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한껏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켰던 북한 당국이 결국 남북 고위급회담을 계기로 '준전시상태'를 해제했습니다. 하지만 '준전시상태'로 군사적 긴장이 높아가던 때에도 정작 북한 주민은 무관심했는데요,
"정작 주민의 생각을 물어보니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 대부분 사람의 의견이라고 합니다. 이전부터 계속 전쟁이 일어난다는 선전․선동을 해왔는데, 결국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북한 주민도 전쟁은 일어날 수 없다는 태도이고요"
오히려 '준전시상태'로 통제와 단속이 강화되고, 장사를 할 수 없어 어려운 생활이 계속되다 보니 "차라리 전쟁이라도 났으면 좋겠다"는 것이 북한 주민의 생각이었습니다. 반복되는 군사적 긴장의 고조와 해제 가운데 북한 주민은 아예 이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 북, 준전시상태 선포 이후 "전쟁한다" 선전
- 주민 대상 인민반 회의, 비상소집 등 난리
- 출근 때마다 위장용 그물 쓰기도
- 빈번한 준전시상태에 북 주민 무관심
- 힘든 생활에 "차라리 빨리 전쟁이나 났으면"
북한이 지난 20일, 군 최고사령관의 명령으로 전방지역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이후 한반도에서는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북한은 관영 언론을 통해 북한 주민에게 미국과 한국에 대한 증오심을 유발하며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나아가 북한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결집을 촉구했는데요, 이와 함께 북한은 지난 20일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이후 북한군의 핵심 3대 침투전력이 모두 소속 기지를 떠나 전방에 배치된 것으로도 확인됐습니다.
북한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이후 침투수단과 침투전력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했던 것으로 분석됐는데요, 하지만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남북 고위급 회담이 43시간의 협상 끝에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북한의 '준전시상태'도 해제됐습니다.
한편, 북한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이후 한반도 내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에서도 정작 북한 주민은 이에 무관심했거나 아예 전쟁이 일어나길 바랐다고 하는데요,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는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됐던 지난 22일 직접 북한 주민의 생각을 담은 음성 녹취를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제공했습니다.
'아시아프레스'가 제공한 북한 주민의 음성을 들어보면 당시 북한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상황에서 전군이 준전시태세에 들어갔고,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인민반 회의와 비상소집 등을 실행하며 "당장 전쟁을 한다"고 선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22일 녹음한 실제 북한 지방도시 주민의 육성입니다.
- 요즘 전화하기 힘들지요?
[북한 주민] 예, 준전시 때문에 전화하기 힘듭니다.
- 한국에서는 당장 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보도되고 있는데, 전쟁이 일어날 것 같습니까?
[북한 주민] 지금 "남조선 놈들이 포를 한 발 쐈다"며 군대가 준전시상태에 들어가 있습니다. 군대는 잘 때도 군화 끈을 풀지 못하고 외출하는 병사도 보이지 않아요. 당장 전쟁한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 전쟁을 한다고요?
[북한 주민] 네
- 국경 경비대(북․중 국경선 북한 경비대 )도 준전시상태에 들어갔습니까?
[북한 주민] 네, 여기도 전선이니까요. 전선의 전군이 다 준전시에 들어갔습니다.
- 그럼 국경 경비대도 요즘은 밀수는 못 하겠지요?
[북한 주민] 물론입니다. 준전시 상태에 들어가면 그런 건 꿈도 꾸지 못합니다.
-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는데 인민반 회의도 있었습니까?
[북한 주민] 네, 인민반 회의도 하고 직장에서도 포고가 있었습니다. 비상소집도 하고 난리에요.
- 비상소집은 어떻게 했습니까?
[북한 주민] 목총과 훈련비품, 비상식량을 배낭에 넣고 직장에 나가 검열을 받았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준전시상태'에서 일반 주민의 생활과 상황에 관해 물어봤습니다. 북한 주민에게 인민반 회의나 직장에서 특별경계를 하라는 지시도 있었지만, 정작 주민의 생각을 물어보니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 대부분 사람의 의견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북한 정권이 긴장을 조성할 때마다 북한 주민의 무관심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전부터 계속 전쟁이 일어난다는 선전․선동을 해왔는데, 결국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니까 북한 주민도 전쟁은 일어날 수 없다는 태도이고요, 일반 주민의 생활이 어려우니까 한국․미국과 긴장상황에 대해서 자신과 직접 관계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북한 북부지방 외에 다른 지역에서의 반응도 비슷합니다. '준전시상태'에 북한 주민은 큰 관심이 없다는 것, 또 오히려 '전쟁을 빨리했으면 좋겠다'라는 건데요,
[Ishimaru Jiro] 체념이라고 할까요? 무관심하면서도 어려운 생활이 계속된다면 차라리 전쟁을 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너무 힘든 생활이 계속되고, 정치적 변화가 안 보이니까 전쟁이 일어나 북한 정권이 무너졌으면 좋겠다는 표현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준전시상태'가 선포되면서 통제와 단속이 강화됐습니다. 주민의 야간 이동이 어려워지고, 심지어 신체검사까지 있었는데요, 이처럼 통제와 단속이 심해지면서 '장사가 잘 안된다'는 불만이 커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은 '준전시상태'에 맞춰 출근할 때마다 위장용 그물을 쓰고 다녔는데요, 위장용 그물은 등 뒤나 배낭에 씌우고 풀잎 등을 끼워 위장하는 민간 군사훈련의 필수품으로 위장용 그물을 착용하지 않으면 단속의 대상이 됩니다.
- 군사훈련은 실제로 하고 있습니까?
[북한 주민] 그건 하지 않습니다. 점검을 한두 번 하고 나머지는 대기입니다. 그리고 출근할 때에는 위장용 그물을 쓰고 다니라고 합니다.
- 그럼 모두 몸에 그물을 치고 다닙니까?
[북한 주민] 그래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단속을 당하니까 등에 그물을 치고 흉내만 내지요.
'아시아프레스'는 '준전시상태'와 관련해 북한 주민 사이에서 실제로 전쟁이 나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오히려 '준전시상태'에 북한 주민이 관심을 두지 않는 데다 하루하루 먹고사는 것조차 힘들기 때문에 차라리 빨리 전쟁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 주민들은 이번 상황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습니까?
[북한 주민] 장군님(김정은)이 젊고 배짱이 있으니까 당장 전쟁을 한다는 사람도 있고, (생활이 힘들기 때문에) 차라리 빨리 전쟁이 일어났으면 하는 사람이 많아요.
- 많은 사람이 전쟁이 일어났으면 한다고요?
[북한 주민] 나도 전쟁을 '콱'했으면 좋겠어요.
- 전쟁하면 다 죽고 남는 게 있겠습니까?
[북한 주민] 죽기는 왜 죽겠어요.
- 주민들 생활에는 변화가 없습니까?
[북한 주민] 없어요. '준전시상태'는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준전시하고, 계속 전쟁한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신경을 안 써요. 나도 빨리 전쟁 일어나면 좋겠어요.
하지만 결국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고, 남북 고위급회담을 계기로 '준전시상태'도 해제됐습니다. 한동안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지만, 이전과 마찬가지로 어떠한 충돌도 일어나지 않았는데요,
[Ishimaru Jiro] 과거에도 전쟁이 일어난다면서 충돌이 없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북한 주민의 이렇다 할 반응이 없을 겁니다. 오히려 이런 긴장상태가 풀리면서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고, 다시 장사를 할 수 있게 돼 환영하겠지만, 남북 간 합의로 남북이 가까워질 것이란 정치적 의미, 판단 등은 크게 느끼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긴장 조성에 매우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2013년, 북한은 연일 미국과 한국을 겨냥해 협박의 수위를 높이며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킨 바 있습니다. 당시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동해 상으로 이동시키고, 개성공단에 통행금지 조치를 내린 데 이어 평양에 주재하는 외국 공관들의 직원 철수를 권고하는 등 전쟁 위협의 수위를 최근보다 훨씬 높인 바 있는데요,
하지만 당시에도 북한 주민 사이에서 유행한 말은 "걱정하지 마라.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였습니다.
또 북한 당국은 주민을 대상으로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란 강연까지 했는데요, 이는 위협과 달리 실제 전쟁을 할 의지가 없다는 북한 당국의 의도를 잘 보여준 사례였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또다시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도 고위급회담에 나서고 결국 슬그머니 '준전시상태'를 해제한 북한. 반복되는 북한 당국의 허풍으로 학습효과를 얻은 북한 주민은 더는 당국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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