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김밥용 김’부터 ‘수입 가전제품’까지 - 평양 모란시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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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북한 평양의 중심구역에 있는 모란시장의 모습이 동영상에 포착됐습니다. 깨끗이 진열된 제품과 하나라도 물건을 더 팔려는 상인, 세련된 옷차림으로 매대를 돌아보는 평양 주민 사이에 흥정이 오가며 시끌벅적한 평양 모란시장의 모습은 한국이나 중국의 여느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일본의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하는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중국 내 탈북자에 대한 단속은 여전히 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 내 탈북자들도 한국으로 가기 위한 제3국행을 거의 시도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북한과 중국의 단속 강화로 탈북 시도는 물론 제3국행도 하지 못하면서 요즘 중국 내 탈북자와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하루하루 긴장 속에 지내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첨>입니다.

- '바다의 맛 그대로-김밥용 김', 마네킹에 걸린 의류부터 고가 수입제품까지
- 위생복, 위생복 입은 판매원, 단체복에 명찰까지 단 상인, 세련된 옷차림의 평양 주민
- 하나라도 더 팔려는 상인, 시장경제의 힘 느껴져
- 평양 주민도 몇 년간 충분히 배급 못 받아, 장사로 생계유지


북한 평양의 중심부, 모란봉 구역에 있는 모란시장.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ASIAPRESS)'가 지난해 6월에 촬영한 모란시장의 모습을 살펴봤습니다. 모란시장은 평양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하는 공설시장인데요, 매일 1천 명 이상의 상인들이 모이는데다 매대(판매대) 위에는 지붕이 있어 날씨와 상관없이 장사를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조자가 촬영한 시장의 입구에는 개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부터 사람들이 붐빕니다. 각자 등에 잔뜩 짐을 지거나 수레를 끈 북한 주민이 시장으로 향합니다.

화면에 담긴 시장은 판매자와 구매자로 북적입니다. 통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는 약 80cm가량의 매대가 빽빽이 늘어서 있고 물건을 사려는 평양 주민으로 시장은 활기가 넘쳐 보이는데요, 시장을 찾은 일부 평양 주민의 세련된 옷차림과 손에 든 가방 등이 인상적입니다.

시장에는 각종 음식과 반찬거리, 건어물 등을 비롯해 가전제품, 의복 등 다양한 물건이 진열돼 있는데요, '바다의 맛 그대로-김밥용 김'이라고 쓰인 마른 김과 말린 해초류, 건어물 등에 손님들이 관심을 보입니다.

- 김 얼마에요? 국내산이에요?

[상인] 1천500원입니다.

모란시장 제품의 진열상태나 매대의 위생상태도 깨끗합니다. 식품매장의 판매원들은 위생복에 모자까지 갖추고 있고 의류매장의 상인들은 단체복에 가슴에는 명찰까지 달았습니다. 이밖에도 상인 뒤로 사람 모형(마네킹) 위에 진열해 놓은 옷 등 한눈에도 한국이나 중국의 일반 시장과 비교해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선풍기를 비롯한 가전제품 매장에도 빨간색으로 옷을 맞춰 입은 상인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가전제품과 수박, 사과 등 고급과일 등은 중국에서 들여온 수입품입니다.

모란시장에는 고가의 화장품과 시계 등도 팔리고 있는데요, 머리를 감을 때 사용하는 린스가 얼마냐고 기자가 묻자 6천 원에 판다고 상인이 대답합니다. 또 수만 원 상당의 화장품과 시계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 린스 얼마에요?

[상인] 6천 원에 드려요.

- 좋은 것이에요?

[상인] 네. 보라요. 이거 2만 2천 원이에요.

북한의 일반 노동자들이 한 달에 버는 수입이 약 3~4천 원임을 고려하면 6천 원짜리 린스와 2만 2천 원의 화장품은 매우 비싸게 들립니다.

젓갈을 판매하는 매대에서는 명태젓과 낙지젓, 까나리, 호두기젓 등을 파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한 번 먹어보라며 젓갈 하나를 건네는데요, 이처럼 시장의 상인들은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적극적으로 물건을 홍보합니다.

- 명란젓 얼마에요? 1만 3천 원?

[상인] 이거 먹어봐

각 매대의 상인들은 모두 점원이 아닌 사장인데요, 매대를 확보한 대가로 시장관리소에 '장세(시장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상인들은 1원이라도 더 벌기 위해 장사에 열심입니다.

이밖에도 식품 매대에는 먹음직스러운 빵과 달걀, 메추리알 등을 잔뜩 쌓아놓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데요, 상인들마다 돈주머니를 차거나 가방을 멘 것도 눈에 띕니다.

약 3분 30초 분량의 동영상에 담긴 모란시장의 모습은 물건을 파는 상인과 사려는 손님들로 시끌벅적한데요, 시장 경제의 활기가 그대로 느껴집니다.

동영상을 제공한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대부분 평양시민도 최근 수 년 동안 충분한 배급을 받지 못하면서 장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이처럼 북한의 평양에서도 서민이 중심이 된 시장 경제의 힘을 느낄 수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최근 북한의 협동농장에서도 재배한 상품을 직접 시장가격에 판매하는 시장화 바람이 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국가가 북한 주민의 생계를 지원하지 못하고 국가의 통제가 무너지는 가운데 시장에 들어가 돈벌이는 하는 움직임이 황해도의 협동농장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반면, 그런 가운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대규모 정치행사, 그리고 최근의 농촌 동원에 이르기까지 각종 단속과 동원으로 장마당 활동이 많이 제한됐고 장사로 먹고사는 북한 주민과 장사 중개업을 하는 되거리꾼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활고로 목숨을 잃거나 꽃제비로 전락하는 일도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러분께서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듣고 계십니다.

=중국의 탈북자 단속 강화로 제3국행 시도도 못 해

- 탈북자 김 씨, 6월 초 떠나기로 했지만, 상황이 어려워 대기
- 중국 공안의 탈북자 은신처 단속, 대중교통 검사 등으로 구출활동 어려움
- 탈북 시도, 제3국행도 올 스톱, 탈북 중개인도 '나중에 하라'


중국에서 2년간 숨어 지낸 탈북자 김동철(가명) 씨는 지난 6월 초 인권단체의 도움으로 중국을 떠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6월 중순이 지난 지금까지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단속이 너무 심해서입니다.

김 씨는 최근 자신을 도와줄 인권단체의 관계자로부터 "단속이 너무 심하고 사정이 좋지 않아 기다려야 할 것 같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김 씨는 관계자와 직접 만나 식사도 했지만, 중국을 떠나 제3국으로 가기에는 아직도 상황이 좋지 않아 결국 더 기다리기로 했다고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이처럼 탈북자에 대한 중국 측의 단속 강화로 중국 내 탈북자는 물론 이들을 돕는 인권단체의 활동도 여전히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이 접촉한 인권단체 관계자도 중국 공안이 탈북자들의 은신처를 색출하거나 한국 사람도 단속하며 강제로 추방하는 등 단속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차나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도 중국 공안의 검사가 여전히 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심지어 돈을 받고 중국 내 탈북자를 제3국으로 인도하는 중개인도 중국 정부의 단속이 매우 강화돼 태국까지 가는 것도 만만치 않다면서 나중에 하라고 만류할 정도입니다.

[중개인] 요즘 단속이 심해졌어요. 나중에 하십시오. 북한에서 중국으로 데리고 들어와도 문제에요. 빼기가 만만치 않아요.

또 최근에는 국경 경비도 한층 강화돼 탈북도 매우 어려워졌고 전파 방해로 외부와 전화도 여의치 않은데다 중국 공안의 탈북자 단속도 한층 강화되면서 두만강을 건너는 북한 주민도 거의 없어졌습니다.

또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최근 들어 북한 주민은 물론 중국 내 탈북자들로부터 도움을 요청하는 사연도 부쩍 늘었는데요, 이처럼 탈북자에 대한 북한과 중국의 단속 강화로 중국 내 탈북자와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긴장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