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 새 남한 드라마 담긴 'CD', 'USB' 구하기 어려워
- 보위부 요원들도 "새로 나온 드라마 있으면 보여 달라"
- 적발 시 처벌수위 높고, 빌려준 사람도 처벌
- CD 판매상 "요즘 장사가 잘 안된다"
북한 내에서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북한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남한의 의상이나 머리 모양, 심지어 서울의 말씨까지 흉내 내는 것이 유행이라는 보도도 있었는데요, 이처럼 북한에서 한류가 확산하는 데는 남한의 영상물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동안 알려진 북한 내부 동영상에서 북한 주민이 몰래 남한 드라마를 보는 장면이 소개되기도 했는데요, 특히 북한에 전해진 남한의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드라마나 영화 등이 워낙 인기가 있다 보니 북한 당국의 단속이 확산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북한에서 남한의 영상물들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소식이 들리는데요, 정말 그런지, 그렇다면 무슨 이유 때문인지,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연결해 자세한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중국을 연결합니다. 김준호 특파원, 나와 계시죠?
[김준호 특파원] 네. 안녕하십니까? 중국입니다.
- 요즘 중국 날씨는 어떻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네, 그동안 무더위와 함께 가뭄 때문에 올해 농사가 걱정이었는데, 최근에는 비가 내려 해갈이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립니다. 그런데 이제 곧 장마가 시작된다는 일기예보가 있어서 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만 북한 당국도 장마에 대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 네, 그렇군요. 조금 전 언급했습니다만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가 있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요, 요즘 북한에서 남한의 영상물을 찾아보기 어렵다면서요?
[김준호 특파원] 네, 그렇습니다. 북한 당국이 북한 주민 사이에서 남한 영상물을 단속하지만, 한계가 있어 계속 확산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많이 나왔고, 저도 그렇게 알고 있는데요, 그런데 최근 중국에 나온 북한 주민의 말을 들어보니 제가 알고 있던 것과는 상당한 온도 차를 느꼈습니다.
구체적으로 함경남도의 주민이 들려준 얘긴데요, '요즘에는 남조선 드라마가 담긴 CD 알판이나 USB 메모리를 구경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심지어 '그 흔하던 것들이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는데요, 오히려 보위부 요원들이 '새로 나온 아랫동네 드라마가 있으면 좀 빌려 달라'는 청을 할 정도라고 합니다.
물론 있다고 해도 함정 단속을 우려해 빌려주고 싶지는 않지만, 이럴 정도로 북한에서 남한 영상물이 자취를 감췄다는 겁니다.
- 그렇군요. 그 이유는 아무래도 북한당국의 단속 때문인 것 같은데요, 단속은 예전에도 있었는데요, 요즘 단속이 얼마나 심하길래 남한 영상물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인지 궁금한데요.
[김준호 특파원] 네, 저도 같은 생각이 들어서 이에 관해 물어봤더니, 요즘 단속의 강도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됐고, 남한 영상물이 적발되면 그 처벌 수위가 매우 높아서 그런 것 같다고 북한 주민은 말했습니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남한 영상물을 보다가 적발되면 인민폐 몇천 원만 주면 무마됐는데, 요즘에는 어림도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이전에는 주로 적발된 사람만 처벌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제는 해당 영상물이 입수된 경로까지 추적해 이에 연루된 사람들을 집요하게 찾아내 처벌한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영상물이 있다 하더라도 남에게 잘못 빌려 주면 빌려준 사람의 안전도 위협을 받게 되기 때문에 남한 영상물의 유포가 이전과는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특히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고 장성택 처형 사건이 있은 후 이같은 단속의 강도가 확연히 달라졌는데요, 얼마 전에도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보도했습니다만, 꽃제비를 동원해 은밀하게 불법 영상물을 접하는 사람들을 색출할 정도라고 하니까 그 강도의 세기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네. 아무래도 북한에서 유행하는 남한의 영상물은 주로 중국에서 흘러들어 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최근 동영상 유출과 관련해 중국 쪽에서 확인한 관련 정황이 있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네, 제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 중 북-중 국경도시에서 중고 노트북 장사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실 중고 노트북은 그리 많이 팔지 못하지만, 주로 남한 드라마를 CD로 제작하거나 USB에 담아 북한 상인들에 판매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의 말에 따르면 "요즘은 장사가 잘 안된다"는 겁니다. 주문이 별로 없다는 것이지요. 이런 영상물들은 정식으로 세관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밀수를 통해 북에 유입되는데, 국경 지역의 밀수 단속도 엄중해서 국경을 넘기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단속이 느슨해지는 것을 막연하게 기대하고 있는데요, 그것은 북한 내부 상황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 요즘 북한에서는 어떤 드라마가 인기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최근 대북 매체의 보도를 보면 북한 주민 사이에서 얼마 전에 방영된 역사드라마 '정도전'이 인기라고 하던데요,
[김준호 특파원] 네. 그래서 저도 물어봤는데요, 제가 만난 북한 주민은 "그런 드라마가 있었는지는 중국에 와서 알았고 북에 있을 때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관심이 없으면 그럴 수 있지만, 이 주민은 대학생 조카를 집에서 돌보고 있어서 남한 드라마에 매우 밝은 사람입니다.
한 예로 조카가 노트컴에 저장해 놓은 남한 드라마가 불시에 가택에 들이닥친 '109 상무'의 검열에 걸려 3천 달러를 주고 무마한 적이 있는데요, 이 사람의 조카는 보위부 간부의 자녀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남한 영상물을 돌려보곤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새로 들어오는 프로그램을 구하지 못해 심심하면 옛날 것을 다시 보기도 한다고 합니다.
물론 북한 내 모든 지역이 다 똑같다고 말할 수 없지만, 예전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 같습니다.
- 그렇군요. 북한 청취자 가운데 '정도전'을 이미 보신 분도 있을 테고, 아직 보지 못한 분도 있을 텐데, 한국에서는 매우 인기가 있었던 드라마였습니다.
네. 김준호 특파원,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소식 잘 들었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네, 감사합니다.
한편, 북한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단속하는 '109상무'가 내부 선전용으로 제작한 녹화물도 수시로 검열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당국이 CD와 USB 메모리 장치에 대한 검열을 진행하면서 한국 드라마만 단속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에서 만든 음반과 동영상 녹화물도 단속하고 있는데요,
동영상이 북한 주민의 생각에 미치는 영향과 파급력을 북한 당국이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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