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 간 셈법 다른 납북 일본인 재조사

0:00 / 0:00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 '납북 피해자 조사' VS '북한 내 거주 일본인'

- 북 "자발적 입국자도 있다.", 핵심 물타기 의도

- 일본인 귀국 추진 "희망하면 일본에서 살아도 된다"

- 북, 경제적 이익 위한 단기적 관계 개선 도모


북한 당국이 오는 9월 초, 북한 내 일본인 조사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인에 대해 친척 방문 형식의 귀국도 추진하고 있는데요, 북한 당국은 일본에 친척이 있는 사람들을 우선으로 일시 귀국을 준비 중이며 이들에 대한 교육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은 북한 내 일본인 가운데 자신의 의사로 입국한 일본인 조사에도 주력하고 있는데요, 이는 납치피해자 외에 자발적으로 들어온 일본인도 많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북한의 일본인 조사 보고서와 관련해 자세한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Ishimaru Jiro] 일단 조사는 계속 진행해왔고, 일차적으로 끝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9월 초쯤 첫 번째 보고서를 제출하겠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제 생각에는 1년에 걸쳐 몇 차례 연속으로 보고서를 제출할 겁니다. 이에 더해 일본에 보낼만한 사람이 있는지에 관한 조사도 계속될 겁니다. 그 이유는 '납치 피해자뿐만 아니라 다른 일본인도 있다', 다시 말해 일본 정부는 계속 납치만을 주장하지만, 자신의 의사로 입국한 사람도 많이 있기 때문에 '납치 피해자와 행불자는 구별하자.', '자신의 의사로 입국한 사람이 돌아가고 싶으면 보내겠다.'라고 해서 전체 구도를 납치 문제 교섭이 아닌 북한에 사는 일본인 문제로 바꾸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납치피해자 보고에서도 몇 배나 많은 명단을 제출할 겁니다. 또 대가를 반드시 받아야 하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니까 한번이 아닌 몇 번에 걸쳐 교섭하고 한 번씩 끝날 때마다 조금씩 얻어내려 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네. 북한에서 납북자 문제의 핵심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북한 뜻대로 잘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실제로 조사도 잘 안 될뿐더러 일본에 안 가겠다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으로서는 골치가 아프다는 말씀도 하셨거든요. 북한이 생각하는 것과 일본이 생각하는 것의 차이가 있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Ishimaru Jiro] 네. 일본의 아베 정권은 납치 피해자 문제 외에 관심이 없습니다. 일본 사회도 그렇고요. 또 북한 쪽에서는 특별한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 외에는 일본에 보내도 크게 손해 볼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뜻밖에도 지금 단계로서는 일본에 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북한보다 일본이 좋다고 말하면 정치범이 될 수도 있다는 공포심 때문에 속 시원히 말할 수 없다는 것이 있죠. 또 본인 의사로 북한에 들어간 사람 중에는 개인적인 문제가 있거나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개인 신상에 관해 솔직하게 말하지 않은 사람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9월 초에 파악한 명단을 제출하고 '이들을 일본에 보내겠다. 일본에 살고 싶으면 살고, 북한에 다시 오고 싶으면 돌아오라, 그것은 본인 의사로 결정하라'라고 권유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일본에 가면 일본에서도 화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뉴스가 되지요. 그러면 납치 문제뿐이 아니라는 분위기가 생길 수 있는 기대감도 있는 것 같습니다.

- 만약 그렇게 전개된다면 일본 측이 원하는 것과 많이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납치 피해자 문제에 집중돼야 하는데, 단지 북한에 살다가 오는 사람을 보내주는 쪽에 집중된다면 본래 일본의 의도와 다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Ishimaru Jiro] 그 부분에 관해서는 이런 것도 있을 겁니다. 일본에서는 납치 피해자들은 물론 납치됐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 관한 조사도 요청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2002년, 고이즈미 총리가 방북해 김정일과 교섭했을 때 북한이 이미 대답을 했습니다. '누구는 납치했고, 누구는 사망했다는 것', 하지만 북한은 이후 새로운 납치 피해자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을 겁니다. 또 있다 해도 많이 제한하려 할 겁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조사해달라고 요구한 일본인 중에 자신의 의사로 북한에 들어온 사람이 있다면 북한에서도 이익이거든요. '자신들이 납치한 것이 아니라 본인 의사로 들어온 사람이다', '일본으로 가든지 북한에 살든지 본인 의사로 결정하라.'라고 말하면 북한 측이 받을 타격이 많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과 일본이 계속 교섭 중이지만, 양측이 서로 얻어야 할 이익이 있으니까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 같다고 보고 있습니다.

- 북한에서는 일본인에 대해 일시 귀국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다시 설명해주시겠어요?

[Ishimaru Jiro] 지금 '아시아프레스'의 북한 내부 협조자가 여러 곳에서 조사했는데요, 보위부는 물론 일본에 가족이 있는 사람들에게 들었는데,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일본을 방문하게 하겠다.', '이것을 준비하라.'라는 말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영구 귀국을 하라는 것이 아니고 친척방문 형식으로 다녀오라는 식입니다. 북한 당국으로서 일본에 보내도 손해가 되지 않는 사람들을 선택해 교섭시기에 맞춰 다녀오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이렇게 보고서를 제출하고,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일본인이 친척 방문 형식으로 고국에 다녀오면서 북일 관계가 주목을 받고, 양국이 우호 분위기로 흘러가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대표님께서는 이전 북한 주민이 북일 관계의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반면 북한에서는 사상 교육을 통해서 너무 기대감을 갖지 말라는 분위기도 있는데, 북일 관계의 개선에 관한 반응에 변화가 있습니까?

[Ishimaru Jiro] 북일 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사람은 장사하는 사람들입니다. 대부분 일반 주민은 자신과 관계가 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계속 안 좋으니까 '장사 기회가 생기고 경제가 좋아지면 좋겠다.'라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항상 적이 있어야 하는 체제 아닙니까? 또 일본은 식민지를 지배한 원수 중의 원수니까 김정은 정권에서 보면 일본의 이미지는 계속 나빠야 합니다. 그래서 일본에 대한 환상이 많이 확산하는 것은 반갑지 않죠. 전 그렇게 생각하고요,
또 이전에 말씀드렸지만, 북한 정부나 국민도 기대하는 이유는 거의 경제적인 동기입니다. 친선우호 때문이 아니라 '역시 경제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확실하게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라는 기대감이지, 근본적으로 국교 정상화는 간단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 봅니다.

- 미국의 전문가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김 부자 체제, 즉 백두혈통을 이어가려면 항일투쟁을 부인할 수 없다는 거죠. 지금 일본과 관계를 갑자기 좋아지면 체제의 정통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Ishimaru Jiro] 네, 그렇죠. 게다가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북일 관계의 정상화는 있을 수 없습니다. 일본 정부도 핵을 보유한 상태, 핵으로 전쟁을 도발한 상태에서 국교 정상화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상식이거든요. 저는 북한에서 장기적인 전략이 아니라 무역 또는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단기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처럼 '북한 내 납북 피해자, 일본인 조사'에 관한 발표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북한과 일본이 의도한 전개의 흐름에는 좀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1차 조사 보고 이후 북한과 일본의 협상은 어떻게 진전될지 북한과 일본이 의도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을지 등은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