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란드(Marcus Noland) 부소장은 북한의 식량사정이 여전히 "암울하다(grim)"고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놀란드 부소장은 지난해 북한의 식량 생산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며 이같이 짧게 전했는데요, 현재로서 북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식량 지원도 언제 또 무엇으로 재개될지는 아직 예상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오늘 <라디오 세상>에서 다룰 소식을 소개하는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반정부 민주화 시위가 확산하던 지난 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앞두고 북한 함경북도 종성의 장마당에서 발생한 시장 상인들의 항의 시위에서 북한 주민 5~6명이 현장에서 사살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김 위원장의 생일을 앞두고 반정부 민주화 시위의 영향을 우려해 심하게 단속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 서유럽의 국가 벨기에에 정착한 탈북자의 수는 약 30명으로 최근 1년 사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벨기에 정부로부터 비교적 난민 인정과 경제적 지원을 쉽게 받을 수 있어 탈북자들이 많이 정착하는데요, 최근 1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 입니다.
= "북, 지난 2월 장마당 시위 주민 5~6명 사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 직전인 지난 2월, 함경북도 종성의 장마당에서 발생한 시장 상인들의 항의 시위에서 북한 주민 5~6명이 현장에서 사살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국 '열린북한방송'의 하태경 대표가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 유럽의 도이칠란드(독일)와 영국, 체코를 방문 중인 하태경 대표는 이날, 직접 현장을 목격한 40대 후반의 함경북도 종성 주민의 말을 인용해 "당시 장마당에서 시장 상인 30~40명이 항의 시위를 했는데 북한의 보안 당국이 현장에서 북한 주민 5~6명을 사살했다"고 말했습니다.
[하태경 대표] 김정일 생일 직전에 함경북도 종성에서 시장 상인들의 항의 시위가 있었는데요, 현장에서 5~6명을 사살했대요. 그동안 북한 장마당에서 단속과 뇌물 때문에 인민 보안성의 경찰들과 상인들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렇게 총기를 난사한 경우는 없었거든요. 제 기억에는 고난의 행군 이후 주민의 불만 표출에 대해 최초로 총을 쏜 것 같습니다.
하 대표는 이처럼 북한 당국이 시위를 벌인 북한 주민을 현장에서 사살한 이유는 당시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불어온 반정부 민주화 시위의 영향을 우려한 데다 김 위원장의 생일을 앞두고 평소보다 심하게 단속을 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하태경 대표] 이유는 두 가지 같습니다. 김정일 생일 직전은 재스민 혁명이 막 일어날 때인데, 북한 주민 불만 표출에 대해 본때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던 것 같고, 또 한 가지는 김정일 생일 직전이 단속이 심한데 평소보다 심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 28일 영국 의회에서 열린 '북한인권청문회'에서 '북한의 강화되는 주민 통제'를 주제로 발표한 하 대표는 이날 오전 입수한 이 사실을 영국 의회의 의원들에게 공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이날 열린 '북한인권청문회'에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인권 문제와 관련해 정치범 수용소 출신인 탈북자 김혜숙 씨의 그림 증언과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발표가 이어졌으며 영국의 '데이비드 앨튼' 상원의원, '짐 도빈' 하원의원 등 영국 의회 의원 10명을 포함한 100여 명의 참석자가 이를 경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영국이 북한 대사관에 정치범 수용소를 거론할 때마다 북한이 이를 부인하기 때문에 영국 의원들이 이에 관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고 북한에 인권 개선에 관한 압력을 넣기 위해 이번 청문회를 연 것으로 보인다고 하 대표는 관측했는데요, 이날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는 모두 북한 당국에 전달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 유럽 3개국을 순방 중인 '북한 정치범수용소 해체본부'는 29일 체코를 방문해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북한의 인권문제에 관해 면담하고 체코의 반체제 인사를 만나 민주화의 경험을 나누게 됩니다.
다음은 라디오 세상이 전하는 <1분 현장>입니다.
최근 '중국 내 탈북자 강제북송의 중지'를 촉구하기 위한 유럽 대행진에 참가했던 올해 만 4살의 김하민 군. 12일 간의 대장정 가운데 어린이 탈북자 역할도 하면서 유럽 사람들에게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알리기 위해 작은 힘을 보탰는데요, 유럽 8개국 7천 km를 달리면서 김하민 군이 지은 노래는 '유럽 대행진' 일행에 기쁨과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김하민 군의 노래, 오늘의 <1분 현장>이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듣고 계십니다.
= 현재 30여명 정착
서유럽의 북해에 접해있는 국가, 벨기에. 네덜란드어와 프랑스어를 쓰는 인구 약 1천만 명의 벨기에는 네덜란드와 프랑스, 룩셈부르크, 그리고 도이칠란드(독일)와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탈북자에게는 생소한 나라, 벨기에. 하지만 최근에는 벨기에에 정착한 탈북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벨기에에서 탈북자의 정착을 돕고 있는 인권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2~3명에 불과했던 벨기에 내 탈북자 수가 작년부터 증가해 지금은 약 30명에 달한다고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1~2년 사이에 벨기에 내 탈북자 수가 무려 10배 이상 늘어난 건데요, 탈북자에 대한 난민 인정이 까다로운 네덜란드나 프랑스와 달리 벨기에는 1년 안에 난민 인정을 받을 정도로 탈북자에게 관대하기 때문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벨기에 내 인권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탈북자가 벨기에에서 난민 신청을 하고 2차례의 심사를 거치면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대부분 난민 인정을 받는데요, 이후 탈북자 한 명이 벨기에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은 매달 755유로. 미화로 1천 달러가 넘습니다. 이 돈은 벨기에에서 당장 직업이 없어도 얼마든지 방을 구하고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또 난민 인정을 받은 탈북자는 2년이 지나면 벨기에 시민권을 부여받을 수 있는데요, 벨기에에서 북한 사역과 탈북자 정착을 지원하는 브뤼셀 한인교회, 최용준 목사의 설명입니다.
[최용준 목사] (난민 인정을 받고) 2년이 되면 시민권이 나옵니다. 그러면 북한도 갈 수 있고 벨기에 시민으로서 모든 권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직업이 없으면 계속 지원금이 나오고 벨기에 정부의 복지 사무소에서도 언어와 직업 찾기를 지속적으로 도와줍니다.
이처럼 북한에서 온 것만 확인되면 벨기에 정부로부터 난민 인정과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근 탈북자가 벨기에로 몰려드는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벨기에 내 인권 관계자는 풀이했습니다.
1년 6개월 전 벨기에에 정착해 난민 인정을 받은 북한 함경북도 출신의 탈북자 황진숙(가명) 씨도 벨기에에서 언어와 직업교육을 받으며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미 벨기에에 정착한 탈북자 중에는 북한에서 경험을 살려 배를 타거나 식품점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황진숙 씨] 생각지도 못한 유럽에서 제가 산다는 기쁨도 있고 시민권을 얻으면 북한을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그래서 내가 이 나라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사니까 어려움이 있어도 극복하고 노력하며 살려고 하고 있어요.
하지만, 인권관계자는 벌써 벨기에 정착을 소개하는 탈북자 중개인이 활동하고 있고 이미 한국을 거쳐 벨기에로 들어오는 탈북자도 있다며 지금까지 탈북자가 난민 심사에서 떨어진 사례는 없지만 이같은 현상이 계속되면 최근 영국처럼 앞으로 탈북자의 난민 심사에서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