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올해 들어 북한 장마당의 쌀값과 환율은 큰 변화 없이 안정세를 보여 왔습니다. 매우 이례적이지만 이런 현상이 얼마나 지속할지 의문인데요, 일시적인 현상의 성격이 짙기 때문입니다. 또 북한이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인민생활의 향상보다는 여전히 정권과 군부를 위한 조치로 보이는데요, 북한 경제 전문가인 한국통일연구원 박형중 북한연구센터 소장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 최근 한국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통일의학센터가 북한의 가장 큰 사망원인으로 심혈관 질환을 꼽았습니다. 다음으로는 전염병과 영양실조, 그리고 암이 뒤를 이었는데요, 북한 동의사 출신 탈북자는 결국 잘 먹지 못한 것이 각종 질병의 원인이라고 강조합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군량미 방출, 대규모 공사 축소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
- 군량미 재고량의 한계, 군부의 욕구 등 변수 있다
- 경제적 효율 필요성 체감하지만 정책 방향은 '부권강경'
- 김정은 제1비서의 관심사 행보도 민생과 거리 멀어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한국의 인터넷 대북매체인 '데일리NK' 등에 따르면 북한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쌀값과 환율은 올해 초부터 하락하거나 꾸준히 안정세를 보여 왔습니다.
이달 초 평양과 신의주의 장마당에서 거래된 쌀값은 5천 원대 중반, 달러 당 환율은 8천 원대 초반을 유지했는데요, 중간에 상승과 하락을 거듭했지만, 올해 초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지난 10년간 북한의 경제 상황을 되돌아봤을 때 쌀값과 환율이 일 년 내내 안정세를 보인 것은 매우 이례적인데요, 그만큼 북한 당국이 이에 상당히 관심을 기울였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박형중 북한연구센터 소장의 설명입니다.
[박형중 소장] 일단은 특이한 상황입니다. 왜 쌀값이 안정됐는가? 여러 가지 조건이 있는데요, 작년에 작황이 상대적으로 좋았다는 것, 올해 2호미를 풀어 쌀 공급량을 늘렸다는 것, 그리고 북한이 많은 외화를 필요로 하는 공사를 안 벌였다는 것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재를 수입하느라 상당한 외화를 썼을 것이고, 이것이 환율 인상과 쌀값 상승의 중요한 원인이었을 것 같은데, 올해는 전체적으로 그런 공사가 줄어든 것 같습니다.
북한이 올해 초부터 비교적 안정된 쌀값과 환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느냐?'입니다. 지금까지는 일시적인 현상의 성격이 더 강하기 때문인데요,
북한이 올해 군량미를 풀어 쌀값 안정을 꾀했지만 또다시 식량 공급의 어려움이 닥칠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재고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군부의 입장에서도 부족한 군량미를 채우려는 욕구가 반드시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의 견해입니다. 따라서 올해 추수 때 식량 분배와 군량미 등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북한이 경제문제를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설명인데요,
북한 경제 전문가인 박형중 소장은 북한 지도부가 경제적 효율성을 향상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고 박봉주 내각 총리를 내세워 물밑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는 여전히 인민생활의 향상보다는 북한 체제의 안정과 군부의 강화를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꼬집었습니다.
[박형중 소장] 이런 조치들이 부권강경, 즉 '정권을 부하게 하고 군대를 강하게 정책'이 될 것이란 거죠. 말로는 경제중시, 인민생활 중시이지만, 현실적으로 경제정책이 의미 있게 바뀌려면 내부에서 국가와 사회 간 중요한 세력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기본적인 방향은 '정권을 강하게 하고 군비를 증가하기 위해 자원을 활용하고 생산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분배의 원칙도 아직 정권에 유리한 상황인데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최근 행보도 민생과는 전혀 다른 특권층의 소비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데 머물고 있어 내부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자원을 투입하는 노력은 엿볼 수 없습니다. 북한의 자원은 지금도 김정은 제1비서의 1차적인 관심사에만 집중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북한에서 '모조품' 바람과 함께 개인 수공업이 발전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새경제관리체계' 이후 공장기업소들이 '개인도급제'도 도입하고 있는데요, 박형중 소장도 인민생활이 개선되려면 제조업의 활성화를 통해 고용의 증가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박형중 소장] 북한에서 인민생활이 개선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고용의 증가입니다. 고용이 증가하려면 제조업이 활성화돼야 하는데, 이런 적극적인 조치는 나타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북한은 광물 수출과 노동력 수출, 관광 진흥에만 집중하고 있는데요, 박봉주 총리가 (실질적인) 조치를 하더라도 자원이 투자되고 정권이 밀어줘야 하는데, 현실화 양상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경제적 성장을 이룬 중국은 북한과 달리 고용을 증가하고 수출제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정권이 추구하는 정책과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간 상당한 괴리가 있어 보이는데요,
김정은 제1비서의 관심사와 행보를 볼 때 여전히 북한의 경제 정책은 경제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북한 주민의 소득 증가를 장려하기보다 오히려 주민을 이용해 돈을 버는 정책에 더 치우친 듯 보입니다.
<북한 3대 사망원인, 해결책은 '영양'>
- 서울대 의대 통일의학센터 "북한 사망 원인 1위 - 심혈관 질환"
- 80년대 중반부터 심혈관 환자 많아
- 경제난 이후 전염병 환자도 급격히 늘어
- 북한 동의사 출신 탈북자 "영양실조가 질병의 원인"
- 대북지원방향 "첫째도 둘째도 식량"
북한의 가장 큰 사망원인은 '심혈관 질환'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통일의학센터의 이혜원 교수는 27일 북한의 사망원인 가운데 심혈관 질환이 33%로 가장 많고 전염과 영양상태로 인한 사망이 29%로 2위, 그리고 암이 13%로 뒤를 이었다고 발표했는데요, 뿐만 아니라 산모의 영양상태가 불량해 영유아의 사망률도 높다는 연구결과도 함께 공개됐습니다.
북한 동의사 출신 강유 씨도 북한에 심혈관 질환 환자가 많다는 데 동의합니다. 1980년대부터 심혈관 질환 환자가 많아졌다고 하는데요,
[강유] (북한에) 심혈관 질환이 많습니다. 북한에서 많은 질병 중 하나에요. 제가 79년부터 의사로 일했는데, 80년대 중반부터 심혈관 질환이 많아지더라고요, 원인을 보면 생계하고 연관되는 것 같습니다. 식사 공급이 잘 안 되니까 영양실조도 오고, 사회적으로 (전쟁준비, 동원 등으로) 각종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이 병이 생기는 것 같아요.
두 번째 사망원인인 전염병도 1990년대 초까지는 웬만한 예방접종이 시행됐지만, 이후 식량난이 닥치고 예방접종이 전면 폐지되면서 더 기승을 부렸습니다. 여기에 영양실조까지 겹치면서 수많은 폐결핵 환자들이 사망했는데요, 결국 경제난, 식량난 등이 각종 사망원인의 직․간접적인 원인이 된 겁니다.
이번에 발표한 연구결과에서도 북한에 심혈관 질환이나 암 환자가 많은 이유로 불량한 식습관과 흡연, 음주 등이 꼽혔는데요, 동의사 출신 강유 씨는 '북한의 비감염성 질병에 관한 대북지원방향'에 대해 주저 없이 '쌀', 즉 식량 지원을 강조합니다.
[강유] 다른 것이 아닌 '쌀' 아닙니까? 첫째는 쌀입니다. 면역이 약한 것도 영양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죠. 첫째도 둘째도 쌀입니다. 건강하고 면역이 있으면 심장도 튼튼해지고, 면역이 활성화되면 암세포도 눌리지 않습니까? 영양이 부족하면 면역이 약해지고, 면역이 약하니까 암이나 전염병, 심혈관 질환 등... 영양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첫째도 둘째도 영양입니다.
물론 한국에도 심혈관 질환 환자가 많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못 먹어서가 아닌 너무 잘 먹어서 생긴 병이란 점이 북한과 대조를 이루는데요,
최근 몇 년째 북한의 평균 기대수명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의 건강을 증진하는 데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있듯이 북한 주민의 건강을 지키고 각종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잘 먹어야 하고, 북한 당국도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재확인시켜주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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