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북한을 여행한 외국인이 찍은 어린이의 책가방. 그 위에 그려진 'CNC'란 영어 단어가 눈길을 끕니다. 불을 뿜고 하늘로 날아가는 로켓 위의 'CNC'란 단어는 북한의 후계자인 김정은의 업적으로 평가되는데요, AP통신도 지난 25일 '북한 특집기사'에서 요즘 북한에는 'CNC', 'e-라이브러리' 등 새로운 단어가 등장하고 평양의 3개 혁명 기념관에는 'CNC'로 만든 제품이 전시되고 있다면서 조용한 디지털 혁명이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컴퓨터수치제어를 뜻하는 단어 'CNC'. 공업 기술의 혁명이라면서 북한 내 각종 선전화와 가전제품은 물론 어린이의 책가방에도 등장한 'CNC'는 이미 한국에서 30년 전에 도입한 오래된 기술인데요, 사진을 찍은 외국인의 눈에는 책가방의 'CNC'를 통한 김정은의 우상화가 다소 신기했던 모양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이 전하는 <오늘의 초점> 입니다.
<오늘의 초점>
- 국제축구연맹 여자월드컵을 앞두고 지난달 북한의 조선중앙텔레비전이 방영한 드라마, '우리여자축구팀'에서 드라마 속 북한 선수들이 입고 있는 유니폼과 운동복에는 한국기업인 'FILA'의 상표가 새겨져 있는데요, 당시 후원사는 'Hummel' 사이기 때문에 이는 드라마 속의 '옥에 티'란 지적이 있습니다. 'FILA' 측도 우연히자사 제품이 북한 드라마에 등장한 것 같다는 반응을 내놨습니다.
- 최근 북한에서 '구글', '자유아시아방송'을 접속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이전과 새로운 컴퓨터의 고유주소(IP Address)와 도메인이 발견됐습니다. 북한 내 교육․학술 기관에서도 자유롭게 미국과 한국의 홈페이지를 접속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방문횟수도 매달 꾸준히 늘고 있고, 방문 시간대도 점점 다양해졌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 입니다.
-북한 여자축구드라마 속 'FILA', 옥에 티
북한의 조선중앙텔레비전이 지난달 19일부터 방영한 북한 여자축구대표팀을 다룬 드라마 '우리여자축구팀'의 일부 내용입니다.

이 드라마는 2006년 국제축구연맹이 주관하는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북한팀이 우승하는 과정을 그렸는데요, 조선중앙텔레비전도 '당시 우승으로 아시아국가 중에 처음으로 세계여자축구선수권 보유국이 된 경이적인 사실에 기초해서 만든 작품"이라고 홍보했습니다.
5편으로 방영된 북한 드라마, '우리여자축구팀'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이 눈에 띕니다. 드라마에 등장한 북한 여자선수와 감독의 유니폼에는 한국 업체인 'FILA'의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왼쪽 가슴에는 북한의 인공기, 오른쪽 가슴에는 'FILA'란 글씨가 나란히 눈에 띕니다.
현재 북한 여자축구팀의 공식 후원사는 이탈리아의 스포츠용품업체인 'LEGEA'인데 왜 드라마 속 선수들은 'FILA'의 유니폼을 입고 있을까요?
스포츠용품 업체인 'FILA'는 1999년부터 2004년까지 6년간 북한의 축구대표팀을 후원했는데요, 당시 유니폼을 비롯한 의류와 축구화, 가방 등을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계약이 만료되면서 2004년 이후 후원을 하지 않고 있는데요, 'FILA Korea'의 오봉균 홍보이사는 드라마 속 북한 대표팀이 입고 있는 유니폼과 운동복이 당시 'FILA' 사가 후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설명했습니다.
이 드라마가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드라마의 배경은 이미 'FILA'의 후원계약이 끝난 2006년인데다 실제로 당시 출전한 여자월드컵의 후원사는 덴마크의 '험멜(Hummel)' 사이기 때문에 드라마 속 후원사의 설정이 앞뒤가 맞지 않은 '옥에 티'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 드라마에 등장한 'FILA' 사는 우연히 자사의 제품이 북한 드라마에 계속 등장한 것 같다며 매우 흥미롭다는 반응을 내비쳤습니다.
[오봉균 홍보이사] 저희도 몰랐는데 우연하게 나온 거죠. 드라마의 스토리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죠.
이후 중국의 대형 스포츠용품 회사인 '차이나 홍싱 스포츠'가 2008년 북경 올림픽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까지 북한의 축구대표팀을 공식 후원했고, 지금은 이탈리아의 'LEGEA'가 4년간 계약을 맺고 북한의 축구팀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한편, 북한의 '우리여자축구팀'을 본 외국인들도 출연자들의 연기와 내용의 구성은 어설펐지만 드라마가 재미있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동안 북한의 여자축구는 각종 월드컵과 세계대회의 우승을 차지하면서 최고의 기량과 수준을 인정받고 있는데요, 지난달 26일 독일에서 개막한 국제축구연맹 여자월드컵 대회에서는 1무승부 2패로 8강 진출에 실패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2일 국제축구연맹이 발표한 세계 순위에서 북한은 4계단이 떨어진 세계 12위를 기록 중입니다.
-북한 내 교육기관도 미국 홈페이지 접속
지난 5월과 6월 두 달간 북한에서 미국의 검색 홈페이지인 '구글(Google)'을 통해 '자유아시아방송'을 접속한 횟수는 30회가 넘습니다. 특히 6월의 방문 횟수는 24회로 지난 4월보다 2배 이상 늘었고 한 자리 수였던 올해 초와 비교해 매달 횟수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또 자유아시아방송의 접속 경로를 조사해 보니 북한에서는 한국의 언론기관인 '조선일보'를 비롯해 블로그, 즉 개인 인터넷 공간도 자유롭게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에서 접속한 6개의 컴퓨터의 고유주소(IP Address)를 좀 더 분석해봤습니다. 이전에 발견되지 않았던 2개의 새로운 고유주소가 발견됐습니다. 또 이전에 북한에서 늘 접속하던 도메인 (net.kp)과 달리 'edu.kp'의 도메인을 사용하는 곳에서도 자유아시아방송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edu'라는 이름을 볼 때 학교나 연구소 등 교육기관에서 접속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곳의 접속 시간은 대부분 한반도 시간으로 오후 9시 이후여서 좀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인터넷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북한에서 접속한 컴퓨터의 운영체계는 대부분 '윈도우 XP'를 사용했고, 접속시간대도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다양했는데요, 접속한 사람은 북한 주민의 생활에 관한 내용부터 이산가족 상봉, 남북, 미․북 관계와 최근 북한의 큰물 피해 소식까지 다양한 뉴스를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P 통신도 지난 25일, 북한 평양의 김일성 종합대학과 인민대학습당 등 각급 교육시설에는 첨단 컴퓨터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컴퓨터를 잘 다루는 젊은이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전했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인터넷 접속이 제한적인데다 영어 기사를 검색하거나 한글을 러시아어로 번역한 정황도 나타나 북한 내 일부 외국인이 미국 홈페이지에 접속했을 가능성도 커 보입니다.
이처럼 북한에서는 미국과 한국의 대북방송은 물론 한국 내 언론매체의 홈페이지를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으로 확인됐고요, 심지어 북한에서 '아이폰'이란 전화기를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한 사실도 알려졌는데, 북한의 최고위층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국 언론이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한편, AP 통신은 북한이 만성적인 식량난과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면서도 자체적으로 조용한 디지털 혁명을 겪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