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미북회담, 미군 유해발굴• 미주 이산가족 상봉 등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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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얼마 전 미국에 있는 탈북자가 북한에 있는 가족과 한 전화통화에서 최근 외관공사를 끝낸 '류경호텔'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러자 북한에 살고 있는 가족은 '그 껍데기, 뭐...' 하며 비웃었다고 합니다. 2012년 강성대국을 앞두고 류경호텔의 외부 공사는 끝났지만 내부 공사는 언제 시작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 주민조차 '류경호텔'이 별 볼 일 없다는 것을 아는 데다 나아가 강성대국에 대한 믿음도 없다는 겁니다.

북한을 떠난 지 채 1년이 안 된 탈북자 11명이 지난달 초 한국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도 '북한 주민의 90%가 2012년 강성대국의 해를 믿지 않으며 북한의 후계자로 선택된 김정은에 대해서는 불신이 크다.'고 전한 바 있는데요, 강성대국의 진입을 선포한 북한 당국의 말과 공약이 더는 북한 주민에게는 신뢰를 주지 못한다는 게 미국과 한국 내 탈북자들의 하나같은 주장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 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미국과 북한 간 고위급 회담에서 미군유해 발굴과 이산가족 상봉 등 다양한 인도주의적 사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으로 미국과 북한은 대화의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인도주의적 사안을 비롯해 문화, 학술, 인적 교류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교류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지난 3일, 그의 두 아들, 측근들과 함께 민주화 시위대에 대한 유혈 진압과 부정부패의 혐의로 첫 재판을 받았습니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오는 15일, 두 번째 재판을 받게 되는데요, 이집트 현지를 연결해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재판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 입니다.

- 문화,학술교류로 이어질듯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달 28일과 29일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비롯한 미국 당국자와 회담한 이후 미국과 북한 간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민간교류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미국과 북한 간 회담의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미국 정부가 앞으로 행보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 전문가의 방북을 비롯한 두 나라 간 학술, 문화 교류의 움직임은 물론 미군 유해 발굴,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적 사안에도 진척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이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지난 1일 북한의 김계관 제1부상과 직접 만난 이 외교 소식통은 김계관 제1부상과 미국 관리들 간 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이 대화의 분위기를 이어가고 개선하기 위해 많은 대화를 했으며 이에 관한 여러 사안 중 미군 유해의 발굴 문제와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거론됐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설명했습니다. (There was quite a lot of talk about what might be done to improve the atmosphere of the ongoing talks, and the MIA issue and separated families were among those options mentioned.)

따라서 앞으로 미국과 북한 사이에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더 많은 민간교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 이 외교소식통의 관측인데요, 특히 김계관 부상이 이번 미국과 북한 간 고위급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서로의 관심사에 대한 문제들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놨다"고 말한 점도 이같은 기대를 뒷받침합니다.

또 이미 미국 국방부는 북한 내 미군 유해의 발굴에 관한 서한을 북한 당국에 보냈고, 미국과 북한에 거주하는 이산가족 중 10가구가 우선 시범적으로 서신을 교환하기로 합의했는데 여기에서 미․북 관계개선에 대한 미국의 의도가 느껴진다는 분석도 적지 않습니다. 이와 함께 작년처럼 북한의 큰물 피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인도주의적 지원 가능성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이같은 인도주의적 사안과 함께 워싱턴을 포함한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이 오는 9월 북한을 방문하면서 민간교류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갈 전망입니다. 또 지난 5월 다시 미국을 찾기로 했던 북한의 김책공업종합대학과 미국 시라큐스대학 간 학술교류도 다시 추진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시라큐스대학의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 측은 언제든지 미국에 올 수 있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도 미국과 북한 간 대화가 재개된 이후 민간교류를 통해 대화를 분위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 교향악단의 방미나 미국 의료진의 방북 등 문화와 경제, 의료 분야에 걸쳐 다양한 민간 교류가 추진되는 분위기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는데요, 특히 미국과 북한 간 고위급 회담이 이뤄지기까지 비정부 간 접촉과 민간교류는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이번에 대화 분위기가 조성된 이후 양국 간 민간교류는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것이 한반도 전문가의 관측입니다. (I very much hope that there will be more exchanges between two countries.)

하지만 워싱턴의 외교소식통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미․북 간 고위급 회담에서 미국이 '나쁜 행동에 대해 보상은 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한 데다 (not a case of "rewarding bad behavior") 미국 정부는 북한 정부의 의도와 대화의 성과에 대해 신중한 모습이고 미국이 직면한 현안에서 북한 문제는 여전히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기 때문에 미․북 간 민간교류가 당장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한편, 올해부터 미국과 북한 간 민간교류가 늘어나면서 올해 상반기 미국을 입국한 북한 국적자는 작년보다 50% 이상 늘어난 139명으로 집계됐습니다.

-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첫 재판은?

올해 초 이집트에서 발생한 반정부 민주화 시위로 권좌에서 물러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지난 3일, 자신의 두 아들과 함께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서 재판을 받았습니다.

건강이 나빠진 것으로 알려진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이날 흰색 옷을 입고 이동식 침대에 누운 채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이 모습은 이집트의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습니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민주화 시위를 벌인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해 수백 명을 숨지게 하고 이집트의 공공재산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이 시간에는 이집트 현지 한국 대사관의 박현규 서기관과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재판과 관련해 대화를 나눠보겠습니다.

박현규 서기관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과 그의 아들들이 첫 재판을 받았습니다. 텔레비전을 통해 재판을 진행 과정을 지켜보셨을 텐데요, 당시의 모습이나 현지 언론의 보도 내용을 소개해 주십시오. 또 이들이 정확히 혐의로 재판을 받았는지도 궁금합니다.

[박현규 서기관] 네, 지난 8월 3일, 카이로 인근에 있는 경찰대학 본부에서 무바라크 전 대통령과 두 아들, 그의 수하라 할 수 있는 전 내무장관과 경찰 간부, 그리고 무바라크와 직접 연관이 있는 기업인 등 총 11명이 재판을 받았습니다. 이 재판은 현지에서도 생방송으로 중계되면서 큰 화제가 됐는데요, 재판 장소는 수많은 사람이 재판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카이로에 있는 국제박람회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는데요, 보안문제나 안전문제 때문에 재판장소가 경찰대학 본부로 바뀌었습니다. 당일 재판은 오전 9시부터 시작이 됐는데요,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철장 안의 침대 위에 누워서 들어왔습니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고령이고 여러 가지 건강상의 무리가 있어서 의자에 앉아서 재판을 받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을 한 것 같고, 철장 안의 침대에 누운 상태로 판사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재판이 진행됐습니다. 재판을 받은 피고들은 시민혁명 이전만 해도 권력을 장악하던 쟁쟁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이들이 수의를 입고 철장 안에서 재판을 받는 모습은 이집트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는 것 같았고요, 반면 피고들은 수치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무바라크 대통령과 그의 아들, 측근들이 정확히 어떤 혐의로 재판을 받았습니까?

[박현규 서기관] 지난 시민혁명 당시에 수많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습니까? 사망자가 정확히 846명, 부상자가 6천 명 이상 발생했습니다. 이에 대한 책임문제가 가장 큰 관심인데요, 이와 관련해 이집트 검찰은 무바라크 전 대통령에게 시위대에 사살 명령을 내렸다는 혐의와 권력남용, 부정부패 혐의를 찾고 있고요, 그의 두 아들은 권력 남용과 부정축재, 그리고 전 내무장관과 전직 고위 경찰 간부는 역시 시위대 사살의 혐의가 있습니다. 특히 시위에 사살에 따른 혐의는 최소 15년의 징역, 또는 사형까지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번 재판과정을 지켜본 이집트 국민과 한인사회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박현규 서기관] (이곳 교민들은) 직접 피부로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도 과거에 군사정권에서 민주화로의 역사적 과정을 겪지 않았습니까? 재판과정을 통해 이곳 교민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나 싶고, 시민 혁명 이후에 지금까지 치안 문제나 경제적 문제의 어려움 등이 계속됐기 때문에 이집트 국민이나 교민으로서는 빨리 혼란스러운 상황이 정리되고 민주화 사회가 정착되는 바람으로 이 장면을 지켜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서기관께서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집권할 때부터 현지에 계셨고, 지금은 그의 재판이라는 큰 변화를 지켜보셨는데요,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재판을 어떻게 보셨는지, 이에 대한 메시지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박현규 서기관] 이곳 이집트 언론에서는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재판과 관련해 중동지역에서 처음으로 독재자가 사법 처리되는 그런 역사적인 장면이기 때문에 '역사적이고 획기적인 일', '중동의 민주화를 선도해가는 척도'로 평가하면서 자부심을 느끼는 측면이 있습니다. 한편으로 지금이 전환기의 과정인데다 이집트가 현재 군부나 과도정부에 의해 운영되고 있고 정국이 불안한 가운데 여러 시위세력의 압력과 요구도 많거든요, 그러다 보니 '인기에 편승하는 정책만 펼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고 봅니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이제 시작됐습니다. 앞으로의 이 재판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예상하고 있는지요?

[박현규 서기관] 말씀드린 대로 (지난 시민혁명에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데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고 있고, 재판에 넘겨진 피고들이 그 책임과 관련해 많은 부분을 떠맡지 않나 싶고요, 그래서 이들이 중형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집트 사회가 냉정함을 찾은 이후 재평가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현재 분위기로서는 무바라크 전 대통령과 측근들의 재판 결과가 중형 쪽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많습니다.

네 박현규 서기관님,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이집트 한국 대사관의 박현규 서기관과 함께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첫 재판에 대한 내용과 현지 반응 등을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이집트의 일간 신문인 '이집션 가제트'에 따르면 이집트 국민의 4명 중 3명인 78%가 재판을 통한 무바라크 대통령의 처벌을 원하고 있습니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오는 15일에 두 번째 재판을 받을 예정인데요, 미국 국무부도 지난 3일, 무바라크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정당한 법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할 것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