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대선 치른 이집트, 북한의 갈 길을 제시한다

0:00 / 0:00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지금 시작합니다.

- 한국, 중국 등 아시아를 중시하는 대통령 후보들- "경제가 우선이다"
- 경제적으로 기대할 것 없는 북한 - 관계개선 여부 불투명
- 누가 당선되든 "과거 독재정권과 차별화", "경제 우선시 정책"이 핵심
- 정치적 사형선고 받은 무바라크, 그의 비참한 말로에 동정 여론 거의 없어


북아프리카의 나라 이집트에서는 지난 16~17일, 대통령을 뽑기 위한 결선 투표가 진행됐습니다.

지난해 발생한 반정부 민주화 시위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권력에서 물러난 뒤 처음으로 뽑는 민선 대통령인데요, 이번 선거는 이슬람조직인 '무슬림 형제단'의 무함마드 무르시 후보와 과거 무바라크 정권에서 총리를 지낸 아흐메드 샤피크 전 총리의 대결이었습니다.

'아랍의 봄' 혁명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이집트의 대통령 선거에 국제사회의 눈과 귀가 쏠려 있고, 이집트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 북한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이집트 내 한국 대사관의 박현규 서기관과 함께 선거 결과와 이집트의 정세, 그리고 무바라크 전 대통령에 관한 소식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박현규 서기관이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박현규 서기관님, 안녕하세요.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현규 서기관] 네, 안녕하세요.

- 이집트의 대통령 선거가 끝났습니다. 선거 결과가 궁금한데 문제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현재 어떤 상황인가요?

[박현규 서기관] 네,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오늘(6월 21일)에 대통령 선거 결과를 발표하게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젯밤에 갑자기 이를 연기한다는 발표가 나왔고,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대통령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실망을 안겨줬고요. 이 문제는 최근 군부의 움직임, 예를 들어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군부의 권한을 강화하면서 대통령 선출 이후를 대비하는 듯한 모습을 볼 때, 과연 (군부가) 대통령에게 권력을 제대로 이양할 것인지에 관한 의혹이 생겼는데요, 정치권에서는 군부의 움직임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 사실은 대통령 선거 결과에서 무슬림 형제단의 무르시 후보가 이긴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박현규 서기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무슬림 형제단의 무르시 후보가 52.7%의 표를 얻어 과거 무바라크 정권에서 총리를 지낸 샤피크 후보에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식 결과를 발표해야 당선 인정을 받는데, 이것을 연기하면서 정치권에서는 권력 이양을 제대로 할 것인지, 부정이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고, 무슬림 형제단 측도 이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대통령 선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연좌시위를 하겠다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 현재로서는 아직 어느 후보가 공식적으로 당선된 것은 아닌 상황인데요, 그렇다면 앞으로 당선자에 따라 이집트 정부가 어떤 성향을 띌 것으로 예상되나요? 과거 무바라크 정권과 어떻게 다를지도 궁금합니다.

[박현규 서기관] 두 후보가 서로 다른 성향을 보이고 있거든요. 샤피크 후보는 과거 무바라크 정권에서 활동했던 인물이기 때문에 무바라크 정권이 취했던 대외정책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예를 들어 미국, 이스라엘과 외교를 중요시하고 서방국가와 관계에 비중을 많이 두는 정책과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무르시 후보는 무슬림 형제단에 속해 있으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겠다,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무르시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대외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집트의 외교정책은 어느 후보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노선의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 그럼 북한 이야기를 좀 하고 싶은데요, 이집트와 북한은 과거에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른 차기 정권에 따라 북한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북한과 외교관계는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요?

[박현규 서기관] 그것을 말하기에 앞서 두 후보는 과거 무바라크 정권 때와 달리 아시아를 중시하는 외교를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무르시 후보도 "앞으로 중요한 것이 경제인데, 이를 위해서는 실질적인 외교가 필요하고 아시아로 눈을 돌려야 한다, 특히 신흥경제대국인 중국과 인도, 한국 등과 관계를 개선하면서 경제 성장의 성공담을 참고해야 한다"는 뜻을 비쳐왔고, 무슬림 형제단에서도 한국에 대해 높은 관심을 나타내왔기 때문에 무르시 후보가 당선되면 한국과의 관계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샤피크 후보도 앞으로 경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관계개선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집트의 새 정권과) 북한과 관계는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아시다시피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북한과 군사적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지만, 경제적 협력 관계는 미미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북한에 실질적으로 기대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두 후보가 북한에 대해 관계개선을 추진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지 않나 생각됩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샤피크 후보는 과거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이 났을 때 소령으로서 공군 조종사로 참전했거든요. 그때 북한은 공군을 보내 이집트를 지원했던 역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샤피크 후보가 북한과 접촉했다거나 북한과 관계개선, 또는 사업 등을 추진했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두 후보가 북한에 대해 어떤 관계를 가질지는 전망하기 어렵습니다.

- 현지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북한 주민은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박현규 서기관] 북한은 이집트를 중요한 나라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제로 북한에 이집트 대사관이 있고 이집트에도 북한 대사관이 있는데, 이곳 북한 대사관의 규모도 작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집트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북한 대사관의 움직임은 상당히 미미한 상태입니다. 거의 외교적인 활동이나 북한의 움직임은 여전히 감지하기 어렵습니다. 또 저희로서도 북한에 대한 정보는 별로 갖고 있지 않습니다.

-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얼마 전 종신형과 다름없는 25년 형을 받았고, 최근에는 호흡기에 의존한 채 혼수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무바라크 전 대통령에 관한 소식 좀 전해주세요.

[박현규 서기관] 무라라크 전 대통령의 건강 문제는 아무도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정보가 제한돼 있는데요, 저희가 알고 있는 바로는 건강이 상당히 위독하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있고, 지병인 심장병 때문에 심장박동이 자주 멈추는 것은 확실한 것 같고요,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임상적인 사망상태에 대해서는 군 고위관계자도 부인하기 때문에 이를 믿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일부 정치인도 말했지만, 무바라크의 사망 여부와 관계없이 과거 무바라크 정권은 사망선고를 받았기 때문에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사망은 중요하지 않다는 반응을 찾아볼 수 있고, 일반 국민도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절대적인 권력자였기 때문에 그의 건강이나 사망에 관해 관심은 높지만 동정하는 여론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 지금도 이집트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바로 경제문제인데요, 요즘 이집트의 경제 상황, 치안은 여전히 좋지 않은가요?

[박현규 서기관] 경제 상황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민주화 시민 혁명 이후에 경제가 계속 침체일로에 있고 치안 문제까지 겹치면서 관광객도 감소하기 때문에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경제입니다. 두 대통령 후보 모두 경제문제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기 때문에 누가 당선되든지 경제문제는 최우선 과제로 다뤄질 것 같고요, 새로운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최우선 사안이 될 것으로 봅니다.

- 마지막으로 지난해 반정부 민주화 혁명은 이번 대통령 선거로 마무리됐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이집트에서 발생한 민주화 혁명이 어떤 메시지를 가져왔고 북한에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요?

[박현규 서기관] 사실은 이집트의 정치 일정에서 대통령 선거가 마지막 단계입니다. 새 대통령이 뽑히면 권력을 이양하면서 과도정부가 끝나야 하는데, 최근 문제가 발생하면서 혼선을 빚고 있고 군부가 새로운 대통령에게 권력을 제대로 이양할 것인지에 대한 의혹도 많은데요, 이 혼란이 마무리되고 권력 이양도 순조롭게 이뤄져서 이집트가 민주화 혁명의 선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은 북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보는데요, 독재정권의 말로를 보면서 북한도 많은 것을 느낄 것으로 생각합니다.

- 네. 알겠습니다. 이집트의 앞날에 국제사회는 물론 북한도 많은 관심을 가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이집트 내 한국대사관의 박현규 서기관이었습니다. 오늘 말씀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박현규 서기관] 네, 감사합니다.

민주화 혁명을 거쳐 맞이할 새로운 이집트 대통령과 새 정권은 과거 독재정권과 차별화와 새로운 경제정책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요즘 이집트 국민 사이에서도 북한은 점점 잊혀진 존재가 되고 있고 북한보다는 오히려 정치․경제적 안정에 도움이 되는 한국을 더 선호한다고 합니다. ( 관련기사 )

이집트 국민이 가장 원하는 것, 바로 경제 살리기를 통해 기본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새로운 이집트 대통령과 정권이 당면한 과제인데요, 이집트의 새로운 앞날을 기대해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