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태영호 공사 망명은 ‘당연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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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북한 외교관으로서는 최고위급인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의 태영호 공사가 한국에 망명한 것을 두고 북한 주민은 '매우 당연한 것'이란 반응을 내놨습니다. 특히 '탈북․망명할 기회를 잘 잡았다'는 말에서 "누구든 같은 기회와 조건이 주어진다면 똑같이 망명할 것"이란 의미를 나타내는데요,

"특징적인 것은 '기회를 잘 잡았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이죠. 합법적으로 해외에 나간 사람이 망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 주민에게 상식처럼 되어 있다는 것은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일반 주민 사이에서도 자녀를 생각한다면 태영호 공사와 마찬가지로 탈북할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더는 북한에 희망과 미래가 없다는 인식도 깔려있는데요, 태영호 공사의 망명 소식이 곧 알려지고 확산할수록 자신과 자녀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탈북을 시도하는 상류층, 그리고 일반 주민은 계속 나타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 공사 망명 소식 접한 북한 주민의 반응 '망명이 당연하다'

- "기회를 잘 잡았다.", 같은 환경과 조건이라면 자신도 그랬을 것

- 자녀 문제에 관한 이유도 공감 "북한에서 자녀의 미래․희망 없다"

- 고위층의 망명 소식 곧 확산할 듯, '나는 어떡해야 하나?' 동요 가능성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의 태영호 공사가 최근 한국에 귀순했습니다. 한국행을 선택한 북한 외교관 중에서 최고위급인데요,

한국 언론은 물론 주요 외신들이 태영호 공사의 망명 소식을 전하고 망명 이유와 앞으로 북한에 미칠 파장 등을 분석하는 가운데 이 소식을 접한 북한 주민은 "망명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한 북한 북부지역 여성의 말에 따르면 "북한에 들어오는 대신 한국에 간 것은 당연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어느 누가 해외에 있다 다시 북한에서 살기를 바라겠느냐?'라는 겁니다.

또 외국에 체류한 뒤 북한에 돌아오면 자본주의 사상을 없애기 위한 혁명화 교육도 진행될 텐데, 다시 북한에 들어오고 싶은 사람이 없을 것이란 말인데요,

'아시아프레스'가 19일 북한 주민과 나눈 대화 내용입니다.

- 이 외교관(태영호 공사)이 올해 북한으로 다시 들어가게 되어 있었답니다.

[북한 주민] 그러니까 망명했겠지요. 북한에 들어오면 다시 못 나가겠는데..., 가 여기서 살라면 좋아하겠어요? 사방에서 잡자고 하겠는데...

- '잡자'고 한다는 것은 무슨 말입니까?

[북한 주민] 아무래도 해외에 나가 있었으면 자본주의 물을 먹었겠는데 여기서 가만히 놔두겠어요? 어떤 구실을 잡아서라도 혁명화시키고 하니까, 누군인들 들어오기 좋겠어요.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태영호 공사의 망명 소식에 대한 일반 주민의 반응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첫째, '아직 망명 소식을 잘 모른다는 것'과 둘째, '북한에 귀국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으로 망명한 것은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겁니다.

특히 '기회를 잘 잡았다'라는 말에서는 자신도 같은 환경과 조건이라면 언제든지 탈북을 할 수 있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덧붙였는데요,

[Ishimaru Jiro] 첫째는 아직 일반 주민은 망명 사건에 대해 잘 모르고 있고요, 둘째는 북한에 귀국해야 하는 사람이 망명을 택한 것은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라는 반응이 바로 나왔어요. 특징적인 것은 '기회를 잘 잡았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이죠. '해외에 나간 좋은 기회를 잘 잡아서 도망쳤다,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라는 반응이죠. 지금 북한 내 국경 지역에 사는 사람도 도망칠 수 없는 상황인데, 합법적으로 해외에 나간 사람이 망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 주민에게 상식처럼 되어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난 4월, 중국 내 북한 식당에서 일하던 북한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해 한국에 입국한 사건이 있었을 때도 당시 북한 주민의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한국에 간 것은 잘한 일"이란 것이었는데요, (관련 기사)

기회가 생기고 갈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북한 주민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모두 한국에 가고 싶어 한다는 것이 일반 주민의 마음이란 겁니다. 한국 통일부가 발표한 태영호 공사의 망명 이유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그리고 '자녀의 장래 문제'였는데요, 특히 '자녀의 장래 문제'에 대해서 북한 주민의 생각도 같았습니다.

- 태 공사 부부가 자식의 미래를 생각해 탈출했다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북한 주민] 당연히 그럴 수 있지요. 모든 부모들이 돈을 버는 것은 자식을 잘 내세우자고 하는 건데... 그리고 요즘 애들이 얼마나 깬 줄 알아요? 여기서도 애들이 다 한국영화보고 하니 발그러져(한국사정을 잘 아는) 부모들이 애들 생각을 따라 못가요.

[Ishimaru Jiro] 자신도 같은 처지였다면 도망칠 생각을 할 것이란 반응이었거든요. 또 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자녀의 장래를 생각해 망명을 결심했다'는 통일부의 발표가 있었잖아요. (북한 주민도) 자녀의 장래를 생각하면 당연히 북한에 돌아가지 않고 도망칠 생각을 할 수 있다는 반응이었어요. '북한에서 젊은 사람에게 무슨 장래가 있고 발전, 전망이 있느냐?'라는 생각을 부모로서 고민하고 있다는 거죠.

태영호 공사의 망명에 대해 북측은 '뇌물', '강압'에 의한 결과라며 비하했습니다. 또 아직 북한의 공식 매체는 이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고요, 한편으로 체제의 위협을 느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해외 검열단을 급파하거나 외교관의 가족을 소환하면서 공포통치를 강화하는 모습입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곧 북한 주민 사이에서도 태영호 공사의 망명 소식이 널리 확산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최고위층도 탈북하는 데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동요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는데요,

[Ishimaru Jiro] 언론보도가 많이 나갔기 때문에 공사의 망명 사건이 알려지고 확산할 겁니다. 이에 대해서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겠죠. 단순히 식당 종업원 차원이 아닌 '평양의 최고위급, 그것도 김정은 정권의 핵심에 있는 사람도 정권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구나'라는 것을 일반 주민도 알게 될 겁니다. 또 이런 사건에 계속 일어날 경우, 지방의 권력기관 내에 있는 사람도 자신과 자녀의 미래에 대해 생각할 겁니다. '평양에서 고위층까지 떠나고 있는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처럼 북한에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느끼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도 무언가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조금씩 확산할 것 같습니다.

일반 주민은 태영호 공사에 대해, 또 그가 얼마나 고위급 외교관인지 잘 모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귀순 소식에 대한 일반 주민이 얻은 교훈은 "기회를 잡아야 한다. 놓치면 안 된다" 인데요,

오늘날 계속되고 있는 특권층과 상류층의 탈북행렬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생활고와 젊은 지도자의 폭압 정치 아래 김정은 정권은 물론 북한에 대한 희망,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북한 주민의 마음속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