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장길수 이야기 다룬 영문 책 출간/대북제재 비웃는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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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최근 국제사회의 가장 큰 뉴스 중 하나는 리비아 카다피 정권의 몰락이었습니다. 42년간 리비아를 통치했던 카다피 국가원수는 독재자에서 도망자 신세가 됐는데요, 현재 그는 어디에 숨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습니다.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리비아의 카다피 국가원수의 정권이 차례로 무너지면서 독재자들의 말로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수십 년간 권력을 휘둘렀던 독재자들의 끝은 비참하게 처형을 당하거나 감옥에서 숨을 거두고, 해외를 떠도는 등 언제나 초라했습니다.

외신들은 무바라크, 카다피 등 독재자들의 말로를 통해 국민의 뜻을 거스른 정권은 결코 오래갈 수 없으며 권력 또한 영원한 것이 아니란 교훈을 던져준다고 평가했는데요, 이와 함께 북한의 김정일 정권도 함께 거론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초점>으로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작합니다.

- 그림을 통해 북한의 참상을 국제사회에 알린 탈북 소년 화가 장길수 군의 이야기가 최근 미국에서 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북한 밖으로'란 제목의 이 책은 장길수 군이 그린 그림과 함께 장길수 군의 탈북 과정과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 등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이 책의 저자는 책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서방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습니다.

- 사치품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에도 북한에는 최고급 외제 승용차를 비롯해 외국의 물건들이 별 문제 없이 수입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인은 "대북제재로 가격이 올랐을 뿐 웬만한 것은 다 구할 수 있다"고 했는데요, 중국을 중심으로 북한의 사치품 수입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 입니다.

=탈북 이후 겪은 고통 생생히 전달

'쥐를 먹는 소년'과 '굶주린 여인', '가마솥에서 끓여지는 인육'과 '다리 위에서 끌려가는 엄마'.

북한의 식량난과 정치범 수용소의 참상을 그림으로 묘사해 국제사회의 큰 관심을 불러왔던 탈북자 장길수 씨의 이야기가 미국에서 책으로 소개돼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을 탈출해 2001년 한국에 입국한 장 씨는 북한에서 경험한 실상과 탈북 이후 3년간의 은신 생활에서 겪은 고통을 380여 점의 그림과 일기로 남겨 그동안 많은 사람에게 충격과 감동을 전한 바 있는데요,

이달에 발간된 'Out of North Korea', 즉, '북한 밖으로'란 제목의 책은 1999년 탈북한 장길수 씨의 파란만장한 탈북 과정과 북한 사회의 열악한 인권 상황, 그리고 식량난 등을 34점의 그림과 함께 설명하고 있습니다. 탈북 소년 화가인 장 씨의 이야기가 미국에서 책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북한 밖으로'의 공동 저자인 제시카 어스틴(Jessica Austen)씨의 설명입니다.

[Jessica Austen] 이 책은 당시 소년이었던 장길수 군의 이야기를 다뤘는데요, 그의 북한 생활과 탈북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냈는지를 그의 그림과 함께 전하고 있습니다. 그가 불가능한 상황을 어떻게 가능케 했는지 이야기하고 싶었고 그의 이야기를 통해 북한 주민에게 희망을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게 됐습니다.

이 책은 장길수 씨가 그렸던 그림을 바탕으로 굶주림을 이기지 못해 쥐는 물론 사람까지 잡아먹는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을 가장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또 두 번의 탈북과 한 번의 강제 북송 과정에서 겪은 중국에서의 생활과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의 경험 등도 자세히 전하고 있는데요, 물론 공개처형과 인신매매, 국경 지역에서의 즉결 사살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어스틴 씨는 책을 통해 북한의 현실과 탈북자들의 고통을 미국과 서방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Jessica Austen]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국가들은 현재 북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합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길수 군의 그림을 보여주고 북한 주민의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북한 당국이 주민을 굶주리게 하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가로채는 현실 등을 알릴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의 또 다른 공동저자인 호프 플린치바흐 씨도 독자들이 책을 통해 북한에서 일어나는 충격적인 인권 유린의 현실을 알게 될 것이라며 말했는데요, 현재 인터넷(Amazon.com)과 서점에서 살 수 있는 이 책의 수익금 중 일부는 중국 내 탈북고아를 위해 쓰일 예정입니다. 이 수익금은 이들을 돕는 미국의 민간단체를 통해 중국 내 탈북고아들에게 안식처와 식량을 제공하고 그들을 구출하는데 도움을 주게 됩니다. 또 어스틴 씨는 미국인 가정이 중국 내 탈북 고아를 입양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와 의회가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줄 것을 함께 호소했습니다.

한편, 이 책의 주인공인 장길수 씨는 현재 캐나다에서 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한국의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에 입국한 지 10년째인 장 씨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대학 진학을 목표로 영어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장 씨는 탈북 수기집인 '눈물로 그린 무지개'를 펴냈고 작년에는 한국에서 그의 탈북 여정을 담은 그림 전시회가 열려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는데요, 장 씨는 미국에서 펴낸 '북한 밖으로'의 출간을 크게 반기면서 그의 마지막 소망을 어스틴 씨에게 전했다고 합니다. 책을 통해 북한 주민에게 전한 장길수 씨의 메시지입니다.

북한의 있는 부모님과 형들에게

언젠가 다시 만나기를 희망합니다. 또 북한의 모든 분도 평안하게 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생존을 위해 북한이든 한국이든 모든 분이 최선을 다해 생활하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겁니다.

=평양시내 고급 외제차 등 즐비

지난 6월 북한을 방문한 미국 한미경제연구소의 아브라함 김 부소장은 북한에서 여러 종류의 외제 자동차를 볼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도 한 대당 수만 달러에 달하는 '벤츠'와 'BMW', '렉서스'를 비롯해 '포드', '링컨' 등 보기에도 최신형 모델인 외국산 자동차가 즐비했습니다.

이밖에도 김 부소장은 평양의 음료 공장과 놀이 공원의 시설도 일본과 이탈리아에서 들여온 새 기계였다고 소개했는데요, 최근 발표한 방북 보고서를 통해 국제사회가 사치품에 관한 강력한 대북제재의 노력을 전개하고 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부분 국가가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있지만 북한은 중국을 비롯한 제3국을 통해 제재를 피하고 있다는 겁니다.

심지어 평양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투자자는 "대북 제재 때문에 가격이 좀 높아졌을 뿐 북한에서 웬만한 것은 다 구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최근 북한을 방문한 미국의 다른 한반도 전문가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같은 의견을 나타냈습니다. 이 전문가도 북한 평양에 외국산 신형 자동차가 많았고, 미국과 한국에서 만든 전자제품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겉에 '삼성'이라고 쓰인 화물 상자도 별다른 제재 없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 경제 전문가인 미국 의회조사국의 딕 낸토(Dick Nanto) 연구원은 중국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사치품의 대부분이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기 때문인데요.

[Dick Nanto] 중국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다른 국가와 달리 중국은 일단 사치품을 비롯한 대북제재 품목에 관한 정의(definition)가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행이 어렵다는 건데요, 그래서 계속 북한으로 보내는 거죠.

낸토 박사는 북한 한쪽에서는 굶주리고 있는데 반해 다른 한쪽에서는 사치품을 누리고 있는 현실이 모순이지만 이는 사치품에 대한 대북제재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대북제재를 전문으로 다루는 미국 의회조사국의 다이앤 리낵(Diane Rennack) 연구원도 한 마디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합니다. 각 국가의 법과 투명성, 경제적 이해, 규정에 따라 대북 제재의 이행 사항을 모두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는 건데요,

[Diane Rennack] 사치품에 대한 대북 제재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 예로 중국에서부터 몰래 북한에 들어가지만, 이것을 추적하거나 제재할 방법이 없는 거죠. 물론 문제는 중국뿐만이 아닙니다. 하지만, 국가의 이해에 따라 모든 것을 통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리낵 연구원은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사치품에 대한 대북 제재의 이행을 촉구하고 미국은 중국이 대북 제재를 제대로 이행하도록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5월에 발표된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대북 제재로 수입이 금지된 고급 자동차와 피아노, 화장품, 시계 등 수많은 사치품이 북한에 들어갔는데요, 수송의 중심지는 바로 중국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핵실험 이후 2006년과 2009년에 사치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대북 제재를 결의했는데요, 미국의 의회조사국은 지난해 중국이 육로나 공중의 항로를 통해 사치품 수출을 계속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