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고위층자녀 중매전문 '마담뚜'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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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요즘 북한에서는 고위층, 즉 엘리트계층 자녀의 혼사를 맺어주는 전문 중매쟁이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입소문을 타고 활동 중인 전문 중매쟁이들은 고위층 자녀의 혼사를 성사시켜주고 최소 수백 달러에서 최대 1천 달러까지 보수를 받는다고 하는데요, 웬만한 장사꾼들보다 벌이가 더 좋다고 합니다.

경제력과 사회적 배경을 중시하는 엘리트 계층에서는 좋은 집안과 사돈을 맺기 위해 전문 중매업자의 도움을 바란다고 하는데요,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연결해 자세한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북 엘리트계층, 배경 중시하는 중매결혼 선호

- 고위층 대상 중매쟁이, 혼인 성사 명목으로 상당한 돈 주고받아

- 최소 1~2백 달러에서 많게는 1천 달러, 웬만한 장사꾼보다 많이 벌어

- 몇 건만 성사하면 '입소문' 통해 가만히 있어도 중매 의뢰


북한에서도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변화의 바람은 피할 수 없습니다.

일반 주민의 의식이나 생활을 영위하는 수단에도 환경에 따라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예전에는 돈을 받지 않고 선심을 쓰던 일들에 요즘은 돈을 주고받는 일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결혼 중매라고 하는데요, 오늘은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연결해서 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이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안녕하세요.

[김준호 특파원] 네, 안녕하십니까? 중국입니다.

- 네. 오랜만에 방송으로 인사를 드리네요. 오늘은 북한의 중매결혼에 관해 이야기를 전해주신다고 하셨는데요, 북한의 지배계층, 즉 엘리트계층 사이에서 중매결혼이 많다면서요?

[김준호 특파원] 네. 그렇습니다. 조금 전에도 언급했지만, 북한 사회도 중매결혼보다 연애결혼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하지만 이는 일반 보통사람들, 즉 서민층의 말이고요, 북한의 고위층 사이에서는 중매결혼이 더 많다고 합니다.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한 평양 주민이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혼기에 찬 자신의 딸을 시집보낼 걱정을 하며 북한의 결혼에 대해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다 이같은 사실을 전했습니다.
특히 엘리트 계층은 사돈이 될 집안의 배경을 중시하기 때문에 사윗감이나 며느릿감을 고르는데 매우 신중하고요, 그러다 보니 결혼을 할 당사자보다는 부모들의 입김이 많이 작용하게 마련인데요, 사회적 위상이나 경제적 위상이 좋은 집과 사돈을 맺으려고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본인들이 직접 이런 사윗감이나 며느릿감을 찾아 나설 수 없어 중간에 다리를 놔주는 '중매쟁이'가 필요하게 됐는데요, 최근에는 이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부르는 말처럼 북한에서도 '마담뚜'라는 직업이 생겼다는 말이지요.

- 사실 중매가 이전에는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주변의 선남선녀를 찾아주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북한에서도 대가를 받고 전문으로 중매를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는 말이군요. 그렇다면 한국의 '결혼 정보회사'와 비슷한 것 아닙니까?

[김준호 특파원] 북한에서 '마담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남한의 결혼 정보회사처럼 조직을 갖추거나 '내가 전문 중매쟁이다.'라며 대놓고 하는 단계는 아닌데요, 그렇다고 무료봉사도 아닌 아직은 어정쩡한 형태라고 합니다. 그런데 수단이 좋은 중매쟁이들은 웬만한 장사꾼들보다 돈을 더 잘 번다고 하는데요, 발품만 잘 팔면 밑천을 들이지 않고서도 한 번에 몇 달 동안 장마당 장사를 하는 것보다 더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중매를 해서 혼인이 성사될 경우 상당한 보수를 주고받는 것이 일반화됐는데요, 얼마를 주고받는지의 가격을 사전에 정하지는 않지만, 당연히 결혼이 성사되면 혼주의 재량으로 보수를 지급하고 중매를 한 사람도 의례 보수를 기대하면서 중매에 나선다고 합니다.

- 그렇다면 주는 대로 보수를 받는다는 말인데요, 당연히 중매비용을 얼마나 주고받는지도 궁금합니다. 때로는 보수를 조금만 주거나 많이 주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요.

[김준호 특파원] 네. 중매 수고비가 딱 얼마라고 정해진 것은 없지만, 건당 미화로 최소 1~2백 달러에서 많게는 1천 달러 정도까지 건네는 후한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경제적으로 그만한 여유가 있는 데다 사회적으로도 잘 나가는 사람들이고, 또 이런 계층의 사람들은 체면을 매우 중시하기 때문에 욕먹을 짓은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게다가 얌체 짓을 할 만한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의 평판도 좋지 않기 때문에 중매를 하는 사람들도 처음부터 아예 이런 집의 일에는 끼어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 최소 1~2백 달러에서 1천 달러까지... 아주 적은 금액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북한의 중매쟁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도 궁금하네요.

[김준호 특파원] 네, 물론 내가 '마담뚜'다 하는 식으로 선전할 수는 없지만, 결혼을 몇 건만 성사시키면 '이게 누가 중매한 거다.'라는 입소문이 나기 마련이어서 가만히 있어도 중매 의뢰가 들어온다고 합니다. 그러다 딸을 시집보내려는 집과 며느릿감을 찾는 집의 의뢰를 받게 되는데, 그중에서 적당한 사람을 골라서 짝을 맺어주면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중매를 잘못해 나중에 결혼 생활이 실패하면 중매쟁이도 좋을 것은 없기 때문에 나름대로 신중을 기해 짝을 맺어주도록 노력을 한다고 합니다.

- 그렇다면 북한의 이같은 중매쟁이들은 사윗감이나 며느릿감의 명단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요?

[김준호 특파원] 네, 남한의 결혼 정보회사에서 일하는 결혼 설계사들처럼 체계적인 프로필, 즉 명단을 전문적으로 관리하지 못하지만, 결혼 적령기에 있는 엘리트 계층의 자녀들에 대한 정보를 입소문을 통하거나 나름대로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중매 대상자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또, 결혼 적령기의 자녀를 가진 부모들이 스스로 점 찍어둔 집 자녀를 지적해서 넌지시 중매의뢰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옛말에 '중매라는 것은 잘하면 옷 한 벌 얻어 입고 잘못하면 뺨을 석 대 얻어맞는다'는 말이 있는데요, 요즘 북한에서는 고위층 자제를 연결해주는 중매가 최소 수백 달러를 벌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있군요.

김준호 특파원, 끝으로 요즘 북-중 국경지방의 분위기 한 번 전해주실까요?

[김준호] 네, 이번 주에 접어들면서 예년과 달리 기승을 부렸던 더위가 조금은 꺾인 듯합니다만 장마철이 지났는데도 국지적으로 비가 자주 내리고 있습니다. 압록강 물이 아직도 붉은 흙탕물인 것을 보면 압록강 중․상류 지역의 장마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장마로 인해 중국 길림성 지역의 농작물 피해가 매우 크다는 중국 언론 보도가 있었는데요, 길림성과 맞닿아 있는 북한의 자강도나 양강도 일부 지방도 사정은 비슷할 걸로 짐작됩니다.
특히 개성공단 문제가 풀리고 나서 북한 주민도 이를 매우 환영하는 분위기이고 남북관계가 호전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북한 주민이 내부의 선전 선동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지금도 멈추지 않는 데 반해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별로 하지 않고 있는데요, 이는 개성공단 문제의 타결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고요, 한편으로는 박근혜 대통령 집권기간에도 이전 정부처럼 대립각을 계속 세우는 것이 북한으로서도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게 대북 소식통들의 분석입니다.

- 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소식 고맙습니다.

[김준호] 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이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