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택매매 조건 1순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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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북한의 중심도시인 평양뿐만 아니라 지방도시에서도 주택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함경북도 회령시 주변에서도 장마당과 근접성, 교통의 용이성, 주택 상태 등에 따라 큰 가격 차를 보이며 매매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국가가 새로운 주택을 짓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국가가 주택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요..."

특히 북한 주민이 주택을 구매할 때 '장마당과 얼마나 가까운가?', '전기와 물이 잘 들어오는가?' 등이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하는데요, 이미 북한의 주택 시장에서는 시장경제 체제가 자리 잡았다는 분석입니다. 오늘은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 장마당 인근의 집 고액에 거래, 전기․물도 중요

- 국가에서 받은 주택, 직접 지은 주택도 매매 대상

- 주택 매매에 북한 돈, 중국 위안화, 미국 달러화 사용

- 주택매매 단속에도 뇌물로 무마

- 이미 북한의 주택시장은 시장경제 체제

- 주택 공급 부족하다 보니 지방으로 주택 매매 횡행


북한에서는 주택 정책에서도 사회주의 이념의 성격이 강해 살림집을 기관이나 기업소 단위별로 무상 배분하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부동산도 국가나 사회협동단체의 소유이고, 이에 관한 매매나 임대, 또는 저당도 금지돼 있는데요,

하지만, 북한 당국이 주민의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집을 짓지 못하고 1990년대 이후 경제난을 통해 개인의 경제활동이 많이 증가하면서 비공식적인 주택시장이 발생했습니다. 지금은 도시와 농촌 등 북한 전역에서 주택매매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북한 주민은 주택을 구매할 때 어떤 조건을 가장 염두에 둘까요?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는 지난 6월 초 함경북도 회령 지역의 주택매매 상황을 조사했습니다. 함경북도 회령의 취재협력자는 "현재 북한에서 살림집 대부분은 매매를 통해 구입한다"면서 "지역마다 가격의 차이가 있지만, 회령시와 가까운 농촌 지역은 독립가옥인 경우 70평 정도에 북한 돈 2천만 원, 미화로 약 2천500달러 정도에 이르며 아파트 가격도 비슷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돈 1만원 = 미화 약 1.25달러 / 2014년 3월 초 평양 기준)

또 도시와 멀리 떨어진 곳이라도 장마당이 근처에 있다면, 70평을 기준으로 북한 돈 1,500만 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취재협력자는 "아무리 살림집이 매매되고 있더라도 명색이 국가 재산인 만큼 국가에서 발급하는 살림집 '입사증', 즉, 국가에서 살림집 사용을 허가하는 서류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입사증'은 국가 기관에 돈을 주고 사야 하지만, 이마저도 대체로 집을 파는 건물주 측에서 해결해 준다고 하는데요, 국가적인 사업으로 건설된 살림집뿐만 아니라 특정 기관이 자체적으로 돈벌이를 목적으로 지어 판매하는 집도 국가 소유의 살림집으로 등록됩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jro] 두 가지인데요, 정말 거주하는 집이 필요하니까 구매하거나, 돈벌이를 위해 집을 사고파는 경우도 많다고 봅니다. 그런데 근본적인 원인이 뭐냐 하면 역시 정부가 이전처럼 북한 주민에게 거주조건을 제공하지 못하게 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북한은 사회주의 이념으로 의식주 조건을 국가가 무조건 보장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국가가 새로운 주택을 짓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국가가 주택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요...

북한에서는 장마당과 거리가 멀거나 교통수단의 이용이 어려운 곳일수록 매매가는 떨어집니다. 또 미장이 덜 됐거나 온돌이 없는 등 내부 공사가 필요한 집도 40~50평 기준으로 북한 돈 800만 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는데요,

장마당 근처의 집값이 비싼 이유에 관해 취재협력자는 "한 마디로 돈을 벌기 쉽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장사를 하지 않고 장사꾼들의 짐만 보관해줘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건데요, 실제로 탈북자의 증언에 따르면 시장 주변의 주택은 장마당에 유통되는 상품을 저장하는 물류창고나 장사꾼들의 짐을 보관, 또는 상품 도매소의 역할까지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밖에도 전기가 잘 들어오는 지역, 교통이 편리한 지역의 집값은 더 비싸다고 하는데요, 지난해 평양시 중구역 아파트들은 한국 전쟁이 끝난 직후 지은 오래된 주택이지만 24시간 전기가 들어오고 물도 잘 나오기 때문에 최고 8만 달러, 방 한 칸까지 아파트도 2만 달러 가까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Ishimaru Jiro] 장마당 가까이에 있으면 장사, 즉 비즈니스 기회가 생기니까 유리하죠. 자신이 편리한 점도 있지만, 창고 역할까지 해서 돈벌이가 됩니다. 그리고 전기문제가 크다고 합니다. 북한은 전기가 항상 모자라는데, 모자라는 전기를 우선으로 받는 큰길, 당이나 행정기관 건물 등 중요한 시설에 가까운 곳이면 집값이 많이 올라간다고 합니다.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북한에서 주택을 사고팔 때 북한 돈은 물론 중국의 인민폐나 미국 달러화까지 이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개인의 주택 거래에서 많은 돈이 오가다 보니 사법 기관의 단속도 이뤄지는데요, 하지만 뇌물이나 친분 관계를 내세워 무마시키는 실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집을 지어 파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뒤에서 일을 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엄두도 못 낸다'란 말까지 생겼습니다.

또 국가에서 배정받은 집도 매매대상이지만, 요즘은 국가에서 배정받는 집이 몇 채 되지도 않고, 평양과 달리 지방도시에는 살림집 해결을 위한 주택 건설이 거의 없다보니 북한 주민이 개별적으로 독립가옥을 짓거나 돈벌이를 위해 특정 기관이 건설한 살림집을 매매하는데요, 북한의 중심도시인 평양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양강도 혜산시 외곽의 단층집. 2014년 5월 13일.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양강도 혜산시 외곽의 단층집. 2014년 5월 13일.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최근 고향방문 목적으로 평양에 다녀온 재일조선인에 따르면, 북한이 '선군시대의 본보기 살림집'이라고 일컫는 평양 만수대거리 주택의 경우 건설이 시작된 2008년 당시 국가가 발급한 '입사증'의 가격은 1~2만 달러였지만 완공된 지금은 9~11만 달러로, 평양에서도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실정인데요,

[Ishimaru Jiro] 사실상 북한의 거주 문제는 시장경제의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사회주의 경제는 표방하는 북한 당국에서 주택 제공하지 못하면 계속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시마루 대표의 지적대로 북한에서 주택의 거래가 이뤄지고 장소와 위치, 좋은 매물에 따라 매매가격의 차이가 난다는 것은 주택 시장 내에서 시장경제 체제가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집을 가장 큰 재산으로 여기는 북한 주민을 법으로 단속하기에는 역부족인 듯 보이는데요,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북한 당국은 '마식령 스키장'과 '문수물놀이장' 등 집권자의 치적을 위한 대형공사에는 힘을 쏟고 있지만,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위한 살림집 건설에는 무관심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국, 북한 주민의 생활터전인 살림집이 부족해지자 주민들 사이에서 불법 주택 매매가 횡행할 수밖에 없는데요, 이같은 현상이 평양뿐만 아니라 북한 최북단의 농촌에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원본기사)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