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최근 북한에서는 김일성 국가주석의 초상화만이 걸려 있던 곳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도 함께 걸려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이후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강화하는 수단 중 하나인데요, 김 부자에 대한 숭배를 강화해 김정은 체제의 권력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김정일이 사망한 후에 태양상에 나란히 게시된 것이 2012년 하반기부터 시작됐습니다. 야외에 있던 태양상은 이 세상을 떠난 김일성 하나뿐이었는데, 2011년 말에 김정일이 사망하면서 김정일이 신이 된 겁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도 일본의 언론 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북한 전역의 초상화가 김일성 부자 두 명으로 바뀌는 현상에 관해 짚어보겠습니다.
- 김일성 혼자 있던 '태양상', 김정일도 추가
- 평양부터 시작해 지방도시까지 두 명의 태양상 확산
- 김정일도 김일성과 같은 하나의 신적 존재
- 김일성, 김정일 신격화 목적은 김정은 세습의 정당화
북한에서 김일성 국가주석의 초상화만이 걸려 있던 곳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가 추가로 걸려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아시아프레스'는 내부 취재에서 확인한 영상과 증언을 통해 김일성 주석의 초상화만이 걸린 야외 '태양상'은 이제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는데요, '아시아프레스'가 제공한 사진을 보면 과거에는 청진청년역에 김일성 주석의 초상화만 있었지만, 최근에 찍은 사진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도 나란히 걸려 있습니다.
2011년 말, 북한에서는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이후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강화하고 있는데요, 이를 반영하듯 김 부자의 영생을 기원하는 '영생탑'과 '태양상' 초상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아시아프레스'는 김 부자에 대한 숭배를 강화하는 목적에 관해 김정은 체제의 권력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는데요, 김정은 정권은 이미 지난해 헌법과 노동당 규약을 초월하는 최고의 행동규범인 '10대 원칙'도 39년 만에 개정한 바 있습니다. ('당의 유일사상 체계 확립의 10대 원칙' → '당의 유일적 령도체계 확립의 10대 원칙')
특히 개정된 '10대 원칙'은 이미 사망한 김일성과 김정일을 동등한 존재, 이른바 '2명의 신(神)'으로 절대화하고, 이들 사상에 기초해 속세의 정치를 집행하는 것은 유일한 '당'뿐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당'은 지금의 김정은 제1비서를 가리키고 있는데요,
이와 함께 '우리 당과 혁명의 명맥을 백두의 혈통(김 씨 일족)으로 영원히 이어나가며'라고 명기함으로써 김정은에 의한 세습 후계의 정통성을 강하게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처럼 김일성, 김정일 부자에 대한 '신격화' 움직임은 그동안 '아시아프레스'가 북한 내부에서 촬영한 영상 속에 잘 드러나 있는데요, 8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촬영된 곳에는 예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김정일의 초상화가 추가되고, 구호는 김정은으로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그럼 이 시간에는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를 전화로 연결해 직접 이 내용과 관련해 대화를 나눠보겠습니다.
- 이시마루 대표님, 우선 북한 내부에서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가 나란히 걸리는 현상이 언제부터 얼마나 많이 확산해 있는지부터 설명 부탁드립니다.
[Ishimaru Jiro] 북한에서는 영도자, 즉 김일성, 김정일에 관한 초상화는 모든 실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일반 가정집이나 조직, 열차 안에도 두 초상화를 걸어놨습니다. 그런데 야외에 있는 초상화는 '태양상'이라 불리는데 실내와 달리 김일성 하나뿐이었습니다. 이것은 '세상을 떠난 김일성이 우리가 유일하게 믿는 신'이란 개념이 있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김정일이 사망한 후에 태양상에 나란히 게시된 것이 2012년 하반기부터 시작됐습니다. 야외에 있던 태양상은 이 세상을 떠난 김일성 하나뿐이었는데, 2011년 말에 김정일이 사망하면서 김정일이 신이 된 겁니다. 북한에는 신이 두 명으로, 2012년 하반기부터 평양을 중심으로 야외에 있는 초상화가 김정일까지 나란히 게시되는 현상이 시작됐습니다.
- 사진 속 청진청년역에 두 개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런 현상이 평양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는 거죠?
[Ishimaru Jiro] 그렇죠. 평양은 수도이고 외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니까 평양부터 이 사업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그 움직임이 지방에서도 시작됐습니다. 2013년에 아시아프레스의 북한 내부 취재팀들이 북한의 지방도시에서도 촬영을 많이 했는데, 역 앞이나 공원에 세워진 태양상에 중심 구역부터 조금씩 김일성 하나에서 김정일까지 두 개가 되는 현상을 확인했습니다.
- 북한 당국에서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2명의 신'으로 만들어 초상화를 나란히 걸고, 이를 3대 세습의 정통성에 활용하고 있는데요, 정작 북한 주민은 이같은 북한 당국의 의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거든요. 북한 주민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Ishimaru Jiro] 북한 주민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자세히 조사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이에 관해 북한 주민이 특별히 이상을 느끼거나 불편을 말하는 것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또 김일성 초상화에 김정일까지 추가된 것은 야외의 태양상뿐 아니라 노동당의 당원증에도 김정일 사진이 추가된 것을 작년 9월에 확인했습니다. '이것을 북한 주민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어봐도 관심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전국적으로 김일성 하나였던 태양상에 김정일까지 추가된 것을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고요, 반발이나 불만을 느끼는 말은 못 들어봤습니다.
- 그 말이 설득력 있는 것은 늘 가정에 두 명의 초상화가 있었고, 계속 봐왔기 때문에 그리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Ishimaru Jiro] 맞습니다. 그런데 탈북자에 따르면 성격의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실내에 있는 초상화는 80년대부터 두 명이 나란히 걸려 있었는데, 야외에 있는 태양상 초상화는 김일성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이것도 김일성이 죽은 뒤에 태양상이 생긴 것이거든요. 따라서 제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북한에서는 영도자가 죽으면 태양상이 되고, 김정일도 죽었기 때문에 태양상에 추가됐다고 봅니다.
올해 12월, 김정은 정권은 출범 3주년을 맞이합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그동안 선전해 온 '주민 생활 향상'은 지지부진한 반면,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데는 힘을 아끼지 않았는데요, 그런 가운데 북한 주민 사이에서는 김정은 제1비서에 대해 '아버지인 김정일 때보다 더하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서 못된 통치 수법만 이어받았다'란 평가를 내놓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