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후지모토 겐지 방북, 일본 정부 친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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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북한이 국제적인 고립상태에서 접촉할 수 있는 나라가 일본밖에 없고, 후지모토 씨가 어릴 때 김정은과 친하게 지냈으니까 그 사람의 입을 통해 김정은의 말을 일본으로 전달한다는 거죠.

지난 7월 갑작스럽게 북한을 방문한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 씨가 다시 방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후지모토 씨를 통해 북한의 의사를 일본 정부에 전달하고 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적, 외교적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분석하는데요,

후지모토 씨를 통해 일본 정부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때 정부의 친서 같은 것, 아니면 납북 피해자의 목소리를 편지로 쓰고 전달할지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 정부도 외교적, 정치적 성과를 위해 후지모토 씨를 통해 친서나 납북 피해자 목소리의 전달을 고려하는 등 다각적인 접근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기대와 비판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이르면 오는 7일 재방북 할 수도
- 외교, 정치적 성과 필요한 일본 정부
- 정부 친서, 납북 피해자 목소리 전달 고민
- 다각적 접근으로 기대감, 일각에서는 비판적 시각도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개인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 씨가 지난 7월 북한을 방문한다고 밝혔을 때 일본의 언론 측에서는 매우 놀랐습니다.

고 김 위원장의 요리사로 일하면서 알게 된 북한 권력층의 비밀스러운 이야기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어린 시절을 공개하고 북한의 개혁개방과 정치범 수용소의 폐쇄 등을 주장한 후지모토 씨가 갑자기 왜 북한에 가는지, 어떤 조건이 있었는지 등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또 북한에 남겨둔 가족 때문에 후지모토 씨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추측도 있었고, 실제로 방북 기간 한 번도 일본에 연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완전히 이주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보름 후 일본으로 돌아온 후지모토 씨가 이르면 오는 7일 다시 방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씨 일가와 북한 권력층의 비밀을 폭로했던 후지모토 겐지. 일본 정부는 그의 방북에 관한 북한의 의도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요? 고 김 위원장의 아들 김정남을 직접 만나고 연락을 주고받았던 일본 도교신문의 고미 요지 기자의 설명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고미 기사는 현재 일본 외무성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고미 요지] 일본 정부 내에서도 그런 분석이 있습니다. 북한이 국제적인 고립상태에서 접촉할 수 있는 나라가 일본밖에 없고, 후지모토 씨가 어릴 때 김정은과 친하게 지냈으니까 그 사람의 입을 통해 김정은의 말을 일본으로 전달한다는 거죠. '(북한이) 일본을 적대시하지 않고 잘 지내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목적으로 후지모토 씨를 초대한 것이 아닐까...

고미 기자에 따르면 실제로 후지모토 씨도 지난달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일본 언론과 회견에서 '북한이 납치자 문제에 많은 관심을 두고 적극 해결하려 한다', '북한이 많이 변하고 있고 새로운 시대가 온 것 같다'고 말했는데요,

이에 대해 일본 정부도 후지모토 씨를 통해 정부의 친서나 납북 피해자의 목소리 등을 북한에 전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미 요지] 후지모토 씨를 통해 일본 정부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르면 오는 9월 7일쯤 다시 방북한다고 합니다. 그때 정부의 친서 같은 것, 즉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북한과 관계 개선을 열망하고 있다'는 편지를 전할지, 아니면 납북 피해자의 목소리를 편지로 쓰고 전달할지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 측은 후지모토 씨를 통한 북․일 관계의 개선에서 경제적 지원과 외교적 돌파구를 찾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북한이 개방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것을 미국과 일본 정부에 보여주려는 한다는 건데요,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학교 교수의 설명입니다.

[Andrei Lankov] 그들은 무조건 개혁과 개방을 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외부세계, 특히 미국과 일본에 보여주려고 합니다. 그런 입장에서 북한이 일본 요리사를 초청한 것은 아주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후지모토 씨의 방북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최근 영토 문제로 한국, 중국과 관계가 나빠진 일본으로서 북한과 관계마저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일본의 집권당인 민주당이 최근 지지율 하락으로 어려운 때에 납북자 문제에 성과를 내려는 의도도 숨어있다는 것이 후지모토 씨의 방북을 바라보는 일본 외교가의 분석입니다.

[고미 요지] 한국, 중국과 국제관계가 복잡해졌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북한 관계까지 나빠지면 안 되니까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고, 특히 (일본의) 민주당은 힘든 상황입니다. 지지율이 떨어지고 외교적으로도 성과가 없는데요, 이번에 북한과 납치 문제에 대해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도 있고요, 또 2002년에 당시 자민당의 고이즈미 총리가 방북해 (납북자 문제에) 합의했는데요, 그때부터 10년이 지났지만 아무런 진전도 없고 정보도 없습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습니다.

후지모토 씨는 북한의 김정은 제1비서로부터 계속 일본과 북한을 오고 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는데요, 본인 자신도 북․일 관계를 개선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달 말, 중국 북경에서 북․일 회담이 열린 이후 계속 국장급 회담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는데요,

이처럼 일본 정부는 공식적인 외교채널로 북한과 접촉하면서 후지모토 씨의 방북도 잘 활용해 북한에 다각적으로 접근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내에서는 후지모토 씨의 방북을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데요, 우선 후지모토 씨가 김정은 제1비서와 만난 유일한 민간인이며 앞으로 직접 만날 기회가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도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이 후지모토 씨의 가족을 이용해 그를 정치적인 카드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함께 존재합니다.

고미 기자에 따르면 후지모토 씨는 평양 시내에 일본식 라면 가게를 차리고 싶어 합니다. 또 북한에 있는 아내의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아 북한에서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 후지모토 씨의 마지막 꿈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는데요,

냉랭해진 북․일 관계 속에 과거 고 김 위원장의 전직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 씨의 방북이 북․일 관계의 개선과 동북아시아지역의 정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또 그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