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 작년 11월 이후 매우 더디게 진행되는 공사
- 북․중 모두 신압록강대교 건설 '남의 일 보듯'
- 완공 지연 둘러싸고 갖가지 소문도
- 다리 개통 늦어지면서 중국 측 손해 확산
- 신압록강대교 건설 지연, 당장 무역에는 영향 미비
북한과 중국 간 경제협력의 상징인 '신압록강대교'가 완공 목표였던 9월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이미 지난 5월, '신압록강대교'의 완공이 9월까지는 어려울 것 같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요, (관련 기사)
당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다리의 끝 지점과 맞닿은 북한 측의 이음도로 건설이 부진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후 한국의 다른 언론매체에서도 최근 신압록강대교의 개통이 애초 계획보다 늦어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는데요, 자유아시아방송의 보도 이후 반년이 지난 지금 신압록강대교의 건설 공사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지, 다른 변화는 없는지 등을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연결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중국을 연결합니다. 김준호 특파원, 안녕하세요.
[김준호 특파원] 네, 안녕하십니까? 중국입니다.
- 네. 이제 가을이 시작되는 9월을 코앞에 두고 있는데 중국 현지의 날씨는 어떻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네. 아직 덥기는 하지만 저녁이 되면 시원한 바람이 불기 때문에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는 느낌입니다.
- 네. 조금 전 언급했습니다만, 원래 신압록강대교의 개통 시점이 올해 9월로 예정돼 있었습니다. 이제는 사실상 9월 개통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이는데요, 우선 현재 신압록강대교 공사의 현황부터 전해주시죠. 어디까지 진행됐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네, 원래 신압록강대교의 개통 시점과 관련해 중국 측 언론에서는 지난 7월로 보도됐었고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9월로 보도한 것을 기억하는데요, 현재 다리 공사는 멈추지는 않았지만,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다리의 상판 부위가 완전히 연결될 때만 해도 신압록강대교가 애초 목표 시점보다 앞서 완공될 것으로 예측됐는데요, 어찌된 일인지 그 이후로는 공사가 매우 더디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제가 확인해보니 현재는 다리 양쪽의 난간 공사를 하는 모습이 관측됩니다만, 이것도 속도가 빠르지 않습니다. 또 다리표면의 포장 공사와 다리 위의 조명시설 공사도 진행돼야 하는데, 아직 이에 관한 공사는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압록강대교의 중국 측 끝단 지점에 짓고 있는 출입국 청사 건물도 지난 15일에야 지붕을 덮는 봉정(封頂)식을 한 상황입니다. 이런 것을 종합해보면 신압록강대교의 개통은 애초 예정 시점보다 조금 늦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 개통될지 안개에 쌓여있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 네. 지금 신압록강대교의 개통 시점이 단지 조금 늦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 개통될지 현재로서는 전혀 알 수 없다'는 건데요, 왜 그런지요?
[김준호 특파원] 네, 몇 가지를 지적할 수 있는데요, 우선 이미 보도한 내용입니다만 북한 측이 다리개통에 대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다리 끝에서 북한과 연결되는 북한지역 내부의 이음도로 공사가 지지부진합니다.
이와 관련해 신의주의 주민은 지난봄(3월)에 도로 공사를 시작했지만, 장비는 없고 사람만 약간 동원돼 겨우 작업한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이마저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게다가 신의주의 일반 주민은 이 다리의 개통예정 시점이 언제인지 알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들은 바도 없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북한 측에서는 신압록강대교의 개통에 관련해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 단둥의 중국인들은 북한당국이 신압록강대교의 개통을 마치 남의 일처럼 여기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출처나 근거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여러 가지 소문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 네. 소문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소문들인가요?
[김준호 특파원] 네, 떠도는 소문 중 몇 가지를 말하자면 애초 이 다리를 건설할 때 북한 측에서는 숙청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주도적으로 추진했었는데 장성택 부위원장이 처형된 이후 북한에서는 이를 관리하는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즉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말입니다.
또 북한이 다리 개통의 조건으로 신의주와 평양을 잇는 고속도로 건설을 중국 측에 요구했다는 소문도 있는데요, '다리를 건설하는 데 드는 예산, 22억 2천만 위안도 중국에서 전액 부담했는데 이것이 말이 되느냐?'며 중국에서 북한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커져가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다리의 개통 시점이 불명확한 이유로 중국과 북한 간 관계 악화를 지적한 사람도 있습니다. 양국 간 불편한 관계를 다리 개통과 연관 짓는다는 겁니다. 물론 이런 소문들은 모두 근거를 확인하기 어려운데요, 한 가지 일반적인 시각은 다리개통 시점이 불투명한 원인이 북한 측에 있다는 겁니다.
- 네. 중국이 막대한 다리 공사비용을 내고 있는데요, 다리의 개통이 지연되면 북한이나 중국에 어떤 손해가 발생할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 같은데요,
[김준호 특파원] 네, 일단 다리개통이 늦어지면서 가장 애가 타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다리가 놓이는 지역에 새로 조성된 시가지, 즉 단둥시 신청취(新成區:신성구)에 투자를 한 건설업자들과 이곳 부동산에 투자를 한 사람들입니다. 다리가 개통되면 이곳에 들어선 아파트와 상가에 많은 투자자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 홍콩과 싱가포르, 대만, 말레이시아 등 외국 기업에서 아파트와 상가 건물들에 투자를 많이 했는데요, 하지만 분양이 매우 저조합니다.
또 다리가 개통되면 큰 시세 차익을 기대하고 이곳의 아파트와 상가를 매입한 사람들의 속도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값이 오르기는커녕 최근 중국의 부동산 시세가 하락하는 추세와 맞물리면서 오히려 처음 산 가격보다 시세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이곳에 들어선 아파트와 상가의 분양률이 매우 저조하고 가격도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가 신압록강대교의 개통이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단둥시에서도 대규모청사를 이곳에 짓고 시 정부를 이곳으로 이전했습니다. 또 단둥시에서 가장 명문으로 꼽히는 알중(2중)학교를 이 지역으로 옮겼지만, 이곳의 부동산 투자 열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북한 측에서는 교량 개통이 늦어지는 데 대해 현재 어떤 손해가 있는지를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 네. 신압록강대교의 건설이 시작될 무렵에는 다리가 건설되면 북․중 무역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이 기대도 당분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군요.
[김준호 특파원] 네. 저도 당시 그런 전망이 많이 나왔던 것을 기억합니다. 사실 중국 단둥을 통해 이루어지는 북․중 무역의 규모가 70% 이상 차지한다고 하는데요, 기존 압록강철교가 교행이 불가능한 단선으로 되어 있지만, 물동량을 소화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북․중 양측의 차량이 오고 가는 오전 시간과 오후 시간에는 좀 복잡하지만, 한낮에는 거의 차량 운행이 없을 정도입니다. 다시 말해 기존의 다리만으로도 북․중간에 이루어지는 무역량을 소화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습니다. 신압록강대교가 개통되면 북한과 중국 화물차들의 교차통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편리하겠지만, 곧바로 물동량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즉 신압록강대교의 개통이 늦어진다고 해서 북한이 입을 손해는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 교량이 완공되면 바로 개통되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인데, 신압록강대교는 그렇지 않다는 말이군요.
[김준호 특파원] 그렇습니다. 그래서 공사를 하고 있는 중국 측에서도 다리 완공을 서두르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리 건설을 위해 북한과 중국이 몇 년 동안 줄다리기를 했는데 다리가 완공되면 개통 시점을 두고 양국이 또 줄다리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리 건설과 달리 개통은 별도의 사안으로 북한에서 중국의 속을 썩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 네. 이미 목표시기를 놓쳐버린 신압록강대교의 공사 진행 상황과 관련해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과 살펴봤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소식 잘 들었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고맙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네. 감사합니다.
중국 단둥이나 인근 북한 주민은 이미 오래전부터 공사가 중단되다시피 했다고 말할 정도로 신압록강대교 건설 공사는 더딘 진행을 보여 왔습니다. 결국, 완공 시점을 넘기게 됐는데요, 또 지금의 냉랭해진 북․중 관계를 고려할 때 신압록강대교가 완공되고 정식 개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