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가정용 전화번호 또 강제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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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평양의 가정집 전화번호가 북한 주민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시로 바뀌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같은 평양이라도 바뀌는 전화번호의 형식이나 지역, 시점도 다 다르다고 하는데요, 체제단속을 위한 북한 당국의 정책으로 보입니다.

전화번호가 수시로 바뀌면서 받는 전화에 대한 기능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데요, 이에 따라 북한 주민이 겪게 되는 불편함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오늘은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연결해 강제로 바뀌는 평양 가정집의 전화번호에 관한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평양 일부 지역 '국번' 또는 '뒷번호' 바뀌어
- 평양 주민 "가정용 전화번호 수시로 바뀐다", 체제단속 목적인 듯
- 주민 의지와 상관없고, 지역별로 바뀌는 형식․시점 달라
- 잦은 전화번호 교체로 반쪽 기능, 엉뚱한 전화에 시달리기도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전화입니다. 특히 미국과 한국에서는 휴대전화가 필수품이나 마찬가지인데요, 북한의 가정과 도시에도 일반전화가 많이 보급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손전화기, 즉 휴대전화도 200만 대를 넘은 것으로 전해졌죠.

그런데 최근 평양에서는 북한 당국의 정책으로 가정용 전화번호가 바뀌었다고 하는데요, 어떤 사연인지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과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이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안녕하세요.

[김준호 특파원] 네, 안녕하십니까? 중국입니다.

- 요즘 중국, 북․중 국경지방의 날씨는 어떻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네, 이제는 더위가 조금 꺾였습니다만, 예년 같으면 벌써 끝났을 장마가 아직은 덜 끝난 듯 며칠에 한 번 씩 비가 오고 있습니다. 올해는 다른 어느 해보다 장마가 일찍 시작해서 가장 늦게 끝나는 해인 것 같습니다.

- 평양의 가정용 전화번호가 바뀌었다는 소식을 2년 전에도 들은 기억이 있는데요, 최근에 또 바뀌었다고요?

[김준호 특파원] 네, 그렇습니다. 중국을 방문한 평양의 한 주민은 최근 가정용 전화번호가 바뀌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구역마다 전화번호의 앞자리 국번만 바뀌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는 국번이 아닌 뒷자리 번호만 바뀐다고 하는데요, 바뀌는 전화번호의 형식이 일정치 않다고 합니다.
또 최근 평양 집에 다니러 갔다가 돈벌이를 위해 다시 중국에 나온 화교 주민은 '자신의 집에 가보니 전화번호의 국번만 바뀌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취재를 위해 만난 평양 주민마다 전화번호 변경에 관해 말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얼마 전에 바뀌었다", "번호가 바뀌기는 했는데 최근은 아니고 꽤 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사업차 평양에서 두 달을 머물다 최근 귀국한 중국의 사업가도 "북한에서 노동신문을 봤는데 신문사 전화번호는 지난 7월과 똑같았다"고 말했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같은 평양이라고 해도 최근 전화번호가 바뀐 곳도 있고 안 바뀐 곳도 있다는 겁니다.

- 전화번호가 바뀐 곳도 있고, 안 바뀐 곳도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이미 전화번호가 바뀐 곳은 강제로 교체됐다는 건가요?

[김준호 특파원] 물론입니다. 주민들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평양의 전화번호가 바뀐다는 사실이 처음 외부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은 2011년 11월인데요, 당시 이를 최초로 보도한 동아일보에서는 체제를 단속하기 위한 조치라고 풀이했습니다. 당시 중동에서 불어오는 재스민 혁명, 즉 반정부 민주화 시위 소식이 확산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로 보인다고 설명했는데요, 저 자신도 이외의 다른 이유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 그렇다면 그 이후에도 평양의 전화번호가 수시로 바뀐다는 말입니까?

[김준호 특파원] 그렇습니다. 중국에서 만난 과거 교원 출신의 평양 주민이 이에 대한 속사정을 말해줬는데요, 평양의 가정용 전화번호는 수시로 바뀐다고 합니다. 단지 그때마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전화번호가 한날 한시에 모두 한꺼번에 바뀌는 것이 아니고 구역마다 시차를 두기 때문에 지역마다 전화번호가 바뀌는 시점이 다르다고 합니다. 아마 평양의 전화번호를 한날 한시에 한꺼번에 바꾸는 것은 전화국에서도 매우 큰 작업이기 때문에 나눠서 전화번호를 바꾸는 것이 아닌가?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또 최근 전화번호가 바뀐 것도 이미 보도된 2011년 이후 처음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전에 또 바뀐 적이 있다는 말이지요. 제가 만난 평양 주민은 전화번호가 자주 바뀌는 편이라면서 정확히 몇 번 바뀌는지는 기억할 수 없지만, 평균 1년에 한 번 정도는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 그렇게 볼 수 있겠군요. 그런데 뜻하지 않게 전화번호가 바뀌면 당연히 불편함도 따르지 않겠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그렇습니다. 전화는 상대방에게 걸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될 수 있으면 전화번호를 안 바꾸려고 하는 것이 정상인데요, 전화번호가 자주 바뀌면 이전 번호만 알고 있던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을 수 없지요. 다시 말해 받기 위한 기능을 상실하면서 반쪽 역할밖에 못 하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전화번호가 바뀐 직후에는 한동안 엉뚱한 전화가 많이 걸려오는 해프닝이 자주 발생한다고 하는데요, 때로는 밤에 잠자리에 들 때 엉뚱하게 잘못 걸려오는 전화가 귀찮아 아예 전화코드를 뽑아 버리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북한의 무역회사나 관공서들은 전화번호를 바꾸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그렇군요. 잠시 휴대전화 이야기를 해 볼까요? 북한에도 200만 대 이상의 휴대전화가 보급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가정용 전화를 잘 사용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그런 현상이 일반화됐는데요, 북한에서는 어떻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휴대전화 요금은 가정용 전화요금보다 아주 비싸기 때문에 집에서까지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휴대전화가 많이 보급되었다 해도 집안 식구 모두 손전화기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지요.
반면 북한의 가정용 전화는 요금이 매우 저렴해서 북한 주민이 부담 없이 몇 십 분 씩 통화하기도 하는데요, 손전화기는 요금이 비싸 이렇게 사용하기 어렵죠. 또 가정용 전화요금은 분기마다 한 번씩 내는데요, 요금은 비교적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많은 평양 사람이 한 통화에 얼마인지 잘 모른다고 합니다.
게다가 평양의 전화선이 낡아 손상되고 전화가 먹통이 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데, 이럴 때면 동네 주민들이 함께 전화선이 끊어진 곳을 찾느라 난리를 피운다고 합니다. 전화국에서 직접 나와 손을 봐주면 좋은데, 그렇게 해 주질 못하니까 주민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것이죠. 이럴 때 화가 난 주민 중에는 당국에서 손전화기를 팔아먹으려고 일부러 전화선을 안 고쳐준다며 욕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 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전화번호를 바꿔야 하는 오늘날 북한의 모습을 살펴봤습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소식 잘 들었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이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