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북한에서 가장 많이 발병하는 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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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이 이뤄질 경우 여전히 군부로 전용될 가능성을 우려한다면서 어떤 종류를 지원할지도 함께 결정돼야 할 사안이라고 전했는데요, 이에 대해 미국과 한국의 전문가들은 미국이 식량을 지원한다면 옥수수나 밀, 또는 영양강화식품을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읍니다.

북한의 경제․식량 전문가인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스티븐 해거드 교수도 미국이 임산부와 유아 등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군부의 전용을 막기 위해 '영양강화식품'이나 밀을 제공할 것으로 보이며 북한도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는데요, (The US is likely to propose a program with fortified foods that are good for feeding pregnant and nursing mothers and children and perhaps other grains, including bulgar wheat, that are less likely to be diverted. The North Koreans will probably take this offer if made)

이처럼 대북 지원을 위한 품목으로 곡물보다는 식품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입니다.

오늘 <라디오 세상>에서 다룰 소식을 소개하는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북한 주민에게 가장 많이 발병하는 암은 '폐암'과 '대장․직장암'이며 이로 인한 사망률도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엔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에 따르면 북한 남성의 경우 '폐암'과 '위암', '간암', '대장․직장암'의 발병이 가장 많았고, 북한 여성은 '유방암'과 '대장․직장암', '위암', '간암' 순이었습니다.

- 북한에서 금연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흡연율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고, 10대 청소년과 여성의 흡연도 늘고 있습니다. 유엔의 세계보건기구는 '2011년 담배규제협약 이행 보고서'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북한의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배규제법의 철저한 이행'과 '금연 정책의 집행' 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 입니다.

=폐암, 대장•직장암 순

전 세계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현대 의학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암은 많은 사람이 두려워하는 질병 중의 하나입니다. 사람의 인체 가운데 생길 수 있는 암의 종류는 약 30가지에 달하지만 특히 북한 주민에게 가장 많이 발병하는 암은 '폐암(Lung)'과 '대장․직장암(Colorectum)'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IARC)'의 니콜라스 가우딘 선임 공보관은 가장 최근인 2008년도의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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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인용해 당시 북한에서 새로 발생한 암 환자는 3만 7천여 명이며 이 중 남성이 1만 4천700명, 여성은 2만 2천300명으로 여성 환자가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또 이들 암 환자 중에 약 2만 7천 명이 사망했습니다.

특히 북한 남성은 '폐암'이 약 4천 건으로 가장 많았고 또 '폐암'으로 가장 많이 숨져(3천600여 건), 북한 남성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다음은 '위암'과 '간암', '대장․직장암' 등 순으로 각각 2천여 건에 가까웠는데, 사망률도 매우 높았습니다.

또 북한 여성의 경우에는 '유방암(Breast)' 발병률이 가장 높았고, 다음이 '폐암'이었지만 사망 원인으로 '폐암'이 '유방암'보다 2배 이상 많았습니다. 이밖에도 '대장․직장암'과 '위암', '간암', '자궁암' 순이었습니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가 북한의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북한 주민에게 발병률이 높은 5가지 암을 정리하면 '폐암'과 '대장․직장암'에 이어 '유방암', '위암', '간암'이 가장 많아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밖에도 많지는 않지만 '림프계 종양'이나 '피부암', '골수암', '인두암' 등도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발병하는 '위암'과 '갑상선암', '대장․직장암', '폐암', '간암'과 비교하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국가 간 암을 비교하는 '연령표준화 발생률(ASR)'을 보면 북한의 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130명으로 전 세계와 아시아 지역의 평균인 181명보다 적고 300명 이상인 유럽국가나 미국은 물론 한국(262명)보다 절반 정도의 수준입니다.

하지만, '국제암연구소'는 앞으로 북한에서 암 환자의 수가 계속 늘어나서 2020년에는 4만 6천여 명, 2030년에는 5만 2천 명 이상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는데요, 북한 내 의료 시설과 환경이 열악하고 정기 검진을 통한 암의 조기 발견과 치료 등이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암 환자는 물론 암으로 인한 사망자의 수를 줄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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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담배의 해로움을 알리는 전시회 모습. (사진-세계 보건기구 제공)

=북한 흡연율 제자리, 여성흡연자도 늘어

지난 5월 31일은 'World No Tabacco Day', 세계 금연의 날이었습니다. 북한의 언론 매체들도 '세계 금연의 날'이 되면 금연을 강조하면서 금연과 관련된 행사를 소개하는데요,

유엔의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2011년 국가별 담배규제협약 이행 보고서'를 보면 북한은 매년 '세계 금연의 날'을 철저히 기념하면서 흡연이 건강에 주는 해로움을 널리 알리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가 2002년 북한의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조사한 흡연율은 52%, 2008년 일본의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와 북한의 언론 매체 등이 전한 북한의 흡연율 55%와 비교하면 북한의 흡연율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에서 담배는 기호품이 아닌 필수품인데다 담배 자체가 최고의 뇌물이 될 정도로 인기입니다. 14살 때부터 북한에서 담배를 피웠다는 탈북자 최상국(가명) 씨도 "10대 초반부터 상급생을 따라 담배를 배우는 어린 학생들이 많다"고 설명하면서 "최근에는 청진과 함흥 등 비교적 발전한 상업도시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는 여성 흡연자들도 접할 수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인도 뉴델리에 있는 세계보건기구 동남아시아 사무소는 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북한이 2005년 '담배규제법(tobacco control law)'을 제정한 이후 각종 공공기관과 학교, 병원 등에 금연구역을 설정하고 담배 홍보나 미성년자에 대한 판매를 금지하는 등 다각적인 금연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도 말만이 아닌 적극적인 이행이 요구된다고 전했습니다.

2011년, 세계보건기구가 지적한 북한의 금연 과제로는 '담배규제법의 철저한 이행'과 '금연 정책의 집행', 그리고 '금연 범위의 확대와 개선'입니다. 2009년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금연 정책과 환경 조성에 관한 노력은 10점 만점에 2점 미만으로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담배 상자에 흡연에 대한 경고 문구를 넣는 비율도 30% 미만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북한 당국이 금연구역으로 정한 병원의 의사들마저 담배를 피우는 실정인데요, 의사출신의 탈북자 황진경 씨의 말입니다.

[황진경 씨] 피우지 말라고 하는데도 계속 피우죠. 의사실에 담배 재떨이가 있는지 검열하는 데도 의사복에 구멍이 날 정도로 피우죠. 다 피우는 것 같은데...

하지만 세계보건기구는 북한이 금연에 관한 노력으로 담배의 표지에 한국어로 된 경고 메시지를 적어놓거나 그림으로 된 경고도 두드러지게 사용하고 있으며 담배를 끊으려는 북한 주민에게 금연 지원도 하고 있는데 북한의 '국립건강보험'이 비용 일부를 부담한다고 설명했습니다. (Tobacco cessation support is available in most of the health-care facilities. The cost of the support is partially covered by the national health insurance.)

또 흡연과 담배에 대한 광고는 강도 높게 금지하고 있는데, 하지만 금연을 위한 보조적 약물 요법인 '니코틴 대체 요법(nicotine replacement therapy)'이나 그 밖의 약물요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아 금연을 위한 지원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세계보건기구는 덧붙였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흡연자를 '3대 바보 중 하나'라고 말하고 북한 당국도 흡연율을 30%까지 낮추겠다고 다짐했지만 금연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10대 청소년을 비롯한 남성과 여성의 흡연율을 낮추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는 게 세계보건기구와 탈북자의 지적입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는 각국 정부의 미흡한 금연 대책과 비흡연자에 대한 소홀한 보호 때문에 올해 흡연으로 600만 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지난달 31일 밝혀 심각성을 더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