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광산 등에 제대군인 강제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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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남성 11년, 여성 7년의 군 복무를 마치고 사회로 복귀한 북한의 제대군인을 기다리고 있는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습니다. 북한 당국이 이들을 광산이나 농촌 등에 강제로 배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워낙 대우가 나쁘고, 이직이나 이사도 쉽지 않아 처음부터 배치를 받지 않으려는 반발도 거셉니다.

노동이 힘들고, 대우가 안 좋고, 임금도 많지 않고, 위험하고, 빠져나갈 수 없어서 이를 기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생각하는데, 부모가 움직이지 않으면 강제로 배치하니까 무언가 작업을 하려는 거죠.

제대군인을 산간오지나 농촌 등에 강제로 배치하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도 제대군인을 당이 중시하는 어렵고 힘든 문제를 풀기 위한 돌파구로 여기고 있어 앞으로도 이들의 집단배치가 예상됩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 북 당국, 농촌이나 광산 등에 제대군인 집단 배치

- 대우 나쁘고, 이직•이사도 어려워

- 부모들은 배치 제외하려 대학 추천서 받기도

- 김정은 위원장 "힘들고 어려운 현장에 제대군인 배치"

- 식량 구하지 못한 제대군인, 귀성길에 열차 안에서 숨지기도

북한 군대의 열약한 상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긴 복무 기간, 충분치 못한 식량 공급, 각종 강제노동과 범죄 노출 등으로 북한 군인이 처한 상황은 하루하루 버티기조차 힘겨운데요,

이런 가운데 어렵게 군 복무를 마친 제대군인이 광산이나 농촌 등에 집단 배치되면서 당사자는 물론 부모들의 걱정도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 상황을 취재하는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는 북한 당국이 최근 제대군인을 광산이나 농촌에 강제로 배치하고 있다며, 부모들은 어떻게든 대학 추천을 받아 자녀를 배치에서 빼내려 애쓰고 있다고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특히 광산이나 농촌 등은 북한 내에서도 가장 대우가 나쁜 직장으로 평가받는 데다 한번 배치되면 다른 직장으로 이직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조차 어렵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배치를 기피한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부모들은 자녀가 군 복무를 마치고 대학에 진학하면 강제로 배치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대학 추천을 받으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인원과 능력에 따라 국가가 필요로 하는 부분에 배치한다는 항목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어느 직장에든 배치는 받아야 하는데, 역시 사람이 모자라거나 안 가려는 직장에 집단 진출이라는 명목으로 무리하게 제대군인을 배치하는데, 농장이나 공장 등에 사람들이 안 가려고 하는 이유가 있죠. 노동이 힘들고, 대우가 안 좋고, 노임도 많지 않고, 위험하고, 빠져나갈 수 없어서 이를 기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생각하는데, 부모가 움직이지 않으면 강제로 배치하니까 무언가 작업을 하려는 거죠.

북한 당국이 제대군인을 강제로 산간 오지나 농촌, 광산 등에, 그것도 집단으로 많은 수를 배치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한꺼번에 인력을 대거 투입할 수 있는 대상이 제대군인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인데요, 과거 김일성•김정일 시대부터 승인을 받아 해온 일입니다.

김정은 시대에도 마찬가지인데요, '아시아프레스'의 내부협력자에 따르면 지난 214년부터 2016년까지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방침에 따라 양강도 백암군과 대홍단군의 종합 농장에 감자 농사를 명목으로 제대군인 1천여 명을 각각 집단 배치한 바 있습니다.

[Ishimaru Jiro] 광산이나 농장에서 노동력을 보충하지 않으면 인력이 모자라지 않습니까? 그러면 근무를 희망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대우가 나빠서 가려는 사람이 없단 말입니다. 누군가를 보내야 하는데, 권력이 있는 사람이나 권력에 가까이 있는 사람은 힘과 돈을 써서 자식이 좀 더 좋은 조건에 있게 하려 하지 않습니까? 국가로서는 광산이나 농업 자체에 타격을 받을 수 있으니까 무리하게 배치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아시아프레스'가 북한 내부에서 입수한 김정은의 담화 자료인 '병사시절의 한 모습으로 조국 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는 기수, 돌격대가 되라'(2013년 7월 21일)를 보면 어렵고 힘든 현장에 제대군인을 배치하는 내용이 나오는데요, '제대군인들은 당이 중시하고 바라는 문제를 풀기 위해 어렵고 힘든 부분에 달려나가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한 겁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당이 제대군인을 가장 어렵고 힘든 부문에 파견하는 것은 대중의 정신력을 발양시키고 생산과 건설에서 발전을 일으키자는데 중요한 목적이 있다"고 설명하는데요,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담화도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남성은 11년, 여성은 7년 등 세계에서 가장 긴 의무복무 기간을 지내면서, 굶주림과 강제동원, 각종 범죄 등을 이겨내고 사회로 돌아왔지만, 직업 선택의 자유가 없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요,

[Ishimaru Jiro] 배급도 임금도 모자라는 직업, 위험하고 한 번 배치받으면 이직도 없고, 아주 강제적인 성격이 강한 직장, 벌이도 안 좋고요, 뿐만 아니라 배치되는 사람은 부모가 힘이 없거나 권력과 거리가 있고, 돈이 없는 사람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식 사회주의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모순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요

20대의 청춘을 국가를 위해 바쳤지만, 북한 당국이 그동안의 수고를 외면하고 이들에게 내민 손은 더 가혹한 강제 동원과 굶주림 등 비극적인 처지로 안내하고 있다며 제대군인과 부모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한편, '아시아프레스'는 지난 10일, 함경북도 무산군 취재협력자의 말을 인용해 "최근 제대군인 2명이 열차에서 굶어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평성에서부터 15일 동안 오다가 결국 제대로 먹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군에서는 이미 열약한 식량 사정 탓에 영양실조에 걸린 북한 병사가 많은데요, 열차에서 숨진 2명의 제대군인도 식량을 구하지 못한 채 열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 결국, 오랜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