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 납치 피해자 문제․북일 협상 진전에 관한 내부 분위기
- 대북제재 해제, 북․일 관계 개선되면 무역거래 재개 기대감 커
- 평양 분위기 "납치 문제 해결해 비즈니스 기회 넓히자"
- "대중 무역 10%를 일본으로 돌리자", 상부 지침
- '이익을 얻기 위해서 양보할 것을 다 양보하자' 분위기도
- 이제 시작단계, 실패 예측하는 목소리도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3일, 북한에 대해 독자적으로 취해온 일부 대북 제재를 해제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5월 29일 발표된 북일 합의문에 따라 일본인 납치피해자에 관한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한 북한은 지난 1일, 중국 북경에서 열린 '북․일 국장급 협의'에서 일본 측에 조사위원회의 조직과 구성 등에 관해 설명했는데요, 이를 검토한 일본 정부는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일본이 독자적으로 취해온 일부 대북제재 조치를 해제하고 싶다"고 화답했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일본 사회의 관심사는 오직 납치피해자의 안부인데요, (관련기사) 그렇다면 북한 주민은 일본인 납치 문제와 북․일 협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이와 관련해 '아시아프레스'는 북한 주민 4명과 중국에 나와 있는 무역관계자 3명으로부터 분위기를 들어봤습니다.
우선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아직도 대부분 북한 주민이 일본인 납치사건을 잘 모르고 있다고 말합니다. 외부의 정보를 접할 수도 없고, 북한 당국이 제대로 된 설명도 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그저 '과거에 공작기관이 데려온 일본인이 있고, 그들을 돌려보낼지 말지 옥신각신하고 있다'라는 것이 일본인 납치피해자에 대한 평균적인 인식 수준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첫째는 북한 당국에서 일반 사람에게 북․일간에 납치 문제가 있었고, 일본과 어떻게 협의가 이뤄졌는지를 거의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언론보도를 통해 북한과 일본 간 납치 문제가 있고, 이것이 현안이라고 말하지만, 일반 사람은 이것이 무슨 말인지 잘 몰라요. 둘째는 북한 내 일반 사람은 생활이 어렵지 않습니까? 이런 정치적인 문제는 관심을 둘 여유가 없습니다. 대부분 일반 주민은 '무언가 납치 문제로 일본과 충돌이 있구나.' 정도의 인식입니다.
이시마루 대표에 따르면 최근까지도 북한 주민 가운데 '북한이 여중생을 배로 납치해 간 사건이 있었고, 김정일 총서기가 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고 설명하면 충격을 받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또 '북한 정권이 자국민도 수용소로 보내거나 죽이기 때문에 일본인을 납치하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이를 불쌍하다며 동정하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반면 당과 행정부 관리, 중국에 나가는 무역관계자 등 지위나 직업상 정보를 많이 접하는 북한 주민 사이에서는 '과거의 북일 교섭에서 북한 쪽이 납치 피해자에 관한 정보를 숨겨 시끄러웠고 일본 측이 경제제재를 했기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다'라는 정도의 인식은 갖고 있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특히 북한 내 상류층 사이에서 북․일 관계의 진전을 실리적 손익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하는데요, '아시아프레스'가 지난 1월에 중국에서 만난 무역관계자는 '일본인 납치 문제는 이제 세계에 알려진 문제이고 더는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 납치피해자를 빨리 일본에 돌려보내 국교 정상화를 이뤄 배상금을 받는 것이 이득'이라는 의견도 나타냈습니다.
[Ishimaru Jiro] 이번에는 북한에서 많은 관심을 두고 보고 있어요. 장사를 하는 사람들과 간부들은 경제적 측면에서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예를 들어 북․일 관계가 개선되면 무역거래가 재개돼 원산, 남포, 청진항에서 무역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특히 '원산'은 이전에 대일무역의 거점이었으니까 돈과 일감이 많이 생기고 장사가 잘 될 거다...이런 기대감을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조금 급이 높은 사람들, 중국에 나가서 무역 거래를 하는 사람은 기대가 매우 큽니다.
실제로 지난 6월 초순, 중국에 출장 온 북한 상사원은 "지금 평양의 분위기는 일본과 납치문제를 빨리 타결해 비지니스 기회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광물자원과 수산물을 많이 수출할 수 있는데 지금은 거의 중국인에게 팔 수 밖에 없으니 터무니없이 싼 값으로 팔아야 한다는 겁니다.
또 지난 6월 말, '아시아프레스'의 중국 협조자와 만난 북한의 무역관계자는 "평양의 중앙당이 일본과의 무역 재개를 위한 준비를 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다"며 중국에 대한 수출 규모 중 10%를 일본으로 돌린다는 것이 상부의 방침으로, 모든 상사에 닦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북한의 모든 무역회사는 경제제재가 해제되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일본의 구매자를 잡는 것이 경쟁이고, 빠른 사람이 이기는 것이라고 이 무역관계자는 말했는데요,
이밖에도 평양에서는 '동북부의 청진시와 나선시가 해산물을 일본에 수출하는 무역 거점으로 개방된다'는 정보가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북한 내부에서는 이미 비즈니스의 기회를 엿보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요,
[Ishimaru Jiro] 그런데 아직 경제제재 해제의 규모는 크지 않습니다. 경제제재가 풀리는 문제는 무역재개에 있다고 봅니다. 납치 문제가 풀리고 북일 간의 여러 현안이 해결되면 북․일 관계의 정상화로 가는데, 일본 국내에서는 한국처럼 북한에 대해서도 의무적, 도덕적으로 배상적인 성격의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인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국교정상화가 된 이후 마지막으로 주는 돈이라고 2002년 평양선언에 쓰여 있습니다. 그런데 국교정상화는 핵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불가능하거든요. 이것을 북한당국이 모르는 것이 아니니까 지금 경제적인 면에서 기대하는 것은 무역거래의 재개, '다시 무역을 하고 싶다'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북한 사람이 북․일 교섭을 기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에서는 비관적으로 북․일 교섭의 실패를 예측하기도 하는데요, 북한 양강도에 사는 행정직원은 북한 정권에 대한 불신을 이유로 회담의 실패를 예측했습니다. "납치문제를 해결해 배상을 받자는 속셈이지만, 지난번처럼 옥신각신하다 잘되지 않을 것이란" 말입니다.
- "김정일 시대부터 지금까지 정권이 한다 한 것이 뭔가 잘 된 것이 있었는가? 하나도 없다. 이번에도 안 될 것이 틀림없다"
- "미국과의 관계개선도 결국 좌절하고 '강성대국을 건설한다', '외국투자를 들여온다', '식량 배급을 준다', '생활을 향상시킨다' 등 이런 '공약'들은 모두 깨졌다. '정권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은 이제 북한 사람들 사이에서 대부분 일치하고 있다고 봐도 좋다.
- 권력자에게 무언가를 기대하는 건 머저리다. 만일 잘되기 시작해도, 도중에 남쪽이나 미국이 방해할지도 모른다"
최근 북한은 납치피해자 문제의 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북일 관계의 개선에 나서고 있습니다. 북한 내에서는 '이익을 얻기 위해 양보할 것은 다 양보하자'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인 납치문제의 재조사에 관한 북일 협의는 이제 시작단계인데요, 북한 내부에서는 북일 무역의 재개에 관한 기대로 부풀어 있는 모습입니다. 이 점에 대해 중국 내 북한 무역상은 "일본이 납치문제를 진전시키고 싶어 적극적이지만, 북한이야말로 외화사정이 너무나 어려워 빨리하고 싶어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는데요,
[Ishimaru Jiro] 하나는 북한에서 납치 문제, 그리고 북한에 사는 모든 일본 사람의 안부 조사를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대답을 일본 측에 줘야 하는데, '이것을 일본 여론이 납득하느냐?'가 제일 큰 문제입니다. 북한이 솔직하게 보고할 수 있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그렇게 하면 최고 지도자의 권위에 문제가 생긴다'라고 반대하거나 일부 세력이 자기 이권을 위해 움직이는 등 내부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쉽게 예측할 수 없지만, 순조롭게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겁니다.
일본이 일부 대북제재 조치를 해제했지만, 실제로 북한이 얻을 경제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물품의 이동, 즉 무역거래는 허용되지 않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정치적, 상징적인 의미는 커 보입니다.
북한과 일본이 오랜 불신을 깨고 합의를 이행하는 단계에 나선 가운데 추가적인 제재 해제로 경제적 이득을 얻고자 하는 북한의 기대에 얼마나 부응할 수 있을지 적지 않은 북한 주민의 눈과 귀가 이곳에 쏠려 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원본기사)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