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정보기관, 일본인 배우자 조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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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북한과 일본이 지난 5월 29일 합의한 '납북 피해자 조사'에 따라 북한이 이미 북한 내 일본인에 관한 안부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에 따르면 북한 보위부가 직접 납북 피해자뿐만 아니라 남편을 따라 북한으로 건너간 일본인 배우자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는데요, 하지만 이들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사람들이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를 지금 와서 어떻게 조사해 보고하는가에 관해 보위부 안에서 큰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정치범으로 처리돼 처형되거나 사망한 일본인에 관한 조사가 쉽지 않아 얼마나 정확한 보고서가 만들어질지 벌써부터 우려되는데요, 그런 가운데 북․일 관계의 진전을 기대하며 경제적 기회를 엿보는 발 빠른 장사꾼들의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북한 보위부, 북한 내 일본인 안부․소재 파악 시작

- '언제․어디서?' 행방불명자 조사에 어려움 겪어

- 과거 정치범 처리 곤란, 보위부 혼란 "머리 아프다"

- 일본에서는 납북자 조사 높은 관심, 여러 문제 가능성 제기


지난 5월 29일, 북한과 일본 양측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전면 재조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북한은 합의문을 통해 '일본인 납치 피해자와 행방불명자 조사'에 관한 일본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납치 피해자와 행방불명자, 1945년 2차 세계대전 전후에 사망한 일본인 유골과 묘지, 잔류 일본인, 그리고 일본인 배우자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는데요,

북한의 지방도시에서는 이미 북한 내 일본인에 관한 안부 조사가 시작됐다고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아시아프레스'는 지난달 29일, 북일 국장급 회담의 합의문이 발표된 이후 북한 각지에 사는 취재협력자들과 함께 북한 내부에서 일본 관련 취재를 시작했는데요, 그중 북한 북부지역에 사는 취재협력자 중 한 사람이 보위부원으로부터 이미 재북 일본인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것을 지난 9일 확인했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i Jiro] 북한 내부에 있는 모든 일본 사람, 제2차 세계대전 전후에 사망한 사람의 유골도 납치 피해자, 행방불명자와 함께 조사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일본 국내에서는 납치 문제에 집중되고 있는데, 일본인 배우자 문제도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특히 1959년에 시작된 재일조선인의 귀국사업으로 9만 3천여 명이 북한에 건너갔는데, 그중 약 7천 명은 일본국적자였습니다. 대부분이 조선인 남편을 따라간 일본인 아내와 그 자녀들이었는데요, 5월 29일 발표된 북일 회담 합의문에서는 '모든 일본인에 관한 조사'를 실시한다고 명기했기 때문에 일본인 배우자도 조사대상입니다.

원산항에 계류돼 있는 만경봉호. 2011년 6월 촬영.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원산항에 계류돼 있는 만경봉호. 2011년 6월 촬영.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그런데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가 재일조선인 귀국자와 일본인 배우자의 행방을 조사하고 있지만,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하는데요, 담당 보위원을 만난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일본으로부터의 귀국자는 보위부에서 조사하지만, 일본에서 귀국한 사람 중에는 없어진 사람도 있고, 일가 전체가 통째로 신원불명이 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처럼 민감한 사안의 경우 보위부가 어떻게 조사해 보고해야 할지 매우 곤란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특히 정치범 행방불명자에 관한 처리로 혼란이 빚어지고 있는데요, 이시마루 대표는 보위부원이 표현한 '없어진 사람'이 단순히 행방불명된 사람이 아닌 정치범으로 잡혀간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한국과 통한 스파이', '자본주의 사고의 유포' 등 이유로 일본에서 온 귀국자들이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진 사례가 1960년대 후반 이후 계속 이어졌고 탈북해 귀국한 사람들에 따르면 열악한 생활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만으로도 끌려간 경우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정치범으로 몰린 재일귀국자 출신 가족 중에는 일본인 아내와 자녀가 포함됐고, 그중 이미 사망 또는 처형됐거나, 아직 수감 중인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요,

[Ishimaru Jiro] 귀국사업이 시작된 지 55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누가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조사하는 것도 간단치 않을 겁니다. 또 재일조선인과 결혼해 북한으로 넘어간 일본인 국적자가 7천 명 가까이 되는데, 이 중에는 70~80년대를 중심으로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간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본인뿐 아니라 가족 전체가 끌려간 사람도 적지 않을 겁니다. 이 사람들이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를 지금 와서 어떻게 조사해 보고하는가에 관해 보위부 안에서 큰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북한 내 일본인에 관한 조사를 맡은 보위부는 이미 정치범으로 처리한 일본인 아내와 자녀들의 신원을 어떻게 조사해 보고해야 할지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고 현재 보위부원들이 인민반을 통해 '없어진 일본인 귀국자들이 '언제 없어졌는지', '언제까지 살아 있었는지' 등을 묻고 다닌다고 취재 협력자는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당시 재일조선인과 결혼한 뒤 일본 국적을 버리고 북한 국적을 취득해 건너간 사람도 아주 많아 실제 일본인 배우자의 수는 7천 명이 훨씬 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조사 대상에 이들까지 포함돼있는지 여부는 합의문에 쓰여 있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Ishimaru Jiro] 물론 일본 사회에서 가장 큰 관심은 '납치 피해자가 몇 명이나 귀국하게 될까?, 안부 조사가 얼마나 정확하게 나올까?'입니다. 일본 쪽에서는 '빨리 해결해야 하는데 이번이 마지막이 아닌가?'란 기대는 커요. 합의문이 발표된 후에 북한의 조사에 관해서도 '제대로 만들 것인지', '이전처럼 거짓말 보고가 포함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또 '일본에서 인도지원 명목으로 물건이나 현금이 건너갈 가능성이 큰데 이것을 납치 문제 해결의 대가로 주게 됐는데, 이 내용은 무엇인지'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는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논의한 지도 10년이 넘었고, 그 사이 납치 피해자의 부모는 나이를 많이 먹거나 이미 세상을 떠나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사안의 시급성을 인식한 일본 사회는 이번 북일 회담의 합의를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본 사회에서는 북한이 조사하고 보고한 대로 일본 정부가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인데요, 일본 정부도 독자적으로 일본인 배우자와 자녀의 안부에 관한 조사를 시행하고 북한 정부에 자료를 제시해 정확한 결과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을 듣고 계십니다.

- 북․일 관계 진전에 비즈니스 기대도

한편, 북․일 관계의 개선을 예측한 북한 장사꾼들의 움직임도 시작되는 듯한데요, 물건을 사들여 각지의 장사꾼들과 일상적으로 접촉하는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납치 문제의 합의로 북일 회담이 진전을 보임에 따라 남포와 원산에 일본의 중고제품이 예전처럼 들어가게 될 것이란 정보가 돌아 사람들의 움직임이 시작됐으며 일부 장사꾼들은 앞으로 중국 제품의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지금 북한 사회는 장사를 해서 먹고 살지 않습니까? 북․일 관계가 악화화기 전에는 북한에서 일본에 수출하는 규모가 2억 불이나 됐고, 또 일본에서 북한으로는 1억 불이 넘는 수출이 있었습니다. 만약 일본과 북한 간 무역거래가 다시 재개될 경우 여러 가지 사업의 기회가 생기지 않습니까? 아직 (납치자 문제에 관한) 아무런 조사경위가 보고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비즈니스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더라고요. 그만큼 중국에만 의존해온 대외 경제관계의 출구로 일본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북한의 남포와 원산은 각각 서해안와 동해안의 대표적인 항구도시로 일본의 경제재제에 따른 무역이 단절되기 전 일본으로부터 중고 자동차와 전자제품, 자전거 등을 대량으로 수입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에서는 북일 회담의 진전으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해제되거나 완화되면 그만큼 경제사업의 기회가 많이 생길 것이란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덧붙였는데요, 실제로 일본정부는 북일 회담 합의문에서 일본의 납치 피해자 조사가 시작되는 시점에 '북․일간 인적왕래의 규제', '송금과 휴대금액을 제한한다는 규제', '인도주의적 목적의 북한 국적 선박에 대한 일본입항금지조치' 등을 해제하기로 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