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지난 23일 오후 2시경, 화창한 날씨를 보이던 미국의 동부지역에 규모 5.9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이날 지진은 워싱턴 D.C를 비롯해 버지니아 주와 메릴랜드 주, 뉴욕 주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느낄 수 있었고요 벽에 걸린 그림이 떨어지거나 건물에 금이 가고,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곧바로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미국의 백악관과 국방부, 의회 등 주요 관공서에서도 이날 지진이 발생한 이후 직원들을 일찍 귀가시키는 등 워싱턴을 비롯한 동부 지역이 한 때 큰 소동을 겪었는데요, 이날 지진은 버지니아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1897년 이후 가장 큰 규모라고 합니다.
대체로 동부지역에는 지진이 자주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이 지진을 처음으로 경험했는데요, 지진이 발생한 지 40여 분 만에 모든 상황은 정리됐지만 지진 소식을 전하거나 서로의 안부를 묻는 사람들로 한동안 전화가 불통이 되기도 했습니다.
<오늘의 초점>으로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북한 주민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북한의 놀이공원인 '개선청년공원'이 이곳을 방문한 외국인에게 북한의 자랑거리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북한을 찾은 미국의 전직 관리나 전문가, 관광객에게 놀이공원의 방문을 권유하고 언론사까지 나와 사진을 찍는 등 선전 수단에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리비아의 무마아르 카다피 정권이 리비아 반정부군에 의해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42년간 리비아를 통치했던 카다피 원수는 이제 독재자에서 도망자 신세가 됐는데요, 리비아 사태로 북한은 더욱 핵을 포기하지 않고 사회 통제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리비아 사태는 북한에 좋지 않은 교훈이 됐다고 한반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 입니다.
-외국인에 놀이공원 방문 권유
북한 평양의 모란봉구역에 있는 '개선청년공원'이 북한 주민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지난 18일, 자유아시아방송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개선청년공원'은 갖가지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곳으로 야매표(암표)까지 등장할 만큼 젊은이들 사이에서 만남의 장소로 인기가 높고 개별적으로 공원에 놀러 오는 북한 주민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는데요. '개선청년공원'은 북한 주민뿐만 아니라 북한을 방문한 미국인에게도 자랑거리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두 달 전 북한을 방문했던 미국인 관광객은 북한 관계자의 배려로 '개선청년공원'을 다녀왔는데요, 당시 놀이 공원에서 서양에서 온 외국인은 자신의 일행뿐이었습니다.
미국인 관광객 일행은 35유로 정도의 비용을 낸 뒤 'VIP', 즉 특별우대를 받아 줄을 서지 않고 마음껏 놀이기구를 이용할 수 있었는데요, 북한의 놀이공원은 미국의 것만큼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놀이시설은 가장 최근에 나온 듯한 새것이었고 놀이기구의 난이도나 기능도 미국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또 미국인 관광객은 놀이시설이 모두 이탈리아에서 들여온 것이란 설명도 들었습니다.
미국인 관광객은 "당시 북한 안내원이 놀이공원을 소개하면서 매우 자랑스러워하는 인상을 받았다"고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설명했는데요, "심지어 북한 언론까지 나와 놀이공원을 이용하는 자신 일행의 사진을 찍었다"며 "아마도 '개선청년공원'을 선전하는 데 쓰려는 것 같았다"고 이 미국인은 덧붙였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전에도 북한을 찾은 미국의 전직 관리나 전문가에게도 놀이공원의 방문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외국인들이 북한의 놀이공원을 재미있게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김정일, 김정은 부자에 대한 선전에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6월, 북한의 놀이공원을 방문했던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의 제임스 퍼슨(James Person) 연구원도 북한 주민이 '개선청년공원'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2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는데요, 특히 북한 주민이 놀이공원에 대해 이야기할 때 김 위원장이 베푼 선물처럼 설명하는 것을 느꼈다고 퍼슨 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북한의 놀이공원을 다녀온 미국인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붐비는 많은 사람과 밤에도 환한 불빛, 놀이시설 앞에 길게 늘어선 줄과 음식을 파는 매대 등 북한 놀이공원의 풍경은 마치 미국이나 한국의 모습과 똑같았다고 묘사했는데요,
심지어 외국인을 본 북한 주민이 자신들을 향해 'Hello'라고 인사하며 손을 흔들거나 함께 각종 놀이기구를 타며 즐거워하는 모습 등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미국인들은 덧붙였습니다.
-북, 반정부 '싹'부터 자를듯
리비아의 반정부군이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까지 진격하고 카다피 국가원수의 요새 '알-아지지야'마저 장악하면서 42년간 리비아를 통치했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6개월 전 반정부 민주화 시위로 시작된 리비아 사태는 내전으로 확산했고, 미국과 영국 등 국제사회까지 이에 개입하면서 결국 카다피 원수의 철권통치가 무너졌는데요,
특히 행방을 알 수 없는 카다피 국가원수에 대해 어디엔가 숨어 있을 것이란 추정만 있는 가운데 이제 그는 독재자에서 도망자 신세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리비아 사태가 북한에 던져준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일단 튀니지와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에 이은 리비아 카다피 정권의 붕괴가 당장 북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핵심 권력층에 심리적 부담을 주는 요인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는데요, 중동 국가에 이어 북한의 체제 변화를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김정은 후계체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국 동국대학교의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의 말입니다.
[김용현 교수] 중동의 독재정권이 붕괴하는 과정이 김정은 후계체제에 부담이 될 수 있는데요, ‘북한도 체제의 변화에 대한 관심과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압박과 설득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이어온 이집트의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나 리비아의 카다피 국가원수 등 중동 국가의 주요 독재자들이 모두 권좌에서 물러나면서 김 위원장은 정치적, 심리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그래서 오히려 권력을 더욱 강화하려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중동 문제 전문가인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의 대니얼 서워 교수의 설명인데요,
[Daniel Serwer] (북한을 비롯한) 전 세계의 모든 독재자가 리비아의 사태를 지켜볼 텐데요, 카다피의 붕괴가 시리아, 북한 등 독재자들의 권력욕을 약하게 할 것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권력을 강화하려 할 것이고 반정부 시위를 더 강하게 억누르려 할 겁니다.
러시아 출신인 한국 국민대학교의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리비아 사태가 북한에 나쁜 교훈을 던져줬다고 평가했습니다. 2003년 미국의 약속을 믿고 핵을 포기한 카다피 원수가 이제는 생명조차 보장받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고 이를 본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Andrei Lankov] 북핵 포기를 바라는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나쁜 소식입니다. 이것은(리비아 사태는) 김정일을 비롯한 북한 지도계층에게 교훈이 될 것입니다. 그들은 정확하고 설득력 있는 교훈을 보았습니다. 반란군이 트리폴리에 입성한 날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희망이 사라진 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용현 교수] 카다피의 붕괴를 통해 북한이 핵에 대한 집착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고요, 북한은 핵을 포기했기 때문에 카다피가 붕괴했다는 논리 속에서 김 위원장의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핵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이야기할 가능성이 크죠. 또 사회 내부적으로도 통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이밖에도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처드 부시 동북아연구센터 소장과 한국 북한대학원의 류길재 교수도 북한이 과거부터 핵무기가 안보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리비아 사태를 지켜본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을 포기하기보다 오히려 이의 개발을 고집할 것이라고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적한 바 있습니다.
[류길재 교수] 북한 정권에도 중요한 신호를 간접적으로 보낸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김정일 정권이 과거부터 핵무기가 외부의 적으로부터 안보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핵무기 개발과 증가를 위해 매진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4월, 서방국가들이 리비아를 공습했을 때 "리비아의 핵 포기 방식이란 안전담보와 관계개선이란 사탕발림으로 상대를 무장해제 시킨 다음 군사적으로 덮치는 침략방식이라는 것이 드러났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요, 당시 미국 국무부는 리비아에 대한 공급이 카다피 원수가 자국민에게 무기를 들이댔기 때문이지 핵 포기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죠.
이와 함께 북한 지도층은 리비아 사태를 통해서 정권에 도전하는 세력을 빨리 진압하거나 사상 교육과 사회 통제를 강화할 필요성을 배웠기 때문에 이를 실행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이집트의 무바라크와 리비아의 카다피 등 독재자들의 말로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란코프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리비아 사태가 단기적으로는 북한에 영향을 줄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언젠가 북한에서도 시민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데요, 옛 소련의 반체제 활동가였던 나탄 샤란스키 유대인기구 의장이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힌 말을 들으며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나탄 샤란스키] (북한이 중동과) 뭐가 다르다는 거죠? 하지만 독재정권이 붕괴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 이유는 진정한 독재 신봉자였던 많은 사람이 점차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더 이상 독재정권에는 동의하지 않는 이중적 사고를 갖게 된다는 점 때문입니다. 저는 마지막 남은 공산주의 독재국가인 북한에도 최근 중동에서 불고 있는 민주화 바람이 조만간 불어 닥칠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