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개 전용 기차역, 김정은 이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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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북한에는 최고 지도층과 권력자들만 이용하는 전용 기차역이 20개가 넘습니다. 모두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 애용하던 기차역인데요, 최근 함경북도 온포에도 새로운 기차역이 완공됐습니다. 하지만 아들인 김정은 제1비서는 기차보다 비행기, 자동차 등을 더 선호해 김 씨 일가만을 위한 수많은 전용기차역이 외면당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 최근 서방의 주요 언론들이 오늘날 평양의 모습을 소개했습니다. 문수 물놀이장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평양 시민과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고급 외제 차, 비싼 햄버거와 상점에 전시된 제품 등은 북한이 경제적으로 많이 발전한 듯한 생각을 불러일으키는데요, 하지만 이 모습은 북한의 실제 모습이 아닌 소수 권력자만의 행복을 대변하는 전시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함경북도 온포에 또 하나의 전용 기차역 최근 완공

- 2010년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 위해 건설

- 북한에 20개 넘는 김 씨 일가․최고 지도층 전용 기차역

- 김정은 제1비서, 기차 얼마나 이용할까?

- 기차보다 비행기․ 자동차 이용 선호, 기차역 외면 가능성


최근 인공위성이 촬영한 위성사진에 북한 지도층을 위한 새로운 기차역이 발견됐습니다.

함경북도 온포, 북한 지도부의 전용별장 인근에 건설된 기차역과 철로는 함경북도 경성군에서 관모리역을 잇는 철로와 연결돼 있으며 중간에 온포역까지 이르는 새로운 철로가 만들어진 겁니다. (크게 보기)

3일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의 커티스 멜빈 연구원에 따르면 온포의 기차역과 선로 공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살아있던 2010년에 시작됐습니다.

이전의 철도역은 온포의 전용별장과 상당히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기차역에서 내린 뒤 수십 km의 비포장도로를 자동차로 달려야 하기 때문에 온포 기차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위해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멜빈 연구원은 풀이했습니다.

(This railway station was intended to replace the older leadership railway station near Kwanmo-ri. After arriving at the Kwanmo-ri station, the leader would still require a 45km car ride over unpaved mountain roads to arrive at Onpho compound.)

함경북도 온포에 건설된 전용 기차역, 2010년에 공사를 시작해 2013년에 거의 완공되었다. 구글 어스 캡쳐
함경북도 온포에 건설된 전용 기차역, 2010년에 공사를 시작해 2013년에 거의 완공되었다. 구글 어스 캡쳐

또 온포의 전용별장과 기차역, 선로 등은 지난해 거의 완공됐는데요, (크게 보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이후 김정은 제1비서가 온포의 전용별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지, 새로 건설한 온포역과 선로를 이용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와 달리 비행기와 자동차를 선호하는 김정은 제1비서가 현지시찰이나 전용별장을 방문할 때 기차를 이용할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따라서 새로 건설된 온포역뿐만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애용했던 다른 기차역도 김정은 제1비서에게 외면당할 가능성이 큰데요, 오히려 김정은 제1비서는 최근 비행기를 타는 모습을 공개하며 자신의 지도력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있습니다.

한국 세종연구소의 홍현익 수석연구위원도 한국의 언론매체에 출연해 김정은 제1비서가 공개적으로 비행기에 탑승하는 모습은 아버지와 다른 면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풀이했는데요,

[홍현익] 공개적으로 저렇게 비행기 트랩에서 내리는 모습을 공개하고 신문에 보도까지 하는 것은 '자신은 아버지와 달리 배짱 있는 지도자다. 활기 있고, 효율적으로 일한다. 자신은 뭔가 앞서나간다'는 것을 젊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아마 호감을 얻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랫동안 김정일 시대에 북한 주민은 김정일이 비행기를 탄 모습을 한 번도 못 봤으니까요.

멜빈 연구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위성사진에서 파악한 북한 지도부의 전용 기차역은 19개입니다. 여기에는 지하 기차역도 포함돼 있고, 평양은 물론 양강도 혜산, 묘향산 등에는 2~3개의 전용 기차역이 있는데요, 여기에 온포의 만들어진 기차역과 확인되지 않은 지하 철도, 시설까지 합치면 그 이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는 모두 김 씨 일가와 고위 지도층만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입니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지도층이 즐겨 타던 1호 열차에는 방탄포와 방탄 장치는 물론 위성항법시스템과 위성 전화 등 초호화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김정은 제1비서가 기차를 자주 이용하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어쩌면 좀처럼 기차를 이용하지 않는 김정은 제1비서의 취향 때문에 그토록 애용하던 기차역과 철로 등은 상당기간 외면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Unlike Kim Jong-il, who traveled widely by train, it is still not publicly known how much of Kim's travel is by train. His guidance trips routinely using boats, planes and cars.)

여러분께서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을 듣고 계십니다.

<서방 기자들이 본 평양의 모습>

- 비싼 햄버거, 쉽게 볼 수 있는 고급 외제 차

- 많은 사람이 즐기는 문수 물놀이장, 승마구락부, 상점 등

- 민간경제의 확산으로 과거보다 발전한 평양시?

- 소수 권력자만의 행복을 위한 '전시도시' 비판

- WP "비싼 햄버거, 고급 외제 차 살 돈 어디에서 오는가?"


"북한에서 값비싼 햄버거와 외제 차가 북한 주민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북한의 평양에서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물놀이를 즐기는 문수 물놀이장은 평양의 새로운 매력이 되고 있다"

최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와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등 서방 언론의 기자들이 직접 평양에서 보고 느낀 내용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2일, 직접 평양을 방문한 서울 특파원의 기사를 통해 문수 물놀이장에서 햄버거 1개가 북한 돈 1만 원에 팔리고 있으며 'BMW', '아우디', '벤츠' 등 비싼 외제 승용차의 모습도 눈에 많이 띄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만큼 사회 곳곳의 민간경제에 변화가 감지됐다는 설명입니다.

'워싱턴포스트'도 3일, 사진과 함께 1면 기사를 통해 물놀이장과 승마구락부, 새로운 건축물 등을 소개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렉서스', 'BMW', '아우디' 등 비싼 외제 차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밝고 세련된 옷차림, 높은 굽의 힐과 보석 등 최신 유행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그만큼 서방 기자에게 비친 평양은 대다수 사람이 생각하는 폐쇄되고 열악한 모습이 아니라는 겁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의 기사를 보면 그 속에 감춰진 평양의 실제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평양에 대해 늘 그렇듯이 '보여주기식 도시'라고 설명하면서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속은 썩어 있는 마을로 비유했습니다. 평양의 외곽, 시골의 상황은 여전히 열악하며, 기아 현상도 널리 확산해 있다는 겁니다. 문수 물놀이장 안에 있는 수영복 상점. 하지만 정작 기자들만이 상점 안의 유일한 고객이었고, 승마구락부에도 손님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대부분 전시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실제로 북한의 대표적 상업시설인 '평양 제1 백화점'도 다양하고 많은 물건을 자랑하고 있지만, 정작 진열만 하고 판매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백화점을 취재한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평양 제1 백화점은 사회주의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선전물인데요,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저희 기자의 설명에 따르면 진열을 깨끗하게 하는 것은 '우리 사회주의는 죽지 않았다', '아직도 살아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선전물에 불과하다는 거죠. 이곳은 북한을 대표하는 국영상점입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판매되는 국산품은 몇 가지밖에 없고요, 나머지는 거의 다 진열할 뿐입니다.

따라서 서방 언론에 소개된 문수 물놀이장의 상점과 승마구락부 등도 북한 체제를 과시하기 위한 선전물에 불과하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는 새롭게 발전한 평양이 엘리트 계층, 즉 전체 인구의 10%에 불과한 소수의 권력자만을 위한 도시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일반 노동자의 월급보다 몇 배가 비싼 76달러짜리 햄버거, 미국에서도 아무나 쉽게 구매할 수 없는 'BMW', '아우디' 등 고급 승용차 등을 아무 거리낌 없이 사는 북한 내 권력자들의 돈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가? 라는 질문도 함께 던졌습니다.

최근 사진과 언론보도를 통해 엿본 북한 평양의 모습. 물놀이장에서 행복해하는 평양 시민과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고급 승용차, 상점에 멋지게 진열된 제품과 세련되고 화려한 평양 시민의 옷차림 등은 실제 북한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단지 평양의 발전된 모습은 소수 권력자의 행복만을 대변하고 있을 뿐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