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라디오 세상:탈북자 220명 설문조사 ] ① “북 정권, 외부정보 확산 못 막아” 80%

0:00 / 0:00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탈북자) 220명을 대상으로 했죠. 함경도 출신이 58%였지만 전체적으로 75%가 한국이나 외부 정보를 듣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한국의 민간단체와 함께 최근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220명에 대한 심층 설문조사를 하고 북한에서 접하는 외부 정보의 확산 실태와 접촉 수단 등을 살펴봤습니다.

설문에 응한 탈북자 10명 중 7명은 북한에 있을 때 한국과 미국 등 외부 정보를 접해 본 경험이 있었고, 80% 이상은 "북한 당국이 아무리 단속해도 북한 사회에 외부 정보가 들어간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북한 사람들이 외부 정보를 접하면서 북한 당국이 그동안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고... 또 외부 정보를 들은 북한 주민이 다른 사람에게 이를 전하고 2차 접촉자를 통해 정보가 사회로 번져나가게 된다는 거죠."

외부 정보에 목말라 있는 북한 주민이 가장 알고 싶은 정보는 무엇이고 어떤 수단을 통해 외부 정보를 접하는지 <라디오 세상> 특집, 탈북자 220명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두 차례에 걸쳐 살펴봅니다. 오늘 첫 순서, 시작합니다.

- 탈북 1~5년차 220명 대상 심층 설문조사
- 응답자 75%, "북한에 있을 때 한국, 미국 등 외부정보 접했다"
- 10명 중 8명 "아무리 단속해도 외부 정보 확산한다"고 답해
- 외부 정보를 접하는 주요 수단은 'DVD', '전화통화' 순
- 가장 궁금하고 듣고 싶은 외부 정보는 '한국 사회의 모습', '탈북자의 생활'
- 1~2년 차 탈북자 71명, "중동의 반정부 민주화 정보 들었다."

[로버트 킹] 궁극적으로 좀 더 열려있는 정보 환경은 북한 시민의 의식을 좀 더 깨어있게 만듭니다. 북한에 정보가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지난 6월 14일, 미국 국무부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가 서울에서 열린 '북한인권 관련 국제학술회의'에서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입니다. 당시 킹 특사는 북한의 언론 환경에 대해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진행 중이며 미국은 북한에 정보의 유입을 늘리기 위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킹 특사가 북한 내 정보유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후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한국 내 탈북자의 초기정착을 지원하는 민간단체,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새조위)'와 함께 탈북자 220명을 대상으로 북한 내 외부정보의 유통과 접촉 수단에 관한 심층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조사 기간은 지난 6월 25일부터 한 달간 진행됐으며 가장 설득력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 북한을 떠난 지 1년에서 5년 사이의 탈북자만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특히 220명의 탈북자 중 1~2년 미만의 탈북자는 이의 절반이 넘는 119명이었습니다.

출신지역은 함경도가 128명(58%)으로 가장 많았고 양강도(40명, 18%), 평안도(15명, 7%)가 뒤를 이었으며 강원도(12명)와 황해도(9명)는 물론 평양 출신의 탈북자 13명도 설문에 참여해 북한에서 어떤 외부 정보를 어떤 수단으로 접촉했는지 등에 관해 질문에 따라 세부적으로 기록하고 설명했습니다. (출신지역 무응답-3명)

우선 설문에 참여한 220명의 탈북자 가운데 '미국과 한국 등 외부 정보를 접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탈북자는 165명으로 10명 중 8명에 가까운 75%였습니다. <표-1>

graf1

특히 '북한 당국의 강력한 단속에도 외부세계의 정보가 북한 사회에 많이 확산하고 있느냐?'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82%인 182명이 "그렇다"라고 답했는데요, 함경도와 양강도 등 국경지방 출신의 탈북자 대부분은 물론 평양에 거주했던 탈북자 13명 중 10명, 강원도 출신 12명 중 11명도 외부 정보가 많이 확산해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다시 말해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외부 세계의 정보가 과거와 달리 북한 주민에게 많이 알려졌다는 말인데요, 설문조사를 함께 진행한 '새조위'의 신미녀 대표입니다.

[신미녀 대표] (탈북자) 220명을 대상으로 했죠. 함경도 출신이 58%였지만 전체적으로 75%가 한국이나 외부 정보를 듣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저도 '과연 외부 정보를 얼마나 알까?' 의문이었는데 이번 설문을 통해서 '정말 많은 북한 주민이 외부 정보를 듣고 있구나'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graf2

그렇다면 탈북자들이 외부 정보를 가장 많이 접하는 수단은 무엇일까요? 설문에 답한 대다수 탈북자는 ‘DVD’를 꼽았습니다. 응답자 중 97명(44%)이 한국 드라마 내용이 담긴 ‘DVD’를 통해 외부 소식을 접했다고 답했고, 한국이나 중국 내 가족과 전화통화가 37명(17%)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표-2)

graf3

또 '외부에서 북한에 정보를 전달하는 가장 적절한 수단으로 무엇이 효과적일까?'를 묻는 말에도 100명(46%)의 응답자가 'DVD'라고 답했으며 47명(21%)이 '전화통화'라고 답해 'DVD'와 '전화통화'가 북한 주민이 외부 정보를 취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임을 나타냈습니다. <표-3>

미국의 언론조사기관, '인터미디어(Inter Media)'도 지난 7월, 북한 주민이 외부 소식을 접하는 방법 가운데 'DVD'가 63%로 가장 이용률이 높았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인터미디어'의 나다니엘 크레천 연구원은 이번 자유아시아방송의 조사 결과에 대해 북한 주민 사이에서 'DVD'의 인기를 다시 확인했다고 7일 말했습니다.

[Nathaniel Kretchun] 'DVD'는 매우 효과적입니다. 'DVD'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DVD' 속 드라마가 잘 만들어졌고, 매우 매력적이기 때문이죠. 북한 사람들도 문화적으로 이를 매우 흥미로워하고, 북한에서 보는 것보다 'DVD' 내용의 질이 매우 높기 때문에 'DVD'를 더 선호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DVD'가 북한 주민이 외부 정보를 접하는 주요 정보 수단이 된 이유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자유아시아방송은 탈북자 220명에게 '북한에서 어떤 소식과 정보를 가장 궁금해했느냐?'고 물었습니다.

graf4

응답자의 51%에 해당하는 111명이 '한국 사회와 국민의 생활상'이라고 답했고, 50명(23%)은 '한국이나 미국 등에 정착한 탈북자 소식'이 가장 궁금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28명이 '국제사회에 관한 소식'을 알고 싶었다고 답한 반면 '북한 내부의 소식'을 듣고 싶었다는 응답은 8명에 불과했습니다. <표-4>

그렇다면 '지금 북한 주민에게 가장 필요한 정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응답자 중 106명(48%)이 '한국 사회의 생활 모습과 탈북자 생활'을 가장 많이 꼽았고 '국제 정세(40명)', '북한 권력층에 관한 소식(34명)'이 뒤를 이었습니다.

graf5

마찬가지로 '북한 내부 소식(8명)'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표-5>

다시 말해 북한 주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정보는 북한이 아닌 한국 사회의 생활 모습이고 이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것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DVD'란 설명인데요, 그만큼 북한 주민에게 주는 시각적인 영향력이 크다는 겁니다. 하지만 신속한 뉴스와 정보는 역시 라디오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한국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와 크레천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김성민] 저희가 2010년에 북한에서 탈출한 탈북자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50명 중의 48명이 한국 드라마를 봤습니다. 한 번, 한 편이라도 본 사람이 그렇게 됩니다. 과거의 라디오와 (드라마의) 시각적인 것은 완전히 차이가 나죠.

[Nathaniel Kretchun] 북한 사람들은 북한 소식에도 관심이 있지만, 한국에 관한 뉴스를 더 알고 싶어 했습니다. '한국에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란 거죠. 하지만, 'DVD'는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일들을 담기 어렵다는 것이 숙제죠. 그래서 라디오도 역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실시간의 민감한 뉴스를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graf6

이를 뒷받침하듯 설문한 참여한 탈북자 중 147명은 '한국에 관한 정보 가운데 가장 유익한 것'을 묻는 말에 '드라마와 영화'(147명, 67%)를 가장 많이 꼽았고, 다음이 '뉴스'(53명, 24%) 순이었습니다. <표-6>

자유아시아방송과 '새조위'가 실시한 심층 설문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북한 당국의 강력한 검열과 단속에도 북한 주민은 외부세계의 정보에 목말라 있으며 외부 정보도 많이 접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 간부는 물론 일반 주민까지 'DVD'와 '전화', '라디오', 'USB'등 새로운 매체를 이용해 외국 소식을 접하고 있으며 이는 북한 주민의 생각, 북한 사회의 변화를 유도하고 실제로 탈북에 대한 결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특히 평양에 거주하는 북한 주민은 상대적으로 나은 경제적 여유와 사회적 신분을 이용해 쉽게 숨길 수 있는 'USB'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미녀 대표] 한국에 이미 2만 4천 명의 탈북자가 와 있고, 그들을 통해 정보가 많이 유입되면서 돈도 1년에 120억, 1천만 달러 정도가 북한에 들어가거든요. 대단한 거죠. 북한 주민은 이제 한국이 잘 사는 것을 아는 거죠. 북한 주민이 한국 사회의 생활상, 한국 내 탈북자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가장 궁금해했는데, 이로써 북한을 떠날 수 있는 확률이 존재한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Nathaniel Kretchun] 북한 사람들이 외부 정보를 접하면서 북한 당국이 그동안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고 한국에 대해서는 경제적으로 잘 살고 자유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외부 정보를 들은 북한 주민이 다른 사람에게 이를 전하고 2차 접촉자를 통해 정보가 사회로 번져나가게 되는 거죠.

이밖에도 북한을 나온 지 1~2년 미만의 탈북자에게 '북한에서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발생한 반정부 민주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응답자 119명 중 71명(60%)이 '들어봤다'라고 답해 '못 들어봤다'는 응답보다 많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 북한. 북한 당국이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에서 이제 외부 정보의 접촉과 확산은 막을 수 없는 사회현상이 되고 있는데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외부 정보에 대한 북한 주민의 열망을 막는 것은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특집, 탈북자 220명 심층 조사, 다음 <라디오 세상>시간에는 '휴대전화가 외부 정보의 전달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관해 살펴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