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으로 용천·신의주 방문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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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 통행증 발급 중단, 용천․신의주 방문 불가능

- 공무원 출장도 못 가고 장사꾼들도 발길 막혀

- 7월 중순 이후에도 통제 풀릴지 알 수 없어

- 평양부터 용천․신의주까지, 홍역 확산 가능성

- 농촌 지원 끝나고 집으로 해산, 확산 우려도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는 지난주 북한 평안북도 용천지역에 홍역이 빠른 속도로 확산해 어린이 사망자까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그 후 일주일이 지났는데요,
북한은 과거에도 몇 차례 홍역 때문에 큰 곤혹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이제 홍역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한국과 달리 북한은 의료체계가 열악한 실정이기 때문에 아직 홍역이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용천 지역에 발생한 홍역의 현재 상황은 어떤지, 다른 지역으로 더는 확산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홍역에 대한 북한 당국의 대처는 무엇인지 등을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연결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 나와 계시죠?

[김준호 특파원] 네, 안녕하십니까? 중국입니다.

- 김준호 특파원께서 지난주 북한의 용천 지역에 홍역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주셨는데요, 당시 세 명의 어린이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거든요. 우선 평안북도 홍천에 홍역이 정확히 언제 발생했는지부터 짚어볼까요?

[김준호 특파원] 네. 제가 이 소식을 가장 처음 접한 때가 지난 6월 24일이었는데요, 당시 저에게 이 소식을 전해준 평안북도의 소식통은 용천에서 홍역이 발생한 지 3일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지난 6월 21일인데요, 이같은 정황을 미뤄보면 실제로 홍역이 발병한 시점은 21일 이전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 네. 그렇다면 지금은 홍역이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열흘이 넘었는데요, 홍역이 얼마나 확산했는지, 환자는 얼마나 많이 늘었는지 궁금합니다. 어떻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네. 홍역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전해준 평안북도의 소식통은 지난 6월 30일, 용천 지역과 인접한 신의주 지역이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었기 때문에 환자가 얼마나 더 늘어났는지 확실하게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단, 홍역이 워낙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환자가 많이 늘어났을 것이란 추정만 할 뿐입니다.
이 때문에 차량은 물론 다른 지역을 여행하는 통행증 발급도 모두 중단됐고, 외부 사람이 신의주나 용천 지역을 방문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용천 인근의 신의주 지역에서 아직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이것도 환자가 아직 발생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환자가 발생했지만, 소식통이 아직 듣지 못한 것인지도 확실치 않은 실정입니다.

- 네. 그런데 한국의 '조선일보'도 지난 1일 '평양에서도 지난 6월 초부터 홍역이 발생해 주민의 출입이 통제됐다'고 보도했거든요?

[김준호 특파원] 네. 그러니까 용천 지역의 홍역이 평양보다 더 늦게 발생했다는 말이 되겠는데요, 이런 정황으로 미뤄볼 때 아직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이미 북한의 상당한 지역에 홍역이 번졌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용천 지역과 신의주 지역의 봉쇄는 오는 7월 중순까지 계속될 예정인데요, 이것도 그때에 확산 정도나 대처 상황에 따라 통제가 풀릴지, 아니면 계속될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런 통제 상황 때문에 북한 주민의 생활이 많이 불편할 것 같은데요.

[김준호 특파원] 그렇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용천과 신의주 지역의 공무원들이 다른 지역으로 업무 출장도 가지 못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방문도 일체 금지됐습니다. 특히 신의주 지역은 중국과 교역 창구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달리기 장사꾼들이 많이 찾는데요, 당장 장사꾼뿐만 아니라 이들을 상대로 하는 신의주 지역의 상인들이 타격을 입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편, 외부와 소통이 차단되다 보니 한 가지 좋은 점도 있다고 하는데요, 외부에서 들이닥치는 각종 검열단이 들어오지 못하니까 그건 아주 좋은 일이라며 소식통이 뼈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홍역이 발생할 당시 북한의 보건 당국이 처음에는 중국을 다녀온 선원들이 홍역을 중국에서 옮겨왔다고 선전했는데, 요즘에는 중국을 드나드는 화교들이 홍역을 옮겨왔다고 선전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국에는 현재 홍역이 돌고 있지 않거든요. 중국도 신생아가 태어나면 바로 홍역 예방 백신을 놓기 때문에 홍역이 거의 없는데 애꿎은 중국 탓을 하는 모습입니다.

- 이처럼 홍역이 발생했는데요, 북한 당국에서는 어떤 보도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홍역 때문에 큰 곤혹을 치른 것으로 아는데요, 당시에도 한참 뒤에서야 홍역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죠?

[김준호 특파원] 그렇습니다. 특히 2007년에 북한에서 홍역이 대대적으로 발생했는데요, 당시 북한 매체에서는 이에 관한 보도를 일절 하지 않았습니다. 또 당시 외신들도 북한 전역에서 홍역이 확산하고 있는 때에 '파라티푸스'가 북한 전역에 퍼졌다는 오보를 쏟아내기도 했는데요, 한참 지나서야 이것이 홍역이라고 알려지게 됩니다. 이 홍역 때문에 약 2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죠.
당시 유엔의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아동기금(UNICEF)이 홍역 예방 백신을 공급하고 대대적인 의료지원에 나서면서 겨우 홍역의 불을 끈 적이 있는데요, 그럼에도 북한 당국은 외부 세계에 홍역이 발병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북한 당국에서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외부 세계에 이를 알리지 않고 감추기에만 급급한데요, 국제사회에 원조를 요청해 빨리 대처하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지금도 북한 매체에서 홍역에 관한 보도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끝으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지난 5월부터 시작된 농촌 지원이 얼마 전에 끝나 외부인들이 모두 돌아갔다고 하는데요, 이들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 홍역이 더 확산할 가능성이 매우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 끝으로 북한 청취자에게 홍역이 어떤 질병인지, 증상에 관해 전해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네. 사람이 태어나면서 일생에 한 번은 꼭 홍역에 걸리는데요, 주로 공기로 전염되기 때문에 환자가 발생하면 전염 속도가 매우 빠른 질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증세로는 고열이 나면서 온몸에 빨간 발진이 솟아나는데, 한번 이 병에 걸리면 열을 내려주는 것 외에 뚜렷한 치료 약이 없다고 합니다. 홍역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예방 백신주사가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죠. 건강했던 사람은 약 열흘 정도 앓고 나면 자연스럽게 치유가 되기도 하는데, 체력이 약하고 내성이 부족한 영유아들은 사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 네. 홍역으로 사망자까지 발생했고, 홍역이 평양과 용천은 물론 신의주까지 확산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더는 감염자나 사망자가 나오지 않도록 북한 당국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김준호 특파원,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준호 특파원] 네, 고맙습니다.

홍역은 과거에 한국에서도 아주 많이 발생했던 전염병 중의 하나였는데요, 지금은 아기가 태어나면 병원에서 홍역 예방주사를 놓기 때문에 홍역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상 한국에서는 사라진 질병이 됐는데요,
반면 북한에서 주기적으로 홍역이 발생해 사망자까지 발생한다는 점은 남북한 간 의료체계와 경제력의 차이는 물론 이를 해결하는 당국의 소극적인 의지까지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