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김정은 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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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최근 돈독해지는 한․중 관계와 달리 북한과 중국의 사이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날 두 나라는 더는 '혈맹관계'가 아니다'란 말까지 들리는데요, 이같은 사실들을 바탕으로 북․중 관계의 파탄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과거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의 전문위원이었던 데니스 핼핀 연구원은 "중국이 북한의 김정은을 버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내놓았는데요, 통제가 불가능한 북한을 바라보는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 보입니다.

반면, 또 다른 북․중 관계 전문가인 써니 리 스탠퍼드대 펜텍펠로우는 북․중 관계를 '사실'과 함께 '정치'의 관점에서도 봐야 한다면서 결국 답은 미국 워싱턴에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에서는 오늘날 북․중 관계의 현주소를 짚어보겠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전 하원 외교위원회 전문위원, 데니스 핼핀 연구원

- 북한의 계속된 중국 무시 "이젠 두 나라, 혈맹관계 아니다"

- 중국, 북한 버릴 수 없지만, 김정은 버릴 수 있어

- 중국의 중요한 카드 '김정남과 김한솔'

- 다른 전문가 "북․중 관계의 답은 워싱턴에 있다"


6․25 한국전쟁을 계기로 시작된 중국과 북한의 '혈맹관계'. 이 말은 고 김일성 국가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를 거치며 중국과 북한 간 끈끈한 관계를 대변했습니다.

중국에 북한은 안보․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국가인 데다 북한으로서도 중국이 주요 방패막이이자 원조국이 되면서 두 나라는 '순망치한', 즉 이와 입술처럼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매우 가까운 사이를 유지해왔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른 이후 두 나라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자주 들립니다. 심지어 '이러다가 두 나라의 관계가 깨지는 것이 아니냐?'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이 북한에 앞서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을 먼저 만나며 돈독해지는 한․중 관계를 보여주는 반면, 북한은 '변절자', '줏대없는 나라'라며 중국을 비난하고 나서는 등 북․중 관계가 일반관계보다 못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의 전문위원 출신인 데니스 핼핀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연구원은 최근 'The National Interest'에 발표한 '아시아의 절친 중국과 북한, 관계 깨지나?'란 글을 통해 오늘날 북․중 관계의 현실과 전망 등을 짚어봤는데요, 오랜 동맹인 두 나라의 관계가 결국 파탄에 이를 수도 있다는 내용입니다. (Get ready, An old alliance could be on the rocks)

핼핀 연구원이 진단한 북․중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핼핀 연구원은 "북한의 김정은 제1비서가 스스로 중국의 충고를 날려버리는 데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하는데요, 김정은 제1비서가 오랜 혈맹관계인 중국을 계속 무시하면서 불편한 관계는 시작됐다는 겁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힌 데니스 핼핀 연구원의 말입니다.

[Dennis Halpin] 지금의 북․중 관계는 과거처럼 전혀 혈맹관계가 아닙니다. 중국은 오랫동안 인내를 갖고 북한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전략을 기다렸지만, 김정은 제1비서는 오히려 중국을 모욕해왔지요. 한 예로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2년에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지 말라고 편지를 보냈죠. 하지만 북한은 12일 후에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는 중국을 무시할 뿐만 아니라 나이가 많은 연장자에 대해서도 전혀 존경하는 마음이 없어요. 중국 관리 중 한 명이 저에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는 무례하고 존경심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요, 이런 점들이 중국을 화나게 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시진핑 국가주석은 그동안 김정은 제1비서에게 여러 차례, 또 다양한 수단을 통해 장거리 탄도 미사일과 핵실험 등을 하지 말 것을 경고했지만, 북한은 2012년에 장거리 미사일, 2013년에는 3차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또 북한은 지난 6월, 중국의 상징인 판다 그림을 붙여놓고 사격 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지는가 하면 지난 7월에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방사포를 발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올해 초 중국의 민간항공기가 이용하는 항로에까지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과거 김일성 국가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하지 않았던 행동을 김정은 제1비서가 보여주고 있다고 핼핀 연구원은 지적합니다.

게다가 중국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처형되고 중국과 경제관계를 유지해온 측근들이 숙청되면서 북․중 관계의 악화는 더 가속화했는데요, 특히 장성택의 죄목 중 하나인 '광물자원의 헐값 매매'의 당사국이 사실상 중국이기 때문에 두 나라의 갈등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Dennis Halpin] 장성택이 처형당할 때 죄목 중 하나가 "자연 광물을 외국에 헐값으로 팔아먹은 죄"를 들었는데, 그 대상이 중국이었죠. 그렇게 북한은 오랜 친구인 중국을 비난했어요.

북한과 중국 두 나라의 관계는 최근 상징적인 친선행사에도 불참할 정도로 나빠졌습니다. '혈맹관계'의 시작이 된 6․25 한국 전쟁의 '정전협정 체결일'과 관련해 중국은 올해 북한에 아무런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습니다. 또 북한은 지난 1일 중국 북경에서 열린 '건군기념일 기념식'을 무시했는데요,

갈수록 멀어지는 북․중 관계와 관련해 핼핀 연구원은 중국이 통제가 불가능한 김정은을 버릴 수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Dennis Halpin] 그들은 북한을 버리지 않아도 됩니다. 단 김정은을 버릴 수 있지요. 중국에는 김정남이 있습니다.

핼핀 연구원은 중국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큰아들인 김정남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북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급변사태에 대비해 김정남을 마지막 카드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Beijing keeps its ace in the hole in case of a sudden contingency in Pyongyang, his name is Kim Jong Nam.)

또 유럽에서 공부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 군도 얼마든지 중국의 손에 닿을 수 있기 때문에 북한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중국은 김정남과 김한솔 군 등을 평양에 들여보낼 수 있다고 핼핀 연구원을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 중국은 통제할 수 없는 북한을 '불간섭'의 원칙과 인내를 갖고 지켜보고 있는 듯 보입니다.

한편, 또 다른 북․중 관계 전문가인 써니 리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펜텍펠로우는 북․중 관계에는 '사실'도 있지만 '정치'의 영향도 굉장히 많이 받는다며 북․중 관계가 두 나라만의 문제 같지만, 답은 미국 워싱턴에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중국과 미국 간 대립경쟁과 불신이 존재하는 한 중국이 북한을 버릴 수 없다는 기본적인 자세는 바꾸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되는데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힌 써니 리 연구원의 말입니다.

[써니 리] 북․중 관계에서 '북한의 나쁜 행동에 중국이 화가 났고, 중국도 북한에 대한 정책을 바꿀 것이다'라며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상식적이고 이성적인 판단과 추측을 하고 있지만, 북․중 관계는 우리의 시각에서가 아니라 장본인들의 시각에서 보는 것이 더 옳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중국은 아태지역에서 전략적인 차원에서, 특히 미국과 중국 간 대립경쟁과 불신이 존재하는 한 중국이 북한을 품고 가겠다는 기본적인 자세는 굉장히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가까워지고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멀어지면서 북한이 대안으로 일본을 찾고 있지만, 과거 일본에 대항했던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마저도 한계가 있을 것이란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방적인 도발과 무례함 등으로 점점 멀어지는 중국과 핵을 포기하기 전까지 가까워질 수 없는 미국과 한국, 그리고 백두혈통을 지키기 위해 관계개선의 한계를 인정해야 하는 일본 등을 볼 때 결국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고 있는 김정은 제1비서가 당장 마음 놓고 기댈 수 있는 곳은 없어 보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