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일본인 재조사가 어려운 이유는?

0:00 / 0:00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 자진 입국한 일본인, 솔직하게 말하지 않아

-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는 어떻게 처리?

- '일본 안 가겠다'고 말하는 일본인 처리도 골치

- 북, 북일 관계 개선 의욕 높아

- 8월 말~9월 초 아베 총리 방북 가능성, 물밑 교섭 활발할 듯

오늘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은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오늘날 북한 내부의 이모저모를 짚어보겠습니다.

오랜만에 이시마루 대표를 전화로 연결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안녕하세요.

[Ishimaru Jiro]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대표님. 우선 북한에서는 춘궁기를 지나고 있는데요, 최근 가뭄 피해를 입은 반면, 올해도 수해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북한의 취재 협조자들은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요즘 식량 사정이 어떻다고 전해주고 있나요?

[Ishimaru Jiro] 일반적으로 8월, 옥수수가 수확되기 전에는 '보릿고개'라고 해서 농촌 지역은 먹을 것이 많이 부족합니다. 양강도와 함경북도 농촌 지대의 식량 사정에 관해 조사하고 있는데, 역시 양강도에서도 농민들이 힘들게 산다는 소식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양강도는 산이 많고 밭이 얼마 없어요. 곡식이라는 것은 옥수수와 보리, 감자가 많은데요, 그래도 군량미 공출로 가져가 버리니까 농민들이 굉장히 어렵게 산다고 한결같이 말합니다. 양강도의 협조자에 따르면 어느 농촌에서는 '까리'를 먹는 집이 많다고 합니다. '까리'가 뭐냐 하면 감자에서 전분을 뽑은 다음 남은 것입니다. 여기에는 감자의 껍질이 많고 영양과 별 관계가 없지만, 이것밖에 먹을 것이 없기 때문에 이것으로 국수를 만들어 먹는 집이 많다고 합니다. 인간으로서 먹을 수 있는 최악의 음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만큼 농촌의 사정이 어렵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 요즘에 햇감자나 제2작물이 나오는 시기 아닌가요?

[Ishimaru Jiro] 그렇죠. 그런데 그 감자가 나오면 그것으로 현금을 만들어야 합니다. 먹을 것도 중요하지만, 농촌 사람들도 현금 없이는 못 삽니다. 감자로 전분을 먼저 뽑고, 감자도 팔고 군대에 공출하면 남는 것이 얼마 없으니까 '까리'까지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

- 네. 주제를 좀 바꿔서요, 북한 내 일본인 재조사에 관해 또 짚어보겠습니다. 이미 '아시아프레스'를 통해 북한에서 일본인에 관한 재조사가 시작됐고, 북한 주민은 물론 북한 내 일본인 사이에서도 북․일 관계의 개선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반면 북한 보위부가 재조사에 애를 먹고 있고, 심지어 재조사에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은 어떻게 파악하고 계십니까?

[Ishimaru Jiro] '아시아프레스'의 북한내부 조사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북한 체류 일본인을 모두 조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일단 납치 피해자는 완전한 관리 대상이니까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을 테고 이외 자신의 의사로 자진 입국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고요, 이 사람들을 하나하나 만나면서 조사하고 있다고 내부 협조자가 전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에서는 자진 입국한 사람도 대상으로 조사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많은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양강도의 일본 사람은 '본명이 뭔지', '과거에 일본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등을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것 같다는 거죠. 북한에 자기 의사로 들어간 사람은 뭔가 일본에 있을 수 없는 이유가 있거나, 정치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인데 보위부에서 정확한 내용을 알아야 하지만 자진 입북한 사람이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아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또 북한에 들어간 일본 사람 중에서는 북한에 입국한 다음 정치적인 문제가 생겨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을 북한에서 어떻게 취급해야 하는지, 아직 보위부 차원에서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죠. 보위부 스스로 그런 일본 사람들을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 골치 아프다는 겁니다.
그리고 '희망의사'도 조사하고 있는데, '일본에 가겠느냐?'라고 물으면 대부분 사람은 '일본에 가겠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요. '일본에 가겠다는 것은 북한 생활이 싫다'라는 것을 말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럼 정치적인 문제가 생길까 봐 그것을 두려워해서 일본에 가겠다는 의사표현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보위부에서는 어떻게 조사해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가 현장에서 생기고 있다고 합니다.

- 일본 언론이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자신의 의사로 입국해 머문 일본인은 일본으로 귀국해도 좋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어요. 북한에서 "자발적 입국자는 일본에 가도 좋다"는 뜻을 전달했는데, 하지만 실질적으로 정치범이 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가겠다고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Ishimaru Jiro] 그렇죠.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입국한 사람의 경우 일본에 문제가 있어서 갔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북한 생활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지 잘 알 수 없지만, 일본에 돌아갈 수 없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겁니다. 저희도 몇 개의 사례를 파악했는데, 북한 당국에서는 자신의 의사로 북한에 들어간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북한에 있는 일본 사람은 납치 피해자보다 자신의 의사로 북한에 들어온 사람이 오히려 많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북한 당국에서 자진 입국자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끝으로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이 솔솔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에서는 이를 반기지 않는 입장이고요, 북일 관계가 급속도로 진전되면서 가능성이 점점 가시화되는 분위기인데, 아베 신조 총리의 방북 가능성과 관련해 일본 내 반응은 어떤지, 이시마루 대표님은 어떻게 전망하시는지 궁금합니다.

[Ishimaru Jiro] 7월 18일, 일본의 시사 통신이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도 조사를 발표했습니다. 조사를 보면 아베 정권의 출범이래 가장 낮았습니다. 44%가 나왔어요. 아베 정권이 출발하면서 너무 빠른 기간에 새로운 정책을 무리하게 진행했습니다. 이런 지지도의 하락은 당연히 아베 내각에서 예측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많은 사람이 '북일 관계의 개선'과 '납치 문제의 진전'을 통해 지지율을 회복시키자는 의도가 강하다는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도 비슷한 견해이고요,
또 아베 총리가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미리 잡았던 외교 일정을 다 취소했습니다. 그것을 두고 이 기간 전후에 아베 총리에 평양 방문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8월 말 전후로 북한 당국에서는 납치 문제와 북한에 체류한 일본인 조사에 관한 1차 자료를 보고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이 기간에 북한과 일본 간에 큰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네. 가장 낮은 지지도를 보이는 아베 신조 총리 내각이 이번 북일 관계의 개선을 통해 지지율 반등을 이룰 수 있을지, 북한이 또 하나의 돌파구가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Ishimaru Jiro] 네. 참고로 북한 쪽 분위기를 말씀드리면 이것은 외교전이니까 일본과 북한이 서로 신경전을 전개하면서 자기 쪽에 얼마나 큰 성과를 얻어낼 수 있는가에 관한 전략을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북일 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있어 북한에서도 많은 의욕을 보이고 있습니다. 동기는 경제적인 문제를 조금이라도 개선하자는 건데요, 북한에서도 많이 적극적이라는 것을 분명히 느끼고 있습니다.
아베 내각에서도 납치 문제에 큰 성과를 기대하는 것 같고, 8월 말 북한의 제1차 보고서와 관련해 여러 가지 구체적인 교섭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일본 정부에서 북한에 대가를 줘야 하는데 대가의 내용, 예를 들어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했으니까 '시기는 언제인지', '또 얼마나', '현금인지 물품으로 주는지' 등의 교섭이 많이 오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네. 이시마루 대표님.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 나누도록 하죠. 말씀 감사합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