭은 물론 짐이 커도 안 되고, 초라한 옷차림은 더욱 안 됩니다.

[군인] 나가십시오, 나가십시오. 못 들어갑니다. 됐습니까, 이제? 빨리 나가십시오.

군인이 한눈을 파는 사이 등에 배낭을 메고, 손에 물건을 든 할머니가 재빨리 역 안으로 들어갑니다. 뒤늦게 그 모습을 본 군인은 할머니를 불러 세웁니다. 허름한 옷차림의 할아버지도 쫓겨나기는 마찬가집니다.

군인들의 눈을 피해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북한 주민도 단속에 걸려 발을 동동 구르는데요, 역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북한 주민의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이같은 모습은 평양 시내의 지하철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라며 지하철역의 출입을 통제하는 일은 일상적인 현상으로 추정한다고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또 검문을 잘 통과했다고 해도 중심구역의 역에서 똑같은 검문에 걸려 결국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게 된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덧붙였는데요, 외국인의 눈에 비친 평양의 모습은 늘 질서 정연하고 아름답지만 북한 당국이 주민의 행동범위를 철저히 제한하기 때문에 실제로 일반적인 서민의 실생활은 거의 드러나지 않습니다.

[Ishimaru Jiro] 지난 4월, 북한에서 김일성 탄생 100주년 정치행사를 아주 크게 했는데요, 일본은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참석했습니다. 그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평양이 아주 멋있다". "북한은 변해가고 있다"는 소감을 말하는데, 하지만 평양은 외부 세계에 잘 보이기 위해 아주 철저히 통제되고 관리되는 도시잖아요. 평양에도 200만 명 이상의 사람의 살고 있지만, 서민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은 이처럼 중심지에 직접 들어가지 못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영상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이 영상을 촬영한 내부 기자는 "많은 외국인이 평양을 방문할 때 보안원도 동원돼 노상이나 아파트 앞 공간에 펼쳐진 조그만 장마당을 철저하게 단속한다"며 이처럼 북한 당국은 평양시를 질서 정연한 모습으로 꾸미기 위해 항상 일반 서민의 모습을 숨기려는 노력을 적지 않게 쏟아 붓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평양에는 특권계층뿐만 아니라 하루하루를 겨우 살아가는 서민들도 적지 않은데요, 이처럼 외부 사람의 눈에 잘 보이기 위해 일반 주민의 생활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습은 과연 북한의 평양이 누구를 위한 도시인지를 되묻게 합니다.

여러분께서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듣고 계십니다.

=가뭄 걱정? 당장 먹을 것도 없다

- 가뭄인 것은 맞지만, 그것 걱정할 여유 없다
- 장마당 제한 조치로 당장 먹을 것도 없는데...몇 달 뒤 농사까지 생각 못 해
- 농촌뿐만 아니라 도시 주민 가운데도 아사자 발생해


요즘 북한은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찾아왔습니다. 북한의 언론매체는 물론 주요 외신들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이후 거의 비가 내리지 않고 있는데요, 특히 가뭄이 심한 서해안 지방에는 물 부족 사태까지 예상되면서 올해 농사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하지만 정작 북한 주민 사이에서는 가뭄에 대한 걱정을 들어 볼 수 없습니다. 가뭄보다 당장 장사를 하지 못하는 것을 더 힘들어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부터 지난 4월의 정치 행사까지 강화된 단속과 동원으로 장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요즘은 농촌 동원으로 장마당이 통제돼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가뭄까지 걱정할 겨를이 없다는 겁니다.

일본의 '아시아프레스'가 접촉한 복수의 북한 주민도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인 것을 맞지만 지금은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더 시급하지, 몇 개월 뒤의 농사까지 걱정할 여유가 없다고 전했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가뭄에 대해서는 물론 비가 오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인데, 그것 때문에 농사 걱정을 하는 소리는 별로 없더라고요. 그것보다 눈앞의 먹을 문제가 더 심각하니까요. 당장 장사해서 돈벌이를 해 먹고 살아야 하는데, 그것 자체가 어려우니까 몇 개월 뒤의 농사까지 걱정하는 소리는 생각처럼 크지 않다고 합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 주민 누구와 통화해도 공통으로 하는 말은 '장사가 잘 안된다'는 것이라며 농촌 동원으로 장마당 운영시간이 많이 줄어들어 장사로 먹고사는 도시 주민도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심지어 도시 주민 가운데 아사자가 발생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북한에서는 지방마다 다르지만 장마당을 여는 시간은 주로 오후 2시에서 5시이며 농촌 동원 시기에 장사를 하면 단속의 대상이 되는데요, 이 때문에 쌀 가격도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료부족과 5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으로 북한의 올해 농사는 시작부터 삐거덕거리며 벌써부터 수확량을 걱정해야 할 처지이지만 정작 북한 주민은 가뭄보다 당장 먹고 살 방법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인데요, 농촌 동원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북한 주민의 어려움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아시아프레스는 내다봤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