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라디오 세상: 탈북자 220명 설문조사] ② “북한 내 외부정보 유통 - 휴대전화 역할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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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최근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220명을 대상으로 북한에서 접하는 외부 정보의 확산 실태와 접촉 수단 등을 살펴본 심층 설문조사에서 휴대전화의 역할을 주목했는데요,

"북한에서 휴대전화는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휴대전화는 매우 인기 있는 정보전달 매체가 되었고, 북한에서 휴대전화의 사용은 일반적인 사회현상이 되었습니다."

설문에 응한 탈북자 220명 가운데 145명은 '지금도 북한 내 가족과 전화통화를 한다'고 답했고, 이 중 44%는 전화로 '한국 사회에 관한 정보를 알려준다'고 답했습니다.

"올해 2월의 발표를 보면 휴대전화 가입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이는 앞으로 '북한의 휴대전화는 북한 주민의 의사소통, 또 정보 유출의 큰 도구나 수단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또 탈북자들은 앞으로 북한 내에서 정보의 유통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휴대전화'를 지목하기도 했는데요, <라디오 세상> 특집, 탈북자 220명 심층 설문조사, 오늘은 정보의 유통에서 휴대전화의 역할을 짚어보겠습니다. 두 번째 순서, 시작합니다.

- 탈북 1~5년 차 220명 대상 심층 설문조사
- 응답자의 66%, "지금도 북한의 가족과 전화통화" 이 중 44%, "전화로 한국 정보를 알려준다"
- 중동, 북아프리카 민주화 혁명 소식도 전화기로 가장 많이 들어
- '앞으로 북한 내 외부 정보의 유통에 가장 도움이 될 것 같은 수단은?' 질문에 '100만 대의 휴대전화'가 두 번째
- 외부 정보 접촉 이후, 2차 전달이 사회적 영향력의 시작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한국 내 탈북자의 초기정착을 지원하는 민간단체,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새조위)'와 함께 탈북자 220명을 대상으로 북한 내 외부정보의 유통과 접촉 수단에 관한 심층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조사 기간은 지난 6월 25일부터 한 달간 진행됐으며 가장 설득력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 북한을 떠난 지 1년에서 5년 사이의 탈북자만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특히 220명의 탈북자 중 1~2년 미만의 탈북자는 이의 절반이 넘는 119명이었습니다.

출신지역은 함경도가 128명(58%)으로 가장 많았고 양강도(40명, 18%), 평안도(15명, 7%)가 뒤를 이었으며 강원도(12명)와 황해도(9명)는 물론 평양 출신의 탈북자 13명도 설문에 참여해 북한에서 어떤 외부 정보를 어떤 수단으로 접촉했는지 등에 관해 질문에 따라 세부적으로 기록하고 설명했습니다. (출신지역 무응답-3명)

자유아시아방송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 정보의 접촉과 확산의 수단으로 'DVD'와 함께 '휴대전화'의 역할을 주목했습니다. 적지 않은 탈북자가 한국에 정착한 가족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고, 북한 내부에도 100만 대 이상의 휴대전화가 등록돼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북한에서 외부 정보를 접했다고 대답한 탈북자 165명 중 37명이 '한국 또는 중국 내 가족과 전화통화'를 접촉 수단으로 꼽았습니다. 'DVD'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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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탈북자 220명에게 ‘지금도 북한의 가족과 전화통화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응답자의 66%인 145명이 전화통화를 한다고 답했습니다. <표-1>

역시 국경지역인 함경도(98명)와 양강도(28명)출신의 탈북자가 가족과 전화통화를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평양(7명)과 평안도(7명) 출신의 탈북자도 절반이 “가족과 전화통화를 한다”고 답했습니다. (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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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녀 대표] 제가 보기에 탈북자들에게 북한 가족과 통화는 삶의 일부입니다. 소통이 되지 않으면 이분들은 여기서 제대로 살 수 없어요. 예를 들어 엄마가 한국에 와 있는데, 자식에 대한 소식을 확인하려 하지 않겠어요? 한국에 와 있는 탈북자들은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북한에 있는 가족과 통화를 시도하죠.

또 '가족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 사회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느냐?'는 질문에 97명(44%)이 '정보를 알려준다'고 답해 '그렇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보다 많았습니다.

[신미녀 대표] 처음부터 말을 할 수는 없어요. 여러 번 통화도 하고 가족에게 돈도 보내고, 시간이 지나면서 정보를 주게 되는 거죠. 또 북한의 가족을 데리고 오려면 사는 모습을 말해야 하니까 남한 사회의 생활상에 관한 정보가 들어가게 되는 거죠.

이는 탈북자들이 '북한에 정보를 전달하는 데 가장 적절한 수단'으로 'DVD'에 이어 '전화통화'를 두 번째로 꼽은 결과와 일치한 대목인데요, <1편 참조> 실제로 북한을 나온 지 1~2년 미만의 탈북자 119명 가운데 '북한에서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반정부 민주화 소식을 들은 탈북자는 71명이었고, 이중 절반 이상이(37명) '한국에 정착한 가족과 전화통화'에서 뉴스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소문을 통해'와 '라디오'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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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아시아방송은 끝으로 220명의 탈북자에게 '앞으로 북한 내부에서 외부 정보가 확산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수단은 무엇이 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탈북자들은 '북한 주민의 입소문(87명, 40%)'에 이어 '100만 대 이상 보급된 휴대전화(72명, 33%)'를 지목했습니다. <표-3>

또 '휴대전화'를 지목한 탈북자 중에는 평양(30%)과 강원도(41%), 평안도(46%) 등 내륙지방 출신의 비중도 적지 않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만큼 북한에 퍼져있는 100만 이상의 휴대전화가 외부 정보의 유통과 북한 정보의 유출에 큰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가능한데요, 미국의 언론조사기관인 '인터미디어(Inter Media)'의 나다니엘 크레천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Nathaniel Kretchun] 북한에서 휴대전화는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휴대전화에 대한 도청과 감시, 그리고 주요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했지만 이제 휴대전화는 매우 인기 있는 정보전달 매체가 되었고, 북한에서 휴대전화 사용은 일반적인 사회현상이 되었습니다. 북한 당국이 휴대전화를 다시 없애기는 어려울 것 같고, 계속 사용하게 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미 북한 주민은 휴대전화로 쌀값이나 장마당 동향 등 경제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발생한 반정부 민주화 시위가 북한 주민 사이에 확산했던 것도 북한 내 휴대전화가 일부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아시아프레스(ASIAPRESS),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올해 2월의 발표를 보면 휴대전화 가입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전화기에는 카메라 기능도 있고, 메모리 카드에 전화 기능까지 있어서 결국 100만 대의 소형 카메라가 북한 주민의 손에 전해진 셈이 됐고요, 이는 외부에 정보를 반출한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죠. 이는 앞으로 '북한의 휴대전화는 북한 주민의 의사소통, 또 정보 유출의 큰 도구나 수단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정보의 유통에는 개인이 소유한 휴대전화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북한 내부의 정보를 외부로 전하는 기능도 가능한데요, 하지만 북한 내 휴대전화가 정보 유통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Nathaniel Kretchun] 중국산 불법 휴대전화는 이미 큰 영향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경 지방에 사는 북한 주민에 제한돼있죠. 북한 내부의 (고려링크) 휴대전화도 잠재적인 영향력이 있지만, 실제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증거는 많지 않습니다. 휴대전화가 인기 있는 매체가 되고 있지만, 북한 당국이 휴대전화를 어디까지 사용하게 할지 경계를 정하겠죠. 북한 주민 모두가 휴대전화를 갖게 되면 다 통제할 수 없으니까요.

실제로 북한은 정보의 유통을 통제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1913'이라는 새 번호와 함께 보급하는 휴대전화에서 카메라와 메모리 카드의 저장 기능을 못 쓰게 하고 등록된 도시에서만 전화통화를 하도록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주민의 의사소통을 통제하고 통신 수단의 역할을 제한하기 위해서입니다.

[Ishimaru Jiro] 기계 자체에 대한 제한을 많이 만들었죠. SD카드의 사용이 불가능하게 됐고요, 통신망 자체에 대한 여러 가지 제한을 만들었죠. 사용할 수 있는 도시를 제한하고 동영상 촬영과 같은 기록 기능을 못하게 하고요. 전체적으로 이렇게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북한 주민에 대한 의사소통과 통신수단, 정보의 복사 기능 등을 강하게 제한하고 통제하는 것이 북한 당국의 목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심층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북한 주민이 휴대전화로 정보를 얻고 공유하는 비중은 작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설문에 응한 탈북자를 지역별로 분석해도 국경지방은 물론 내륙 지방인 평양과 강원도 지역에도 휴대전화를 통한 외부 정보의 접촉과 유통에서 그 비중이 전혀 작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의 강력한 통제에도 지금 북한에는 외부 세계의 정보가 흘러들어 가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모습, 탈북자들의 생활, 국제 사회의 정세 등 북한 당국이 알리고 싶지 않은 정보가 'DVD'와 '휴대전화', '라디오', 'USB' 등 매체를 통해 북한 내부 사회에 확산하고 있고, 외부 정보에 대한 북한 주민의 의존도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신미녀 대표] 지금 80% 정도가 외부 정보에 노출됐잖아요. 한국에 혼자 오더라도 이미 한국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는 말이죠. 제가 볼 때에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못하듯이 앞으로 외부 정보가 계속 확산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Nathaniel Kretchun] 정보를 통해 북한 사회를 변화시키려면 북한 주민 사이의 정보 공유가 중요합니다. 북한 주민은 서로 고립돼 있습니다. 'DVD', '라디오'나 '전화통화'로 외부 정보를 접했어도, 그것을 서로 나누고 공유하는 순간부터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만들어집니다. '얼마나 서로 정보를 공유했느냐?' 에서부터 북한 당국을 압박하는 시작이 될 수 있죠.

10명 중 8명의 탈북자가 '북한 당국의 강력한 단속에도 외부세계의 정보가 북한 사회에 많이 확산하고 있다'고 답한 것은 북한 주민의 의식 변화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데요, 이처럼 북한 내부의 원활한 정보 유통과 매체의 변화에 주목하고 이에 발맞추어 가는 국제사회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강조하는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라디오 세상>에서 전해 드린 RFA, 자유아시아방송 특집, 탈북자 220명 심층조사, 북한 내 외부 정보 유통과 접촉 수단, 그리고 그 의미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