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미·북 대화에 관한 요즘 워싱턴의 분위기는...

- 올해 안 미․북 양자 대화 가능성은 거의 없다
- 대선 앞둔 마당에 미․북 대화 추진은 오바마 행정부에 오히려 위기
- 미국과 한국 대선이 끝난 내년에야 나서볼 수 있을까...
- 급물살 타던 식량 지원, 유해 발굴 등도 정체상태
- 미국은 태도변화 요구, 인권 문제 거론으로 북 압박 기조


"미국과 북한이 올해 안에 다시 마주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특히 미국이 대선 정국이라 더욱 그렇지요"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이 지난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힌 말입니다.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지난 4월 장거리 로켓의 발사로 '2.29 합의(Leap Day Agreement)'를 깨트린 이후 미국 행정부가 이에 매우 크게 실망했다며 "북한과 대화를 다시 시도하는 것은 대선을 앞둔 오바마 행정부에 위기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대화 재개의 가능성은 없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워싱턴의 외교가를 중심으로 한반도 전문가 사이에서는 올해 미국과 북한이 다시 접촉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같은 날 워싱턴에서 만난 미국 스탠퍼드대학 한국학 연구소의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부소장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과 북한이 다시 접촉할 가능성을 묻는 말에 고개를 저었습니다. '2.29 합의'를 몇 주 만에 일방적으로 파기한 북한의 행동으로 부정적인 기류가 형성된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이제 북한이 행동의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대화에 나설 수 없다는 태도가 단호하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공화당의 미트 롬니 후보가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강력히 비난하면서 추가적인 미․북 양자 대화는 더 어렵게 됐다며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모두 끝난 내년이 돼야 대화 재개의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덧붙였습니다.

유엔 북한대표부가 있는 뉴욕도 조용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트랙 2, 비공식 토론회를 통해 북한 관리와 접촉했던 미국 사회과학원의 리언 시걸 박사도 현재로서 미․북 대화에 관한 작은 움직임도 없다고 전하면서 북한이 '2.29 합의'를 이행한다는 구체적인 정황을 보여줬을 때만 가능한 일이라며 냉랭한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Leon Sigal] 미국이 어떤 형식으로든 북한과 대화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2.29 합의의 실행을 보여줬을 때만 가능할 수 있겠지요. 현재로서는 어떤 것도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 북한과 대화는 꼭 드러내놓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양한 방법이 있지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을 받아들이고, 우라늄 농축활동을 중단하는 등 환경과 여건을 바꾸는 것도 전략적인 대화로 받아들일 수 있죠. 결국,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밖에도 워싱턴의 정통한 한반도 전문가인 한미경제연구소의 잭 프리처드 소장도 26일, 한국의 연합뉴스와 한 회견에서 "최소한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미국과 북한 간 추가적인 양자 대화의 움직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이 지난 4월 장거리 로켓의 발사로 합의를 파기한 직후 미국 맨스필드 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이사장,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자유아시아방송에 '이제 미국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접었다면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이 북한과 또 다른 협상이나 외교적 노력을 전개할 리 없다'고 못 박은 바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의 냉랭한 관계 속에 대화도 단절되면서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은 현재 재개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으며 올해 초까지 급물살을 타던 북한 내 미군유해 발굴의 재개도 중단된 채 아무런 변화가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미국 정부는 북한에 대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이라"며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들어 북한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은 정치적으로도 결정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인데요, 약 1년 전인 2011년 7월,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미국 민간연구기관의 초청으로 미국의 뉴욕을 방문하면서 1년 7개월 만에 미․북 대화가 재개됐습니다.

이를 통해 대화의 물꼬를 튼 미국과 북한은 지난 2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과 핵실험을 유예하고 미국이 24만 톤의 식량을 지원하기로 합의했지만 북한이 4월에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서 대화는 단절됐는데요, 약 1년 만에 180도 달라진 양국 간 냉랭한 대화 분위기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