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병역기피 만연에 강압적 징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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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선군 정치를 앞세웠던 북한에서 인민군에 입대하는 것이 최고의 영광으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현실은 좀 다른데요, 북한의 젊은이들이 군 복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하면서 북한 당국이 강압적으로 신병을 모집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당국이 징병에 어려움을 겪자 사회에 진출한 청년들에까지 입대를 강요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이라는 심각한 경제난으로 출산율의 저하와 영양부족, 대량 아사 등이 오늘날 징병의 어려움을 겪는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대에 갔는데 대우가 계속 악화하면 당연히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군 복무를 해야 하는지를 생각할 수 있죠."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부족한 병력 보충 위해 청년들 강제 징집

- "아내 있어 군대 못 간다"는 말에 범죄자 취급

- 제대자 많지만, 입대자 적어...병력 없어 포도 못 쏠 지경

- '24살까지 100% 군에 지원하라!', 청년들은 군 기피에 급급

- 김정은 제1비서의 지시에 책임자는 '골치'


지난 7월 8일,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통화한 북한 함경북도 국경 지역의 취재협력자는 "사회초모생(일반사회에 나온 징병 대상자)에 대한 신병 모집이 진행되고 있지만, 대상자들이 군대에 나가기 싫어 뇌물을 주고 빠지는 실태가 지역 당 위원회까지 보고돼 문제가 엄중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우리 OO군에 24살 난 청년이 초모 대상에 올랐는데, 군 동원부장(징병 담당 기관 간부)과의 면접에서 '자신은 아내가 있기 때문에 군대에 못 가겠다'라고 말한 것이 지역 당 위원회까지 보고돼 문제가 복잡하게 됐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 청년이 근무하는 직장 책임자와 조직 책임자, 그리고 청년의 부모가 매일같이 당 위원회에 불려 간다"며 "그의 가족도 무사하지 못할 것 같다"고 취재협력자는 현지 분위기를 전했는데요, 이처럼 북한 당국이 징병에 어려움을 겪자 이미 사회에 진출한 청년들에까지 징집에 나섰지만 입대 대상자들의 기피현상으로 골머리를 앓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서 군대를 꺼리는 현상은 이미 사회 전반에 확산해 있는데요, 북한 특권층의 자녀는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 병역을 기피하고 있으며 심지어 북한이 최근 돌격대 인력을 뽑으려 해도 지방에서는 예정인원의 40%도 채우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보도 내용을 들어보시겠습니다.

- 북한 특권층 자녀들의 병역 기피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데도 이에 대한 제재나 단속은 전무하다는 소식입니다. 최근 중국에 나온 함경남도 주민 민 모 씨는 "조선에서 아들 가진 부모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식을 군대에 보내야 하지만, 그것도 돈 많고 힘 있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 북한이 기본 노동력으로 활용하는 청년돌격대 인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황해북도 청년동맹 사정에 밝은 한 주민은 "올해 고등학교 졸업자 가운데 돌격대 입대자들을 모집해야 하는데 지방에서는 예정 인원의 40%도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북한의 모병제도는 의무병역으로 2003년 3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전민군사복무제'를 법령화함으로써 만 17세에 해당하는 청년들은 신체검사에 불합격한 자를 제외하고 모두 군대에 가도록 조치했습니다.

물론 예능과 체육에서 재능을 인정받아 졸업 후 예체능 단체로의 입단이 확정된 자, 또 학교의 우등생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거나 대학 입학 통지서를 받은 청소년에게는 예외의 경우를 두지만, 북한의 청소년들은 징병 절차에 따라 만 14세가 되면 징집 대상자가 되어 지역 군 징병기관에 자동 등록되고 17세 입대 전까지 매년 신체검사를 받게 되며, 학교를 졸업하면 신체검사에 합격한 자에 한해 각급 행정 단위에 위치한 군사 동원부로부터 '입대 통지서'를 받아 입대하는데요, (북한의 중학생들은 만 14세가 되면 소년단에서 청년동맹이라는 정치조직에 의무 가입. 동시에 '붉은청년근위대'라는 민간 군사단체에도 소속돼 이때부터 이들은 졸업할 때까지 매년 군사 훈련에 참가해 사격 훈련을 받게 됨)

특히 형법 83조(2004년 개정형법)에도 '군사복무동원을 기피한 자는 2년 이하의 로동교화형에 처한다.' '앞항의 행위를 전시 또는 준전시에 한 경우 5년 이하의 로동교화형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을 정도로 군 복무를 회피하는 것은 엄중한 범죄로 다뤄집니다.

하지만 10년이나 되는 긴 복무기간과 식량난, 열악한 복무환경 등으로 군 복무를 기피하려는 현상은 해마다 늘고 있는데요,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도 "현재 북한 당국이 징병에 어려움을 겪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이라는 심각한 경제난으로 출산율의 저하와 영양부족, 대량 아사 등을 겪은 '고난의 행군 세대'가 현재 징병 대상자의 주 연령대인 것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북한에서 돌격대 경험이 있는 40대 탈북자의 말과 일치한데요,

[탈북자] 군대 목사는 애들을 모두 속도전 청년돌격대로 뽑았는데, 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꽃제비가 생기면서 (태어나는) 아이들의 숫자는 계속 줄어들기 마련이고...

2011년 7월 평안남도에서 촬영 된 영양실조로 야윈 병사들. 수방으로 이송중인 공병부대다.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2011년 7월 평안남도에서 촬영 된 영양실조로 야윈 병사들. 수방으로 이송중인 공병부대다.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또 복수의 취재 협력자에 따르면 열악한 환경과 영양 상태에서 자라난 청년들이 신체검사에서 최저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북한 당국은 지난해부터 입대 기준을 낮췄는데요, 실제로 2013년 3월부터 남자의 입대 기준 신장 최저치를 종전 145㎝에서 142㎝로 완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족한 병력을 메우기 위한 북한 당국의 노력은 2000년 초부터 시작된 초모생 모집을 봐도 알 수 있는데요, 당시 북한 당국은 '조국을 위한 복무정신 발휘와 개인의 발전 문제를 고려해 국가가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자원성의 원칙'으로 군 복무를 할 것을 강조했지만 대부분 청년이 군 복무를 외면하자 당국이 강압적으로 나선 겁니다.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력자도 '실제 북한군의 실태가 한심하다'고 전제하고 "포를 쏘려고 해도 조준수, 장탄수 등 5명이 필요한데, 지금은 2명뿐이라며 "해마다 제대하는 사람은 많은데 군대 가겠다는 사람이 적으니 병력이 모자란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실제로 북한이 '전민군사복무제'라고는 하지만 많은 청년이 군 복무를 회피하는 것이 만연해 있다고 말합니다. 입대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영양실조'로 폐인이 되거나 요행으로 10년을 채운다 해도 '도둑질 명수'가 될 뿐이라는 것을 북한 주민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인데요, 징병기관인 '군사 동원부'에 뇌물을 주고 징병에서 빠지거나, 의료기관과 짜고 없는 병을 만들어내 초모에서 빠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겁니다.

최근 들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군대 시찰을 자주 하며 군대의 역할 강화를 주문하고 있지만, 병역 기피 현상이 만연한 북한의 실정에서 군대의 강화는커녕 병력의 현상 유지조차 제대로 될지 의문인데요,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김정은 체제가 들어섰어도 여전히 군대의 식생활이 매우 힘들다는 것, 게다가 경력이 많은 병사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면 '오히려 김정일 시대보다 더 악화한 것이 아닌가?'라고 추측할 수 있을 겁니다. 군대의 식량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인데요, 국가가 그런 능력을 상실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대에 갔는데 대우가 계속 악화하면 당연히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군 복무를 해야 하는지를 생각할 수 있죠. 또 최전선뿐만 아니라 내륙 쪽 군부대의 숫자도 많지 않습니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당 위원회까지 나서서 '사회초모생' 모집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방침이 떨어졌기 때문인데요, 만 24세까지는 전원 군에 지원하라고 했지만, 대부분 청년이 뇌물을 바치거나 꾀병을 부려 초모에서 빠지기 때문에 "지금 지역 당 책임비서도 계획된 초모인원을 모집하지 못해 매우 골치 아파하고 있다"고 취재협력자는 현지의 실태를 전했습니다.

탈북자 출신 전문가에 따르면 "요즘 북한 군인은 1990년대에 태어나 노동당의 배급이 아닌 어머니의 장마당 수입으로 겨우 먹고산 세대이기 때문에 이들은 힘들게 장사를 해 번 돈으로 자식을 먹여 살리는 부모를 보며 북한 정권을 위해 목숨을 바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선군 조선을 내세우고, 군대가 최고의 권력을 차지하는 북한이지만, 정작 북한 젊은이들의 몸과 마음은 군대에서 멀어져가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